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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수환 문자' 비위 언론인에 '면죄부'

2019년 03월 14일 19시 04분

뉴스타파가 공개한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에 대해 조선일보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사실상의 '면죄부'를 내렸다. 윤리위는 12일 낸 입장문을 통해 "본 위원회는 금번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일부 조선일보 재직기자들의 지난 행태는 언론인으로써 준수해야 할 기본적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례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금번 사태는 윤리 규범 정비 이전인 2013~2015년에 발생한 일이어서, 이에 대하여 윤리규정을 소급적용하여 어떠한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5일까지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휴대전화 문자 파일을 입수해 8회에 걸쳐 연속 보도했다. 이번 보도로 조선일보 등 유력 언론사 소속 언론인들이 금품과 향응을 받고 기사를 거래한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특히 언론인들이 기사 거래 대가로 홍보대행사 대표로부터 명품이나 전문의약품 등을 건네받고 자녀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 안팎에 큰 파문이 일었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인 1월 31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자체 노보를 통해 자사 간부들의 금품수수 의혹에 유감을 표명하며 엄정한 조사와 징계위원회 개최를 촉구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윤리위 개최를 결정한 바 있다.

“불이익 없다”...조선일보, 박수환 문자 언론인에 면죄부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5일까지 '로비스트'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휴대전화 문자 파일을 입수해 연속 보도했다. 사진 왼쪽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179명 중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8명이 박수환에게 금품 등 각종 편익을 제공받은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확인됐다. 특히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 등은 박수환을 통해 미국 항공권, 전별금 등을 받고 기사를 써주거나 삭제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영수 디지틀조선 대표는 수차례에 걸쳐 박수환의 기사 청탁을 들어줬다.

조선일보 윤리위는 자사 기자들과 관련된 뉴스타파 보도 내용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놨다.

이러한 사례는 조선일보에 대한 신뢰와 평판 훼손이라는 엄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이다…(중략)...이에 본 위원회는 조선일보의 경영진 및 편집책임자들 앞으로 금번에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밝혀진 일부 기자들의 윤리위반 행태에 대한 분명한 사실 확인 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을 요청한다. 과거의 일이긴 하나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추후 유사한 윤리규범 위반사례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함은 물론, 언론윤리 준수에 대한 조선일보의 의지를 다시금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 입장문(2019년 3월 12일)

 

▲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이들은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윤리위는 조선일보 윤리규정이 2017년 12월 정비된 것 등을 이유로 기사 거래 의혹이 제기된 8명의 언론인에 대한 징계 등 후속조치는 권고하지 않았다. 윤리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 ‘조선일보 윤리규범’과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정비했는데 송의달 기자 등의 기사 거래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2013~2015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계 “궁색한 변명” “범죄 행위”...조선일보는 침묵

윤리위는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 신중한 연구 검토를 거쳐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영국의 BBC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 윤리 규정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조선일보 윤리규범’ 및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정비한 바 있다”며 “또한 이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조선일보가 그 일차적 책무로 높은 수준의 언론윤리를 준수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2016년 10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 의혹이 터지자  ‘금품 수수 금지’ ,’부당 청탁 금지’ 조항 등이 담긴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언론계에선 이번 조선일보 윤리위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체 윤리 규정이 정비되지 않았던 시기의 일이라는 이유로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기사 거래를 한  당사자들에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언론 규범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반드시 처벌 또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 선에서 언론인들이 청탁과 뇌물을 받고, 기사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게 이해될 수 있나. 규범이 없다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일보의) 궁색한 변명이다. 언론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자체 윤리강령하고 관계 없이 명백한 잘못인데 이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조선일보 스스로 언론으로서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령이 없었다는 이유로 공정보도를 해치는 행위를 용인한다면 지금껏 조선일보가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보면 (기사 거래는) 업무 방해이자 일종의 범죄 행위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

한편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은 이번 윤리위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취재 : 강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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