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연루 김건희 계좌, HTS로도 거래했다

2022년 02월 24일 15시 47분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 분석 결과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전방위적으로 연루되었다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윤석열 후보 측이 부분적인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윤석열 후보 측이 새로 내놓은 해명에도 모순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 측은 새로 드러난 4개 계좌 가운데 하나인 미래에셋 계좌에 대해, 선수에게 맡긴 것이 아니라 모두 김건희 씨가 전화로 직접 주문해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좌를 ‘선수가 직접 운용한 것’이라고 분류한 검찰의 범죄일람표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확인 결과 윤석열 후보 측의 해명과 달리 범죄일람표상 김건희 씨의 미래에셋 계좌 내역에는 HTS로 주문한 내역이 35건이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 후보 측의 다른 해명에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여러가지 발견됐다.

해명과 달리 미래에셋 계좌서 HTS 거래 35건

오늘 (24일) 오전 국민의 힘 이양수 수석 대변인은, 지난 21일 뉴스타파 보도와 그에 이어진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해 긴 입장문을 내놨다. 요지 중 하나는 뉴스타파가 범죄일람표에서 새로 발견한 4개 계좌 가운데 하나인 미래에셋 계좌는, 선수에게 맡긴 것이 아니라 김건희 씨가 직접 운용한 계좌라는 취지다. 그 근거로 "모든 거래를 전화로 주문했다"는 점을 들었다.
범죄일람표3에 나와 있는 2010년 10월 28일부터 2011년 1월 5일까지 거래된 김건희 대표 계좌는 미래에셋대우 계좌(XXX-XXXXX0040)입니다.
그 거래내역은 모두 김건희 대표가 미래에셋대우 지점 직원에게 직접 전화로 주문하였습니다.
김건희 대표가 미래에셋대우 지점 직원에게 전화로 “얼마 선에서 몇 주 정도 사 달라”는 식으로 주문하면 그 직원이 영업점 단말기로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미래에셋대우 녹취록, 영업점 단말기 IP주소는 검찰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김건희 대표로부터 전화 주문을 받고 직접 거래한 담당 직원도 특정되므로 사실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래금액은 모두 김건희 대표 자금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 측 입장문 중 (2022.2.24)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를 확인한 결과, 이양수 대변인이 언급한 미래에셋 계좌의 거래 내역에서 HTS, 즉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한 거래가 35건 발견됐다. 
김건희 씨의 HTS 주문 내역은 가장매매와 통정매매를 정리해놓은 범죄일람표 1에 나온다. 2010년 11월 3일 김건희 씨 계좌에서는 8만 7천여 주를 매수했다. 주가조작에 참여한 다른 사람의 계좌에서 나온 물량이었다. 두 차례에 걸쳐 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한 번은 상대방이 매도 주문을 낸 지 43초 뒤,  다른 한 번은 32초 뒤에 김건희 씨 계좌에서 매수 주문이 나왔다. 검찰이 이 거래를 통정매매로 본 이유다. 그런데 이 거래는 HTS를 통해 이루어졌다. 
HTS를 통한 거래는 그 뒤로도 계속 나온다. 11월 4일에는 HTS를 이용해 8만 8천주를 매수했고, 11월 9일에도 역시 HTS로 5만여 주를 매수했다. 그리고 11월 23일에는 HTS로 4만 2천여 주를 매도했다. 11월 24일에는 만 2천여 주, 12월 13일에는 3천여 주를 HTS로 매도했다. HTS를 이용해 거래한 것은 이 6일 동안 모두 35차례, 거래량은 28만 3천 722주다. 검찰은 이 거래들을 모두 ‘통정매매’ 즉, 주가조작세력끼리 짜고 물량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조종하는 거래로 봤다. 
윤석열 후보 측 해명대로 김건희 씨가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고 모든 거래를 직접 전화로 했다면, 이 35건의 HTS 거래는 대체 누가한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만약 검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대로 이 계좌를 주가조작 선수에게 맡긴 것이 맞다면,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선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물론 공인인증서까지 넘긴 것이 된다.   

