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독립성’ 포기, 이사회는 ‘방송’ 포기

2014년 05월 30일 20시 41분

KBS 양대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미 보도본부의 거의 모든 부장과 팀장,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노조 파업으로 인한 방송 파행은 뉴스 뿐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곧바로 확산되고 있다.

KBS 양대 노조는 이미 지난 5월 28일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 표결을 연기하거나 부결시키면 다음 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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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처리 선거 이후로 연기

KBS 이사회는 노사에게 일정 기간 숙려 기간을 주면서 이사들이 설득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해임제청안 처리를 연기하고 지방선거 이후인 6월 5일 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1.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으로 인한 독립성과 신뢰성 하락 2. 제작거부와 총파업결의, 각계의 퇴진요구로 인한 직무 수행능력 상실 3. 세월호 오보 등 부실한 재난보도와 방송파행 4. 지난해 사업 수익 274억 원 적자 등 경영 실패>를 해임제청 사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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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는 모두 11명 정원으로 6명이 찬성을 해야 가결되지만 이사진 구성은 여당 추천 이사가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합의를 잘 이루지 못하는 전례가 많다. 하지만 이날은 여당 추천 이사지만 전임 방송학회장을 역임한 최양수 이사가 해임안에 일부 찬성 의견을 밝혀 이사장을 제외하고 5대 5로 찬반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양수 이사는 야당 이사들이 제안한 사유 가운데 3가지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이미 KBS의 방송 파행 상황을 볼 때 사장이 직무 수행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여 일부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KBS 사장의 해임 여부는 캐스팅보트를 쥔 이길영 이사장의 결정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길영 이사장은 2007년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 등 보수 정치 성향이 짙어 사상 초유의 방송 파행 속에서도 KBS 사장의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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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정치권 눈치보기”...최악 방송 파행 우려

이사회가 ‘해임제청안 재처리’ 일정을 지방선거가 끝난 뒤로 잡아 정치권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BS 뉴스가 심각하게 파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열쇠인 이사회마저 시간 끌기를 하고 있어 국가기간 공영방송인 KBS의 지방선거 취재와 보도는 물론 월드컵 방송의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 뉴스 보도에 개입한 정황이 총리의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으로 거의 사실로 인정된 상황. 사장이 열흘 넘게 기자들의 제작 거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마저 결정을 미루면서 KBS가 독립성 훼손에 이어 상당 기간 대국민 방송 서비스를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