4대강 녹색 독, 콧속에 스며들다

Oct. 07, 2024, 11:00 AM.

낙동강 인근 어민과 농민 등의 인체 안에서 처음으로 독성 녹조인 남세균 유전자가 확인됐다. 최근 계명대와 부경대의 공동 조사 결과 22명의 검사 대상 가운데 절반인 11명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인 남세균이 검출됐다. '금강과 낙동강의 녹조 에어로졸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환경부의 연구 용역 결과와 배치되는 것이다. 검사를 실시한 국내 전문가들과 해외 전문가들은 녹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낙동강 주민 콧속 조사해보니... 조사 대상 절반에서 독성 녹조 남세균 유전자 발견

최근 김동은 계명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와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낙동강 주민 비강조사(콧속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 8월 20일부터 30일 사이 어부와 농민, 그리고 환경단체 활동가 22명을 상대로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11명의 코 가장 깊은 부분인 비인두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 연구자들은 PCR 검사를 통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낙동강 주민 콧 속 남세균 검사 장면 

“녹조 독소, 호흡으로 들어오면 호흡기 질환 발생 가능"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독소까지 발견될지, 독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재 추가 검사 중이다. 하지만 녹조가 많은 곳 주민들이 호흡으로 독성 남세균을 흡입하고 있을 가능성은 입증된 셈이다. 김동은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가 하루 종일 물을 마시는 양이 2리터라면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무려 1만 리터가 넘는다"며, 녹조 에어로졸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와 공동조사 거부한 환경부, 독자 의뢰 연구용역서 '독소 불검출'

이러한 연구 결과는 환경부의 주장과 배치된다. 환경부는 독자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녹조 에어로졸의 건강 영향이 경미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021년 이승준 교수와 김태형 창원대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낙동강 녹조 발생지역의 녹조 에어로졸에서 독소가 검출됐다. 환경단체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조영철 충북대 교수에게 녹조 에어로졸 조사연구를 용역 의뢰했다.
조 교수는 2년 간의 연구 뒤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한 2024년 물의 날 국제심포지엄에서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그는 ‘낙동강과 금강의 녹조 에어로졸을 포집해 분석한 결과 독소가 검출한계 미만(불검출)으로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조영철 교수의 녹조 에어로졸 연구 발표(2024년 세계 물의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 주최:국립환경과학원)

조영철 교수 “남세균 세포 크기 커서 에어로졸화 어려워... 연구 방법 차이도"

조 교수는 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이유로 한국의 대표적인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 크기가 1.7~7마이크로미터 정도여서 최대 4마이크로미터 크기인 에어로졸로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남세균의 세포 크기가 에어로졸화되기엔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장에서 존재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들은 스컴 형태로 뭉쳐있는 상태기 때문에 에어로졸화(공기 중에 떠오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남세균이 에어로졸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독소가 공기에서 나오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그동안 여러 국제적 연구에서 확인된 녹조 에어로졸 독소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다.
조영철 교수는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에어로졸의 독소가 나왔는데 자신의 연구에서는 나오지 않은 이유를 연구 방법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일라이자(ELISA)라는 방법을 썼는데, 그 방법은 독소를 과대평가하거나 없는 독소를 있는 것처럼 평가하는 ‘위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자신의 연구팀은 LC/MS라는 정확한 방법을 썼기 때문에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기존의 대부분 연구들이 잘못된 연구방법을 써서 ‘없는 독소를 있다고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조영철 교수의 연구 결과는 '녹조 독소가 미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다'는 환경부의 기조에 학문적인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환경부는 2023년에도 한국물환경학회에 의뢰해 공기 중 녹조 독소를 분석했는데 모두 불검출됐다고 했다. 물환경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학회는 조영철 교수가 정립한 방법을 반영해 연구를 수행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10월 3일에도 ‘낙동강 19개 시료, 금강 13개 시료를 포집해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조류독소가 불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권위자 "세포 크기 커서 에어로졸화 안된다? 사실과 달라"

뉴스타파는 정부와 환경단체, 연구자들 사이에 표출되고 있는 녹조 에어로졸 독소에 대한 극단적인 이견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국제적인 녹조 및 에어로졸 전문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뉴스타파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한스 펄(Hans Paerl)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와 펄 교수와 녹조 에어로졸 논문을 공동집필한 헤일리 플라스 (Haley E. Plaas) 박사(노스캐롤라이나대 박사후 연구원)다. 한스 펄 교수는 조영철 교수가 녹조 에어로졸에 대해 발표한 ‘물의날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한 국제적인 권위자다.
한스 펄(Hans Paerl)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교수. 녹조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헤일리 플라스(Haley Plaas)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박사후 연구원. 한스 펄 교수와 함께 녹조 에어로졸 연구 논문을 집필했다.
뉴스타파는 먼저 조영철 교수의 주장처럼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 크기가 커서 에어로졸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기 어려운가'를 물었다. 한스 펄 교수는 ‘남세균 세포 자체가 에어로졸화되기보다 세포가 죽으면서 세포 내 독소를 방출하는 것이 주요 경로’라고 말했다. 펄 교수는 ‘녹조가 번성하는 기간 동안 남세균은 끊임없이 죽고 새로 태어난다. 세포가 죽으면서 독소를 물 속에 방출하면 파도 등의 요인으로 공기 중에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헤일리 플라스 박사는 “남세균 독소들은 매우 작아서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2.5마이크론보다 작은 에어로졸에도 농축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세포 크기가 너무 커서 에어로졸화될 수 없다고 단순하게 주장하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화학적 과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가 대부분 부정확한 검출 방법 썼다는 것도 사실과 달라”

