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튜브서 봤는데"...공개 토론에서 '부정선거' 추종 발언

Dec. 13, 2024, 05:57 PM.

Dec. 13, 2024, 05:57 PM.

뉴스타파는 12.3 윤석열 내란 직후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는 현장 영상을 최초로 보도했다. 이후 계엄군이 선관위에 간 이유를 계속 추적해왔다. 이는 일각에 만연한 '부정선거' 음모론의 뿌리를 추적하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앞서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가 만든 '부정선거 대책문건'을 공개했고, 실제로 캠프가 대책팀을 운용한 사실도 밝혔다. 이어 대선 유세 때 윤 대통령이 "선관위가 썩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한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그분(대통령) 머릿속은 온통 유튜브 뿐"이라면서 국정원 정보보다 유튜브를 더 믿고 있다고 설명한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12일, 드디어 윤 대통령 본인 입에서 '부정선거'란 단어가 나왔다.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그는 “(선관위에) 지난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라며 내란을 저지른 동기를 설명했다. 
극우 유튜버가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현직 대통령이 그대로 믿고 따르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정선거' 발언은 느닷없이 나온 게 아니었다. 대선 경선 후보 시절에도 그는 '부정선거'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부정선거 관련 정보를 "유튜브에서 보거나 들었던 것 같다"는 말도 꺼냈다. 

공개 토론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추종한 윤석열..."유튜브서 봤다" 

윤 대통령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후보 방송 토론에서 검찰총장 시절부터 부정선거, 특히 사전투표 조작에 대한 의혹을 품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저도 총장 시절에 4.15 총선을 그 결과를 지켜보고 아까 말씀하신 대로 우리 황 후보님께서 출마하셨던 그 종로구에 동별로 비율이 거의 막 비슷하게 나오는 거라든지 또는 관외 사전투표의 비율이 아주 일정하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좀 통계적으로 볼 때도 좀 의문은 가졌습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후보(2021.9.16.)
2021년 9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모두 6차에 걸쳐 실시된 경선 후보 토론에서,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사전투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날 언급한 오스트리아나 독일 사례는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오스트리아는 우편으로 보내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부정이었고, 독일은 전자 개표에 문제가 있어서 수(손) 개표와 전자 개표를 병행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종이 투표, 즉 실물 투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수 개표와 전자 개표를 병행하고 있다. 
글쎄 뭐 문제가 있다면, 약간의 문제만 있어도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도 대법원 판결로 대선도 다시 치른 적이 있고, 그런 문제 때문에 독일에서도 연방헌법재판소가 이걸 위헌 판결을 내렸어요. 독일은 지금 제가 알기로는 없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중략)저희가 선거의 공정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에 향후에 그런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이걸 계기로 해가지고 또 이 선거에 의혹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혹 자체가 안 생기도록 더 철저하게 선거 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후보(2021.10.1.)
나흘 뒤 경선 토론에서 윤 대통령은 유튜브를 통해 '부정선거' 정보를 접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콩고에서 한국산 전자투표기를 이용해 부정선거를 치렀다는 주장은 극우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다.
석 달 뒤, 본선 후보가 된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유세 연설에서 "선관위가 곪아터지고 멍든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선관위 썩었다" 윤석열 발언 공개... '부정선거' 대책단도 만들었다)  
□ 황교안: 콩고에서 한국산 전자투표기를 사용하는 것은 역효과가 될 수 있다. 이러면서 공개 경고한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 윤석열: 글쎄, 얼핏 뭐 어디 유튜브 같은 데서 한 번 들은, 본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국민의힘 2차 대선 예비경선후보 방송토론 6차(2021.10.5.)

국정원 선관위 서버 점검도 '윤석열' 지시 가능성...국민 앞에서 점검 결과 '거짓말'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조사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해킹 위협을 근거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2023년 10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관리가 부실하고,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선관위 보안관리에 대한 국정원의 조사결과 보고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는 말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국정원은 선관위 서버가 북한으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해킹 가능성만을 언급한 건데 국정원의 점검은 기존의 보안 방화벽을 모두 없앤 채, 가상 상황에서 해킹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대문을 다 열어놓고, 도둑을 맞이한 것과 같다. 선관위 서버가 뚫리려면 내부자가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동시에 실물 투표 용지까지 모두 바꿔치기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 정보를 믿지 않는 이유는 극우 유튜브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있고 때문이란 게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었다.(관련 기사 : 국정원 고위 관계자 "대통령은 국정원보다 유튜브를 더 믿었다")

종양처럼 정치권으로 퍼진 '부정선거' 음모론...군대 동원한 내란으로 이어져 

'부정선거론'은 일부 극우 유튜버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전현직 정치인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민경욱 전 의원이다. 
황 전 총리는 12일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맨 처음에는 음모론이니 뭐니 뭐 당에 들어오지도 마라 뭐 이런 말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의 팩트로 밝혀졌어요. 팩트로 밝혀졌다는 것이 지난번에 우리 당대표 후보로 4명이 나왔는데 그 중에 세 명이 부정선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경원 의원 같은 경우는 김민전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내는데 거기 공동 발의를 했어요. 같이 서명을 했어요. 이렇게 이제 당이 옛날에는 말만 꺼내면 음모론이니 하다가 인제는 뭐 완전 바뀌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은 유력 정치인들을 통해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현직 대통령은 국정원 보고마저 무시한 채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했다. 그 대통령은 급기야 선관위 서버를 조사해야 한다며 군대를 선관위로 보냈다.
이것이 뉴스타파가 취재한 12.3 윤석열 내란, 선관위 점령 사태의 숨겨진 전말이다. 
By
영상취재정형민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