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개학 비상...재벌 보안업체들의 열화상카메라 '한탕 장사'
2020년 04월 20일 15시 00분
대구 동성로의 밤거리는 자동차와 마스크를 낀 시민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거리가 텅 비었던 지난 2월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반면 대구의료원의 선별진료소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의료원 안에서는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5월 15일 대구의료원의 협조를 얻어 방호복을 착용하고 병동을 취재했다. 대구의료원은 메르스 이후 음압병동이 갖춰진 감염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 지역 최초 확진자인 ‘31번째 환자’도 이곳에서 치료받고 완치됐다. 취재 당시 대구의료원에는 코로나19 환자 154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음압병동에 들어가려면 매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병원에 상주하는 의료진도 예외는 없다. 맨 먼저 손을 소독하고, 의료용 장갑을 낀 뒤 방호복을 입는다. 일체형으로 만든 방호복을 입으려면 다리부터 집어 넣은 후 지퍼를 올리고 덧신을 신은 뒤 끈을 다리에 묶어야 한다. 얼굴에 마스크를 낀 뒤 방호복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고, 마지막으로 장갑을 한 겹 더 껴야 비로소 준비가 끝난다.
취재진에게 방호복을 입는 모습을 시연한 김태은 간호사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음압병동에서 일하는 김태은 간호사는 많게는 하루 너댓번씩 방호복을 갈아입는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음압병동에는 인근 요양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이송된 고령의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어서 다른 환자들에 비해 의료진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환자 상태를 살피면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몸을 수시로 돌려 눕혔다. 먹다 남은 음식물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도 모두 간호사와 요양보호사의 몫이었다. 김태은 간호사는 “의료진들이 육체적인 피로뿐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환자분들이 격리된 공간에서 계속 지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면서 자신이 스트레스 받는 것을 보호자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보호자분들이 저희한테 다시 전화해서 (환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얘기하시는 거예요. 신경질을 내는 경우도 많고. 저희는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하면서 저희 마음까지 스스로 케어를 해야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몸이 되게 힘들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고.”
- 대구의료원 김태은 간호사
본가가 울산인 김태은 간호사는 지난 1월 설 명절 이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서 엄마, 아빠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음압병동에서 만난 배재화 간호사 역시 2월 말 이후 가족들과 식사 한끼 하지 못했다.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해서다. 의료진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있었다.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료진을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땀이 쏟아졌고, 기자가 쓴 고글 안쪽에는 흘러내린 땀방울이 고이기 시작했다. 머리에 꽉 낀 고글 때문인지 두통도 밀려왔다.
배재화 간호사도 처음에는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먹으며 일했다고 한다.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쉽지 않겠다”고 질문하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제가 지금 여기서 그만두면 다른 선생님들이 더 힘든 걸 아니까, 제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오프(휴무)를 받을 수 있는 거고, 다른 선생님이 그만두면 제 오프가 없어지는 거고. 2월부터 다 같이 힘들었으니까 좀 더 힘내서 해보자 하고 있긴 한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그게 너무 걱정되고…”
- 대구의료원 배재화 간호사
대구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우리나라 전체 확진자의 59%가 대구에서 나왔다. 6월 5일 현재 대구 지역 확진자 수는 6천886명. 188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6천634명은 완치돼 격리해제 됐다. 아직까지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64명이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확진자 3천656명 중 834명은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자 3월 기준 전국 67개 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그 중 절반인 34개 병원이 대구의료원과 같은 지방의료원이다. 지방의료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가장 먼저 병상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방의료원이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름 아닌 재정 악화다.
부산의료원의 경우 지난 1월 77.2%였던 병상 가동률이 4월에는 6.9%로 급감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입원 환자들을 모두 퇴원시키고 코로나19 환자만 받았기 때문이다.
수익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3월 61억3천만 원이었던 의료원 수입은 올해 3월 13억1천만 원으로 7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출은 55억7천만 원에서 60억9천만 원으로 9% 늘었다. 코로나19 환자 관련 의료폐기물 등이 크게 늘어 관리비 등이 상승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 의료 관련 수익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감염을 우려 때문에 외래 환자가 줄고, 장례식장 운영 등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어 의료외 수익도 감소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충분치 않다. 정부는 지난 4월 감염병 전담병원들에게 1차 손실보상금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병상 소개(병실을 비움) 손실에 국한됐다. 부산의료원의 경우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후 3월 말까지 5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정부에서 받은 1차 손실보상금은 35억 원에 불과했다. 부산의료원은 전담병원 운영에 따른 손실액이 올해 연말에는 265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지방의료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정부 지원액은 의료원 추산 손실액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한 지방의료원도 있다. A지방의료원의 경우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일부 직원들의 임금을 제 때 주지 못했다.
A지방의료원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지방 공공병원에 입사하면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고생만 한다는 인식이 심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위험수당 문제도 지방의료원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정부는 대구로 파견된 민간병원 의료진에게 위험수당과 전문직수당을 각각 하루 5만 원씩 지급했다. 또 공공병원에서 파견된 의료진의 경우 특별재난지역 활동수당으로 간호사 기준 하루 7만 원의 수당을 받았다. 그러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방의료원의 의료진들에게 돌아간 금전 보상은 전무했다.
이동훈 대구의료원 노조 위원장은 “대구는 최일선의 전쟁터였다”며 “파견 의료진에게는 위험수당이 모두 지급됐는데 정작 대구 지역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는 못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공공병원들이 다들 트라우마가 있다. 신종플루 때도 그랬고 메르스 때도 그랬다.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졌는데 정부의 보상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전체의 손실을 어디까지 보상해줄 것이냐는 손실보상위원회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전담병원들의 손실과 실제 정부의 손실보상금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병원들의 영업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취재 | 조현미 |
촬영 | 신영철 오준식 |
편집 | 박서영 |
그래픽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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