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보승희 의원, 자녀의 강남 입시학원 통학에 수행비서와 관용차 동원한 '현장 포착' ● 휴일에도 비서에게 자녀 학원 라이딩 지시...학원 마친 후 점심 식사까지 비서가 챙겨 ● 내연남 정정복 회장의 개인 행사에도 보좌진이 출동해 차량, 사진 촬영 편의 제공 ● 황보승희 의원은 "사적 이용 없었다"지만, 현장 영상엔 국민 혈세 낭비 모습 고스란히 찍혀
뉴스타파는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진과 관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현장을 추적했다. 주인공은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이다. 황보 의원은 자신의 딸이 서울 강남의 고급 입시 컨설팅 전문 학원을 오갈 때, 수행비서와 관용 차량을 동원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자신의 내연남이 개인적인 행사에 참여할 때도 보좌진 두 명을 축하 꽃 전달, 사진 촬영을 이유로 동원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월급은 국민 세금으로 나가고, 관용차의 렌탈 비용과 유류비는 정치후원금으로 지불된다.
황보승희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뉴스타파는 황보 의원의 전 남편 조성화 씨의 실명 공개 인터뷰를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황보승희 음성파일 "니(남편) 능력이 안 돼 남의 돈 받았다"). 보도 후, 황보승희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제기된 의혹도 있다. 황보 의원이 개인 사생활에 국회 보좌진과 관용차를 남용했단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황보승희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해명이 거짓말이란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현장을 포착했다.
지난 8월 2일 오전, 황보승희 의원이 관용차와 보좌진을 자녀의 입시 컨설팅 학원 등원에 동원하는 모습.
"보좌진 사적 동원 없었다"던 황보승희, 휴일에도 수행비서 불러내 딸 학원 라이딩
지난 8월 2일 오전 7시 50분, 황보승희 의원이 살고 있는 서울 당산구 오피스텔 앞에 그랜저 차량이 도착했다. 약 20분 후, 황보승희 의원이 딸과 함께 나타났다. 딸을 태운 차량은 30여 분 후, 서울 강남의 한 입시 컨설팅 학원에 도착했다. 3시간여 뒤, 학원을 마친 딸이 건물에서 나와 그랜저 차량을 몰고 온 남성과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이후 이들은 다시 차를 타고, 동국대학교 서울 캠퍼스로 이동했다. 이들을 기다리던 황보 의원은 그랜저 차량에 탑승한 뒤 또다시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랜저 차량은 황보승희 의원이 정치자금을 들여 운영하는 관용차, 운전한 남성은 황보승희 의원실 보좌진(비서관)이다.
사흘 뒤인 8월 5일 토요일 아침 8시. 같은 장소에 그랜저 차량이 또 등장했다. 이 날도 황보 의원은 딸과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취재진은 차량을 추적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사흘 전에 갔던 서울 강남 입시 학원이었다.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보좌진을 불러내 개인 용무를 해결한 것이다.
내연남의 개인적 행사 때도 보좌진 동원해 차량 및 사진 촬영 편의 제공
황보승희 의원이 이혼하기 전부터 만났던 내연남은 정정복 서융그룹 회장이다. 그는 부산 지역의 유명한 부동산 사업가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역임한 후 탈당했고, 2020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 때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정 씨는 지난달 기자와 만났을 때 여·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정치 인맥을 자랑했다.
지난 5월 24일, 정정복 씨가 서울에 올라왔다.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TV조선이 주관하는 ‘2023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 시상식에서 사회책임경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수상자 46명 중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강성태 부산 수영구청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정치인도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시상식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그런데 정 씨가 상패를 받을 때 꽃다발을 건네는 남성이 눈에 띄었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황보 의원의 딸을 강남 학원에 태워다 준 황보 의원의 국회 보좌 직원이었다. 황보승희 의원실의 또 다른 여성 비서관도 시상식에 와서 정 씨의 사진을 찍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황보 의원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본인이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 두 명의 보좌 직원을 보내 내연남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황보승희 의원은 내연남의 개인 행사에도 국회 보좌진을 동원했다. 황보 의원 딸의 입시 학원 등하원에 동원된 국회 보좌 직원(왼쪽). 상을 받는 황보 의원 내연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같은 직원의 모습(오른쪽).
현장 영상으로 확인한 국회의원 정치자금 오·남용 실태...국회 윤리위원회가 조사해야
앞서 뉴스타파는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와 함께 2022년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 보도했다. 황보승희 의원의 경우, 서울에서 의정 활동을 하던 시각에 부산에서 차량 유류비가 결제된 사례가 13건이었다. 내연남 정정복 씨가 황보승희 의원의 관용차량을 타고 다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황보 의원은 SNS를 통해 '본 의원 없이 내연남이 관용차를 탄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후 황보승희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이 같은 '관용차, 보좌직원 사적 이용'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뉴스타파의 현장 추적 영상을 보면, 황보 의원의 해명이 '거짓말'에 가까워 보인다. 그는 탈당과 불출마 선언 이후에도 계속해서 보좌진과 관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다.
뉴스타파는 황보승희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 황보 의원은 전화는 받지 않은 채 문자로 "서울에서 딸이 10일 정도 체류하며 학원에 다녔다. 나도 강남 쪽에 일정이 있어 동승했다. 정 회장 시상식에 참석이 어려워 축하 꽃다발 전달차 보좌진을 보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황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는 이유로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 당무감사를 받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오·남용한 사실이 적발됐는데도, 탈당하면서 없던 일이 된 것이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