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피즘, 협상 테이블 위에 멀리건은 없다
2024년 11월 15일 16시 00분
지난 3월 13일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자금난으로 사실상 부도처리됐다.
뉴스타파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부도 사태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용산구 이촌동 주민들의 상황을 집중 취재하고, 사업이 파국을 맞게 된 원인을 진단했다.
뉴스타파가 용산구 이촌동 대림아파트 638세대를 상대로 아파트를 담보로 한 부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는 세대는 모두 391세대로 나타났다. 10집 가운데 6집은 빚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용산구 아파트 평균 시세인 3.3제곱미터 당 2200만원을 적용해 이 아파트 시세와 대출금을 비교해보니 모두 21세대가 시세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끼고 있었다.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아파트 시세를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들도 무려 47세대나 됐다.
취재진은 또 과도한 빚으로 자신이 거주하던 대림 아파트를 경매로 날리고 바로 옆 월세 30만원짜리 연립주택에 살게 된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기막힌 사연도 소개한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성 시가지를 용산 철도 창고창 부지와 함께 개발하려 한 서울시(당시 시장 오세훈)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시장의 개인 치적을 위해 신축한 지 10년도 안된 아파트들까지 모두 허물고 다시 지으려 했던 발상 자체가 편법이었다고 비판했다.
2013년 3월. 허름한 아파트 단지에 찬바람이 붑니다. 저기 가서 불 질러 버리겠죠." "안되면 용산 참사 또 일어나는 거예요." 원망과 분노도 보입니다. "그 XX 뒈져야 돼. 빨게 벗겨서." 그 이면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환상도 있었습니다. "한 집 당 30억 이익이 있다." 지난 3월 13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자금난으로 사실상 부도가 났습니다. 부동산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지역 주민들의 회한만이 남았습니다. 용산이 개발된다는 풍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즈음. 당초에는 코레일이 철도 정비창 부지만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오 전시장은 자신의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용산 국제업무지구사업을 결부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서부 이촌동의 아파트와 연립주택 2200여 가구도 개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장성열 / 서부이촌동 주민] "원래는 그 저 코레일 자체만 이제 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 시장이 어떤 정치 야망이라던가 이런거 때문에 우리가 집을 지어달라 한 적도 없고 이것을 한강 르네상스나 이래가지고 이걸 같이 편입해서 넣었단 말이에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의 도시계획을 한강 중심의 계획으로 새로 짜고, 장기적으로는 서울을 쾌적하고 매력적인 수변도시로 재창조하고자 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이미 꼭지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 많았지만 오 전시장이 설파한 장밋빛 환상은 쉽게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이었습니다. 67조 원의 경제효과와 35만 명의 새 일자리. 31조 원이 들어가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 100층 높이의 랜드 마크 빌딩을 비롯해 40층 이상 초고층 빌딩만 19개. 꿈같은 도시가 금세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기대감에 아파트 값이 폭등했습니다. 기획 부동산들도 몰려들었습니다. 한바탕 큰 장이 섰습니다. [이희자 / 서부이촌동 주민] "이거 있잖아. 해도 안 들어오는 지하, 이거 6억 5천, 5억 6천 이리 다 팔고 집 다 비어있어." [홍주표 / 서부이촌동 주민] -깔고 앉은 땅이 네 평, 세 평인데 그걸 10억까지 팔고 나간 사람이 있어요. 보통 5억을 받았다고요." '미래에 개발이 되면 땅값이 얼마는 갈 것이다'라는 가정아래 시작한 위험한 사업이었지만 당시엔 다른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박종민 / 서부이촌동 주민] "어느 날 밤에는 새벽 1시에 와서 지금 계약하자 해서 그 시간에 계약도 하고…" 그러나 처음부터 문제가 많은 개발 사업이었습니다. 당시로 따지면 신축된 지 불과 2년 밖에 안된 아파트도 개발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김남근 변호사 / 참여연대 집행 위원장] "이 것을 편법적으로 주변에 하천이 있다던가 고속도로가 있다던가 철도창 같은 것이 있으면 그런 철도창이나 하천을 정비한다 하면서 그 옆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거지를 편입시켜놓고 도시개발법으로 개발하는 편법이 과거 정부에 좀 있었습니다. 그 것은 누가 보더라도 편법적인 행정이긴 한데, 현행법상 불법이다라고 할 순 없는 거죠. 거기는 지어진 지 한 10년 밖에 안된 멀쩡한 아파트들도 있었거든요. 그런 것까지 다 허물어야하는 모순된 행정이 나타나게 됐던 것도 좀 편의적으로 기성 시가지 개발에 적용되지 않는 신도시 개발을 주로 하는 도시개발법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용산 지역구 국회의원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사업 실패의 책임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용산 개발을 결부시킨 오세훈 전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변호사로 활동중인 오세훈 전 시장은 뉴스타파의 공식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오세훈 변호사 여비서] "당분간 인터뷰 계획이 없으시다고 정중히 좀 거절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책임 있는 정치인은 입을 닫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은 현재형입니다. 