전화로는 주가조작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후보 측은 계속해서 "전화주문으로는 주가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화주문으로는 주가조작이 불가능하고 김건희 씨는 전화주문을 했으니 주가조작과 무관하다는 3단 논법이다. 
“김건희 대표 거래는 전화 녹취를 남기고 증권사 직원이 단말기로 거래하는 구조입니다. 애초에 시세조종에 가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 입장문 중(2022.2.23)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윤석열 후보도 이미 인정한 것처럼 김건희 씨는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선수 이 모 씨에게 맡겼다. "전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권한"만 넘겼다고 윤석열 후보가 직접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씨는 이 "전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권한"만을 활용해 김건희 씨의 계좌로 여러 차례 시세 조종성 거래를 했다.
예를 들어보자. 범죄일람표 1번의 첫 번째 줄에는 김건희 씨 계좌의 거래내역이 나와있다.  2010년 1월 12일 10시 41분 27초, '도00', 즉 김건희 씨의 계좌를 통해 1,000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이 거래는 영업점 단말, 즉 전화주문에 의한 거래였다. 
약 3분 뒤인 10시 44분 32초에 다른 사람의 계좌로부터 1,000주의 매도 주문이 나왔다. 1,000 주 가운데 511주가 체결됐다. '혐의군'이라는 항목을 보면, 둘 다 바00군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주가조작 선수 이 모 씨가 직접 운용하는 계좌라는 뜻이다. 이 거래는 HTS를 이용한 거래였다. 
정리하면,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자신이 운용하던 김건희 씨의 계좌에 대해서는 전화로 매수 주문을 내고 3분 뒤 자신이 운용하던 다름 사람의 계좌에서 HTS를 통해 같은 물량의 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검찰이 이 거래를 통정 거래로 본 이유다. 
즉 통정 거래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것은, 해당 계좌가 같은 주가조작세력에 의해 운영되는 계좌인지 여부와 주문 시간, 주문량, 시세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따지는 것이지 전화주문이냐 HTS 주문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화 주문으로는 주가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윤석열 후보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범죄일람표1에서 김건희 씨 계좌로 이루어진 106건의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가운데 '영업점 단말', 즉 전화 주문으로 이루어진 통정거래는 71건에 이른다.  

범죄일람표상 통정매매는 모두 엉터리?

미래에셋 계좌를 김건희 씨가 직접 운영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범죄일람표1에 나온 통정매매를 "모두 엉터리"라고 주장한 윤석열 후보 측 입장도 사실과 다르다. 
범죄일람표 1에서 김건희 대표 계좌를 통정매매로 분류한 것도 모두 엉터리입니다. B씨군에 속한 ‘김건희 대표 계좌’와 ‘다른 사람 계좌’간 거래를 모두 ‘B씨가 혼자서 거래한 것’으로 보고 ‘통정매매’로 잘못 분류한 것입니다. 김건희 대표와 B씨는 각자 거래한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 입장문 중 (2022.2.24)
설령 윤석열 후보 측이 주장한대로 미래에셋 계좌를 김건희 씨가 직접 운영했다 하더라도, 김건희 씨 계좌를 통해 이루어진 통정매매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건희 씨 계좌로 이루어진 106건의 통정매매가 모두 선수 B씨가 관리한 미래에셋 계좌와 연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6건 가운데 55건은 미래에셋 계좌가 아니라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통해 이루어졌다. 윤석열 후보 스스로 인정한 '선수 이 모 씨에게 맡긴 계좌'다. 따라서 여전히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통한 주가조작 행위는 해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셈이다. 

하루에 한 번꼴 주문? 다른 계좌 포함하면 하루 평균 18회

윤석열 후보 측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런 주장도 펼쳤다. 
기사 내용에는 2010년 1월 ~ 2011년 3월까지 14개월간 시세조종성 주문이 284차례 있었다고 나옵니다. 그 내용도 사실과 다르지만, 하루에 한 번꼴도 되지 않는 주문 내역으로 어떻게 주가를 올릴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 입장문 중 (2022.2.23)
그러나 “주문 내역이 하루에 한 번 꼴도 되지 않는다”는 이양수 대변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주가 조작은 김건희 씨 계좌 5개만 가지고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는 무려 157개다.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이 계좌들을 통해 이루어진 주문은 이양수 대변인 말처럼 284회가 아니라 5,574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가 479회, 허수매수, 고가매수, 물량소진 주문, 시종가관여 주문이 5,095회다. 같은 기간 거래일은 모두 311일, 따라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의 하루 평균 주문 횟수는 18회다. 주가조작세력이 매일 매일 작전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작전을 한 날만 따지면 평균 횟수는 수십 회일 것이다. 도이치모터스처럼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가격을 조종하기에는 충분한 횟수다.

'검찰공화국' 공약 내걸고 검찰에 선택 강요

윤석열 후보는 지난 2월 14일 검찰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검찰·경찰에도 부여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등이다. 모두 검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약화하고 검찰권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약들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에 대해 "검찰공화국을 부활시키는 역주행 공약"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보수지인 동아일보마저 사설에서 "대놓고 '검찰공화국' 선언인가"라며 비판했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은 약화됐지만 검찰은 견제를 받지 않아 검찰공화국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지휘권마저 없어지면 검찰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 된다. 대통령들을 상대로 해서까지 직권남용죄를 마구 적용하는 검찰이지만 그런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고 있는가.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로 남고자 한다면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중 (2022.2.16)
그런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아내 김건희 씨의 범죄 의혹이 보도되자, 그 근거가 되는 범죄 일람표의 '오류'를 바로잡으라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자칫하면  '검찰 공화국' 공약의 수혜자가 될 검사 후배들에게 '줄을 서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검찰은 즉시 김건희 대표 명의 미래에셋대우 계좌(XXX-XXXXX0040)를 운용한 주체가 김건희 대표라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2년 넘게 수사했는데 김건희의 위 미래에셋대우 계좌의 운용 주체가 김건희인지 B씨인지를 착각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수사팀이 오류를 알면서도 그대로 둔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가 될 것입니다.
(중략)
2년간 수사하고도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큰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민주당에 자료를 제출한 검찰도 이 대형 오보 사태를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 측 입장문 중 (2022.2.24)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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