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의뢰로 지방선거 여론조사 실시
2024년 11월 23일 11시 00분
-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사장 법인카드 내역 입수
- 사장은 정세균 총리 보좌관 출신
- 정치인 출신 사장, 여의도 사용 1200만 원
- 주말에 집 근처 중국집, 편의점 담배까지...한 달 370만 원
- 휴가 때 제주도서 교통, 숙박, 식사 비용 지출
- 지인 선거운동에 가서 식대 지출
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법인카드로 가족 여행 비용, 개인 정치 활동 비용을 충당하고, 심지어 상습적으로 담배까지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적 용도로 사용한 금액을 업무 목적인 것처럼 허위로 관련 서류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장은 1년에 4천만 원 가량 법인카드를 사용하는데, 공기업 공시 사이트에 업무추진비라고 공개한 것은 수백만 원에 불과했다. 업무 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가 사실상 ‘또 하나의 월급’이었던 셈이다.
뉴스타파는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쓴 법인카드 상세내역을 입수했다. 대략 2년 치였다. 입수하기 쉬운 자료는 아니다. 기관장 카드내역이 기자에게 노다지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 누가 법인카드를 허투루 쓸까. 더구나 사장은 이른바 ‘정치권 낙하산’ 아닌가. 야당도 있고 국정감사도 있는데 조심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도 적어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놨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분석해 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의심스러운 내역 투성이었다. 주말 사용은 기본이고, 자택 근처 사용도 많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용 내역도 꽤 있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코레일(철도공사)이 지분 89%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다. 코레일로부터 승차권 판매, 주차장 등을 위탁 받아서 운영하는 회사다. 직원은 2천 명 가량, 매출은 천억 원 정도. 작은 회사는 아니다.
모기업 코레일과 마찬가지로 코레일네트웍스도 정치권 낙하산이 사장과 임원을 하는 게 관례다. 2018년 임명된 현 강귀섭 사장(10대)은 정세균 총리의 보좌관 출신이다. 하석태 현 교통사업본부장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유세본부장을 지낸 인사다. 2016년과 2018년 두 번 사장을 지낸 박율근 씨는 친박계로 분류되던 홍사덕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4대, 6대 이가연, 김오연 사장은 각각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출신이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사장 연봉은 1억 2~3천만 원 가량이고, 기사와 차량이 제공된다. 그리고 법인카드를 쓸 수 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법인카드 이야기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법인카드 내역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약 20개월 사용분이다. 대부분 밥값과 술값 등이었다. 전체 금액은 7천 4백만 원. 한 달에 37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1년에 약 4천만 원을 썼다.
지난 4월 전북 진안군수 재선거가 있었다. 여기에 정세균 총리 보좌관 출신인 고준식 씨가 예비후보로 나왔다. 1월 4일 고 씨의 출판기념회가 진안에서 열렸다. 토요일이었다.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사장도 정세균 총리 보좌관 출신이다. 강 사장은 정 총리의 친서를 들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고 당시 언론들은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강 사장은 법인카드 부정 지출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했지만, 정세균 총리의 친서를 들고 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언론이 오보를 했다는 게 강 사장의 주장이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저녁 6시 24분 강 사장은 진안의 식당에서 41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그리고 25분 같은 식당에서 40만 원을 결제했다. 흑돼지 삽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진안을 오가는 교통비도 모두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법인카드정산서에는 ‘CEO 현장경영활동’이라고 적혀있다.
강 사장은 진안에서 고깃값을 계산하고 6분 뒤 관광회사에서도 176,000원을 결제했다. 확인해보니 이 관광회사는 서울 특급호텔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동일한 법인카드로 진안에서 고깃값을 계산한 직후 곧바로 서울의 호텔비를 결제했다는 얘기다. 관광회사 지출 명목은 ‘경영지원실 워크숍 격려’로 돼 있다. 물론 경영지원실은 이날 특급호텔에서 워크숍을 하지 않았다. 법인 카드에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의외로 단순한 트릭이었다. 답은 뒤에 나온다.)
강 사장은 지난해 여름,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했다. 항공권과 식비, 숙박비 등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법인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104만 원. 코레일네트웍스는 강 사장의 제주도 방문을 ‘CEO 신사업 벤치마킹’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철도가 없다. 코레일네트웍스와 사업적으로 연관이 있기 어렵다.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일까.
강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에는 한 번에 40만 원이 넘는 택시 요금부터 편의점 4,500원 지출까지 다양한 지출이 포함돼 있다. 고액의 택시비는 주로 주말 심야 시간대에 지출됐다.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밤 11시 30분에는 택시비 41만 원이 결제됐고, 같은해 9월 2일 월요일 새벽 1시 48분에는 택시비 34만 원이 결제됐다.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정확하게 4,500원만 결제된 내역은 모두 21번이다. 강 사장은 흡연을 한다.
강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은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라는 회사가 이름대로 전국에 네트워크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사용처가 밀집된 곳이 보인다.