용산 개발사업이 발표된 지 6년. 부동산 대박을 쫓은 사람들의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지난 2003년 이 지역 60제곱미터의 아파트를 2억 5천만 원 정도에 샀던 한 고등학교 선생님. [서부이촌동 주민] "집을 보러왔는데 너무 경치가 좋더라고요. 그런 조망권을 보고 무리해서 좀 구입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조금 좀 이게 자꾸만 지역이 개발이 지연되고…" 용산 개발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2007년. 2억 5천만 원에 샀던 아파트가 8억 원에 육박하자 이 교사는 또 한 번 투자를 결심합니다. 2007년에만 세 번에 걸쳐 무려 6억여 원을 빌려서 경기도 여주의 땅을 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4대강 사업에 귀가 솔깃했다고 합니다. [서부이촌동 주민] "그거 4대강 사업 때문에. 여주 그 중심으로 해서. 나중에 노후도 거기서 생활해야 될 거 같고, 그래서 해놨었는데 잘 안 되어가지고요." 돈이 모두 땅과 아파트에 묶이면서 결국 이 선생님은 지난 2011년 용산의 아파트와 여주의 땅을 모두 경매로 처분해야 했습니다. 현재는 월급까지 가압류가 들어온 상황입니다. 이 교사는 개인회생신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소유했던 아파트 바로 앞 월세 30만원의 낡은 연립주택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교직에 있지만 참 제가 법원에 가서 그 협의 이혼을 하긴 처음이에요. 제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지금 집사람은 지금 저 처갓집에 거기 가서 살고 있고요." 이 지역 주민들의 과도한 채무 문제는 이 교사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보상금이 곧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돈을 빌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 상당수가 빚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철수 / 서부이촌동 주민] -이자 갚으려고 융자를 땡기죠.그러면 원금 늘어나고 이자가 계속 늘어나잖아요. 지금 거의 포화상태죠." 이곳 주민들 대부분의 고민은 빚이었습니다. 빚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빚을 안고 사는 것인지 뉴스타파가 정밀 분석했습니다. 이 아파트 638세대 가운데 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세대는 모두 391가구. 10가구 가운데 6가구는 빚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10억 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가구도 16가구. 5억 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세대도 72세대나 됐습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가구별로 평균 3억 4천 8백여만 원을 빌렸습니다. 등기부 등본에서 확인된 전세권을 토대로 면적별 전세금과 대출금을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봤습니다. 이 아파트는 6년 동안 거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용산구의 평균 시세인 3.3제곱미터 당 2200만원을 적용해 봤습니다. 전용면적 60제곱미터 형이 6억 원. 84제곱미터 형이 약 7억 5천만 원. 126제곱미터 형이 9억 6천여만 원으로 계산됩니다. 이 시세를 기존의 대출금과 비교해보면 대출금만으로도 시세에 못 미치는 사실상 부도난 아파트가 21(스물 한)가구. 전세를 주고 있다는 가정아래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아파트의 시세를 초과한 이른바 깡통 아파트들은 무려 47(마흔 일곱)가구에 이르렀습니다. 빚을 갚고 나면 소유주에게는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빚을 갚고 나면 소유주에게는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법적으로 구제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김남근 변호사 /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법적으로만 따지면 본인의 판단에 의해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가 책임을 진다는 원칙에 의해 보상받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 빚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빚이 많은 사람들과는 입장이 다릅니다. 개발이 되어도 그만, 되지 않고 그냥 살아도 무방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습니다. [이희자 / 서부이촌동 주민] "우리도 손해 없고 사업자도 남아야 사업을 하는거지. 안 남고 사업을 어떻게 하냐고. 막 퍼줘 봤자 그거 다 나라돈이고 국민 세금이지 뭐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돈도 아니고.하늘에서 솟아난 돈도 아니잖아. 좋게 절충을 해가지고 했음 좋겠어요." 달도 차면 기울고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습니다.한없이 올라만 갈 것 같던 부동산 가격도 정점을 지난 지 오랩니다. 지가가 하락하고 사업성이 없어져서 사실상 부도위기에 처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부동산 천국 한국이 한순간에 빚더미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마지막 경고인지도 모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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