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여수 상포지구 수상쩍은 돈거래...주철현 후보는 "검은 돈 없었다"
2020년 04월 11일 17시 32분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4년 여수시장 선거 경선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내기 위해 금품을 동원한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이와 비슷한 정치공작을 벌인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주 의원의 5촌조카 사위가 여수시장 후보 경선 당시 박모 씨를 매수해, 상대후보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이후 주철현 의원과 5촌조카 사위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공개되면서 정치공작은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녹음 파일에는 박 씨 사건 외에 또 다른 정치공작이 담겨 있었다.
5촌조카 사위 김모 씨가 “물론 가지치기를 하겠지만 양 씨 문제는 민감한 부분이니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 대목이다. 이 녹음파일에서 김 씨는 “자술서를 쓰고, 검찰 조사를 받은 양모 씨에게 A 씨가 200만 원을 줬다”면서 “검찰에 사실대로 말을 하네 마네하는 등 양 씨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 A 씨가 만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A 씨는 주철현 의원의 고교동창으로 당시 여수시장 후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최측근이다. A 씨는 박모 씨가 관련된 금품수수 신고 공작에서도 2억 원의 돈을 마련해 준 인물이다.
하지만 A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박 씨는 물론 양 씨에게도 돈을 준 적 없다고 부인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A 씨로부터 2백만 원을 받았다는 양 씨는 지난 2014년 10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여수시장 선거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모 씨였다. 이 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검찰에 신고할 당시 양숙자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이 씨는 “이미 다 끝난 일이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억울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 당시에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금품수수 신고자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 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이 씨는 “친구 B 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철현 씨를 시장으로 찍어달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로 주철현 후보를 적극 지지했으며 여고동창 B 씨와 함께 주철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이 씨는 주철현 후보가 아닌 상대 경선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고 일하는 대가로 1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선거 운동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씨는 상대 후보자의 부인이 선거 운동을 하러 왔는데 피트니스 센터 회원들에게 소개 시켜주기는 커녕 ‘인사만 하고 가시오’라고 말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상대후보 측은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달라며 이 씨에게 100만 원을 또 줬다.
그러나 이 씨는 A 씨, B 씨와 함께 금품수수 사실을 검찰에 신고한 뒤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 씨는 ‘여행을 갔다오면 모든 게 정리돼 있을 것’이라는 A 씨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이 이 씨를 더 조사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녹음 파일의 내용처럼 이 씨가 안절부절 못하고 사실대로 얘기를 하네마네 한 때가 바로 이 때다.
이 씨가 안절부절 못했던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 씨가 상대후보측으로부터 각각 100만 원씩 받은 때는 3월 초와 4월 초였는데 검찰에 신고한 4월 22일 당시에 이 씨는 이미 돈을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주철현 후보측 A 씨로부터 현금 200만 원을 받아 검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가짜 증거인 것이 탄로났다. 이씨가 원래 받은 돈은 5만 원권이었는데 검찰에는 1만 원권 200만 원을 증거로 제출했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게다가 이 씨가 두번째 100만 원을 받은 현장에는 이씨 외에 다른 여자 3명이 더 있었다. 이중 2명은 이씨의 친언니였다. 이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으면 함께 돈을 받았던 친언니가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검찰을 찾아갔다. A 씨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검찰조사에서 “A 씨가 ‘이번 사건을 검찰청에 제보하고 싶다. 한 번만 도와달라, 두고두고 그 은혜는 갚겠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겠다’고 설득했다”며 신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 씨는 선거가 끝나자 A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A 씨를 찾아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해주던지 매달 50만 원을 달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이 씨가 실제로 대가를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 씨는 A 씨의 설득으로 금품수수를 신고한 결과 선거사범으로 전락해 전과자 신세가 됐고, 벌금 300만 원과 추징금 200만 원 등 금전적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억울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 정치공작이 잇따랐던 이유는 여수지역의 경우 당내 경선의 승리가 바로 본선 승리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공작 내용을 알고 있던 주철현 의원의 5촌 조카 사위 김 씨는 주 의원에 대한 불만을 주변에 자주 드러냈다. 김 씨는 상포지구 관련 공금 횡령으로 지난 4월 실형을 받았다.
검찰 수사 자료에도 주철현 의원에 대한 김 씨의 험담이 그대로 수록돼 있다.
김 씨는 주철현 시장과 비서실장을 언급하며 “지들은 샤넬 산삼 안 받았냐”라는 비꼬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비서실장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누구 때문에 당선됐냐’며 위세를 부렸다.
김 씨와 김 씨의 동서간 대화 녹음 파일에는 김 씨가 주철현 시장을 ‘부정선거로 당선된 X’, ‘나 때문에 당선됐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뉴스타파는 상포지구 특혜가 여수시장 선거 공로자에게 베푼 전리품이었는지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취재 | 황일송 |
촬영 | 최형석 정형민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아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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