‘기존 연구들이 일라이자(ELISA)라는 부정확한 방법을 써서 에어로졸 독소가 나오는 것처럼 과대평가하거나 양성이 아닌데 양성으로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영철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헤일리 플라스 박사는 실제로 ELISA 방법이 독소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박사는 “ELISA는 물 속의 남세균 독소를 검출하기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물 이외의 매체, 예를 들어 어류 조직이나 공기, 에어로졸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연구가 ELISA를 썼기 때문에 부정확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LC/MS를 사용한 연구가 많으며, 내가 기억하는 연구 중 약 50%는 ELISA를 사용하고, 나머지 50%는 LC/MS를 사용했다. 또한 LC/MS를 통해 에어로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출했다.”고 했다.

LC/MS 사용한 연구에서도 남세균 독소 확인

실제로 해외 연구들 중에 LC/MS 방식을 쓴 연구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에어로졸화된 남조류 독소’라는 제목의 논문은 LC/MS 방식을 주로 사용해 공기 중 미세먼지(PM2.5) 내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대표적인 남세균 독소)의 농도를 측정했다. 이 독소는 0.44~2.5 μm 크기의 입자에 주로 포함되어 있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 수행된 이승준 교수의 연구도 LC/MS로 데이터를 검증했다고 한다. 이승준 교수는 “2022년과 2024년 2번 시행한 에어로졸 연구에서 1차로 ELISA로 스크리닝을 한 뒤 2차로 LC/MS로 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조영철 교수나 물환경학회,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는 에어로졸 독소가 나오지 않았을까? 한스 펄 교수는 오랫동안 많은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연구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녹조가 번성하는 초기에는 독소를 방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 세포들이 죽으면 독소가 에어로졸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헤일리 박사는 “독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려면 화학적 및 기상 조건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면서 에어로졸 독소가 측정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했다. 

녹조 없는 시기에 짧은 기간 동안 측정한 한계?

조영철 교수는 2년(2022-2023년) 동안 연구를 했다고 발표했는데, 현장 샘플링이 주로 이뤄진 2023년은 비가 계속 내려 녹조의 주무대인 낙동강엔 녹조가 없었다. 금강의 경우 3곳을 각각 3회, 4회 측정했고 기간은 한 달 이내다. 이 정도 기간에 녹조의 변화, 기상조건 등이 맞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 (2009.11.27

4대강 사업 때부터 계속되어온 환경부의 진실 외면 

조영철 교수나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어쩌면 충분치 않은 근거로 성급하게 에어로졸 독소의 존재를 부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녹조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거짓말을 퍼뜨려온 혐의가 충분하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했고, 사업 뒤 녹조가 번성하자 ‘폭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유영숙 환경부 장관과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도 대통령의 주장을 따라서 ‘녹조와 4대강 보는 관계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야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4대강 보가 녹조 확산 요인'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하수인으로 참여한 원죄 때문인지 녹조 독소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인정한 적이 없다. 2016년 환경부는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대국민 홍보 책자를 만들었는데 “녹조가 발생한 물을 논·밭 용수로 사용할 경우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독성물질이 식물에 흡수되기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책자는 지금도 환경부 홈페이지에 그대로 있다. 한스 펄 교수는 ‘녹조가 있는 농업용수에서 작물로 독소가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경보 보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녹조 가까운 곳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라"

정부가 이처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때 국민 개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타파는 그것을 알기 위해 헤일리 플라스 박사에게 녹조 에어로졸이 건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헤일리 박사는 ‘현재 이 분야는 매우 뜨거운 연구 분야'라면서 ‘아직 녹조로부터 발생하는 남세균, 독소, 또는 다른 물질을 흡입하는 것이 어떤 건강상 위험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극단적인 경보를 보낼 만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녹조에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비염 또는 두통을 겪었다는 증거는 많다면서 잠재적인 건강 위험에 대해서는 분명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녹조 발생 지역의 2km 이내에 있다면 고품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동은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느 정도의 농도가 호흡기를 통해서 들어와야지, 또 어느 기간 동안 노출되어야지 문제가 생기는지, 그리고 건강에 위해가 되는지는 지금부터 많은 기관에서 같이 추적하면 충분히 입증할 수 있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 녹조가 이렇게 너무 심한 시기에는 국민들이 그런 위험한 환경에서 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서둘러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y
촬영오준식 정형민 신영철 김희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편집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