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와 차별, 망각...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얼어붙은 길 위에 있다
2024년 11월 19일 11시 38분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 진압에 동원된 공수부대와 현지 한국 업체가 긴밀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나와 캄보디아 사태에 한국이 개입됐다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프놈펜 경제특구의 한국업체 ‘약진통상’ 앞에서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911 공수부대의 한 전직 대원은 911 공수부대와 약진통상이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고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공교롭게 이 부대는 약진통상 공장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
콩 아팃 캄보디아 노동조합 총연맹 사무총장도 취재진을 만나 “캄보디아에서는 보디가드, 즉 정부 쪽 백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911 공수부대는 약진통상의 보디가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약진통상 측과 우리 외교부는 이런 유착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파업 참가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지 한국업체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캄보디아 의류생산자협회(gmac)의 한국인 이사는 한국 기업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캄보디아 봉제협회에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 소속의 다른 한국 기업 관계자는 강하게 말한 것은 중국기업들이었지만 한국기업도 협회에서 다른 외국계 기업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6일 뉴스타파 취재진이 약진통상이 있는 ‘프놈펜 경제특구’를 찾았을 때 이곳은 겉으론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복귀했고, 조업이 재개됐다. 얼마전 일어났던 폭력 진압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공장 출입구엔 파업에 참가하지 말라는 캄보디아 노동부의 경고문이 붙어있고, 군인들이 여전히 경계를 서고 있어 긴장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최저임금을 월 80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시작된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파업은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전혀 비뀌지 않았다.
고된 노동을 마친 이들을 기다리는 건 한국의 60년대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 쪽방이다. 집세를 아끼기 위해 보통 4,5명의 노동자들이 두 평 정도의 방에 함께 지낸다. 한 의류 공장 노동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하면 한 달에 겨우 120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30년 가까운 독재 체제 하에서 살인적 저임금으로 캄보디아의 수출 1위 산업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 이들의 비극에 싼 임금을 찾아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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