위 지도에서 파란 원은 코레일네트웍스 본사가 있는 서울 용산. 회사 근처니까 이건 당연한 일이다. 검은 원은 여의도다. 강 사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여의도에 인맥이 많을 것이다. 여의도에서만 1,200만 원을 지출했다. 대부분 한우, 회 등 맛집들이다. 이 지출이 회사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정치인 강귀섭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아래쪽 붉은 원은 광명이다. 광명에서의 사용내역은 독특하다. 총 30번을 사용했는데 23번이 주말과 공휴일에 사용됐다. 주로 중국집, 슈퍼, 정육점 등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귀섭 사장의 자택이 광명에 있다. 사용처들은 강 사장이 사는 아파트 상가 등에 밀집해 있었다.
강귀섭 사장에게 법인카드를 왜 이렇게 사용했는지 물었다. 강 사장의 답변을 정확하게 전달하게 위해서 가급적 답변을 그대로 살려 문답을 재구성했다.
⚪ 기자: 담배를 법인카드로 산 이유는 무엇입니까?
⚫ 강귀섭 사장: 제가 개인카드가 없습니다. 담배 사러 갔는데 돈이 없다 그러면 (법인)카드로 그냥 긁었어요. 4500원 짜리를. 부적절하다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휴일에 집 근처 중국집 등에서 사용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걸 내가 직원들하고 먹었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식구들하고 먹은 거 맞아요. 그런데 내가 인식하는 거는 일요일날 우리 애들이 짜장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법인 카드로) 시켜주는 게 안 된다고 얘기하면 저는 할 말이 없어요. 애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시키는데 아빠가 돈 없으니까 엄마한테 내라고 해라 이러는 것이 소위 말하는 내 성미에 안 맞더라 이런 얘기예요. 그건 잘못했다고 얘기하면 잘못한 거죠.
⚪ 월급을 받지 않으십니까?
⚫ 아니 그러니까 제가 신용카드를 안 쓴다고 그랬잖아요. 신용카드를 안 쓰기 때문에 나한테 유일하게 있는 카드는 회사 법인카드예요.
⚪ 지인 출판기념회 참석차 진안에 갔을 때 지출은 회사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서 정세균 의원 모실 때 16년을 거기서 활동을 하면서 거기 사람들을 많이 알아요. 군수 출마한 친구 출판기념회 한다고 해서 제가 갔어요. 갔더니 이런 저런 사람들이 많이 오셨어요. 그런데 제 기분에 오래 전에 알던 사람들인데 밥도 한번 안 먹이고 보내는 건 인간적이지 않다고 판단해서…
⚪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쓰면 되지 않습니까?
⚫ 제 돈이 있었으면 모르지만 없었으니까. 있는 건 법인카드밖에 없으니까 그걸로 계산했었고.
⚪ 사후에 회수 처리 하셨나요?
⚫ 법인카드 쓴 게 잘못된 거라는 인식을 안했던 거고 그래서…
⚪ 제주도 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처리한 이유는요?
⚫ 저는 휴가라는 게 회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일이라고 제 인식 속에서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휴가를 가는 게 왜 사적 영역이냐고 나는 인식을 못하고 있었어요.
⚪ 그럼 코레일네트웍스 직원들도 휴가 가서 법인카드 사용해도 되나요?
⚫ (인터뷰에 동석한 간부 직원에게)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안되는 거지? (직원: 그런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는 각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가 총액으로 공개돼 있다. 20개월에 7천4백만 원, 한 달에 370만 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한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의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공개가 돼 있을까. 확인해 보니 2018년에는 350만 원, 2019년에는 7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공개돼 있었다. 실제 법인카드 사용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만 적혀있다는 말이다.
코레일네트웍스 김덕중 경영혁신처장은 임원에게 배정된 예산에는 회의비, 공직수행비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업무추진비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항목을 쪼개서 외부적으로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셈이다. 김 처장은 다른 기관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십억 씩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하지만 최근 실적은 사상 최악이다. 2018년 영업이익은 5천만 원에 불과했고, 2019년에는 3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내부 직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지도 못하면서 자기들 그 비용 같은 것들을 회사에서 처리하려고 하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회사가 지금 침몰하고 있어요. 진짜 완전 침몰하고 있어요. 지금. 올해도 뭐 수십억 적자 날 거로 예상하고 있고, 2-3년 안에 자본잠식 날 거예요. 아마.”
취재를 하면서 만난 다른 직원들은 의외의 말을 했다. 간부 직원 B씨는 “전임 사장들은 더 심했다. 강귀섭 사장은 아껴 쓴 편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 C씨는 “강귀섭 사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다른 임원들의 낭비가 더 심하다’고 했다.
강 사장은 1월 4일 전북 진안에 지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고깃집에서 81만 원을 ‘쐈다’. 법인카드로. 그런데 고깃값을 계산하면서 동시에 서울 특급호텔에서 숙박비를 결제했다. 공식적인 명목으로는 진안 고기는 ‘CEO현장경영활동’, 서울 호텔은 ‘경영지원실 워크숍 격려’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사장은 ‘쿨하게’ 답변했다. 진안에 있을 때 친척이 서울에 방문을 했는데, 자신이 숙소를 잡아줬다는 것이다. 카드 결제는 전화로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강 사장 법인카드 정산서는 허위였다.
취재 | 김경래 |
촬영 | 정형민 오준식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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