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보도 망친 윤두현 홍보수석 임명...언론 통제 심화되나?

2014년 06월 10일 18시 21분

KBS를 비롯한 언론 통제 핵심 당사자로 알려진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떠난 자리에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이 임명됐다. 윤 신임 수석은 기자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첫 출근 소감을 밝혔고 청와대도 그를 ‘소통의 적임자’로 소개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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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기자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윤두현 신임 홍보수석.

윤두현 신임 홍보수석은 YTN 자회사 사장과 보도국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홍상표 전 YTN 상무에 이어 두번째로 YTN 출신 언론인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한 것이다.

그러나 윤 수석의 오랜 행적을 잘 아는 YTN 내부 반응은 냉담하다. YTN 노조는 윤 수석이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으로 있는 내내 정부 입맛에 맞게 보도를 통제하고, 정치권과 친분 관계를 이용했던 자신의 지위를 유지했던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윤 수석을 발탁한 청와대가 한심하다는 제목의 성명도 내놨다.

‘한심한 청와대…기초 조사나 해봤는가?’  YTN 노조 성명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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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두현 홍보수석 임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YTN 기자들.

윤두현 수석이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으로 있으면서 YTN 보도의 암흑기가 본격화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사찰과 내곡동 사저 등 정권에 불리한 주요 기사는 빠지거나 축소됐고, 정부 비판 기사에 대통령 얼굴도 못쓰게 하는 일도 잦았다.

특히 지난 2012년 초 가짜 BBK 편지 관련 단독 보도 기사까지 작성됐지만, 윤두현 당시 보도국장이 ‘새로울 것이 없는 함량미달'이란 이유로 막았다. 결국 이 기사는 뒤에 한겨레 신문 등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특종을 생명으로 여기는 언론사에서 납득하기 힘든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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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두현 당시 보도국장이 막은 ‘BBK 가짜 편지’ 단독 보도는 다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YTN스튜디오에 나와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낸 것도 대표적인 왜곡 보도 사례다.

조 전 청장은 당시 방송에서 자기 변명으로 일관했고, 뉴스 가치가 있는 차명계좌와 관련해선 자세히 묻지 않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청장 출연 섭외는 윤두현 당시 보도국장이 식사 자리에서 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청장은 뒤에 징역 8개월이 확정됐고 최근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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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조사 다음날 YTN 방송에 출연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

편파 보도가 반복되면서 YTN은 눈에 띄게 경쟁력을 잃었다. 실제 시청률도 종편에 뒤지고 지난해부터 회사 수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때문에 노조는 윤두현 당시 보도국장을 배석규 현 사장과 함께 YTN을 망친 대표적인 인물로 지목했다.

TK 출신인 윤 수석은 동향 정치인들과의 지나친 접촉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표완수 전 YTN 사장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윤 수석이 이회창 총재 캠프 인사와 접촉하다 인사 조치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윤진식 당시 인수위 경쟁력강화 특위 부위원장과 당시 홍상표 보도국장이 윤 수석을 YTN 정치부장으로 기용하라고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수석이 당시 이명박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차관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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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완수 전 YTN 사장이 윤두현 수석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이를 거부하던 표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윤 수석은 결국 정치부장에 올랐고,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보도국장을 거치며 친정권 편파방송을 주도했다.

YTN 측은 윤 수석을 임명을 둘러싼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이고 과거 일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윤 신임 수석에게도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회의중이란 이유를 들어 답변을 피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YTN 편파보도를 주도했던 윤 수석 임명을 청와대가 권언유착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KBS 등 보도통제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이렇다할 반성이나 해명도 없는 태도를 미뤄볼때 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선언이 이미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대로된 검증도 없이 현직 언론인들이 비서관이나 대변인으로 직행해 언론을 장악하고, 그 뒤엔 다시 청와대를 등에 업고 방송사나 관련 기관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두고 ‘관피아’와 마찬가지로 ‘언피아’가 아니냐는 비판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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