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박영수 딸에 '호화 생활비' 명목 11억 빌려줘"...김만배 검찰 진술 확인

2023년 07월 07일 14시 00분

● 검찰은 '박영수 8억' 주장, 하지만 '대장동 일당' 진술은 '박영수 딸에게만 총 26억 원' 
● 김만배, "박영수 딸에 담보, 기한없이 '호화 생활비' 명목으로 11억 빌려줬다" 취지 진술 
● 딸 생활비 대주던 '변호사 박영수'...특검 임명 뒤 수입 줄면서 김만배가 대신 지급한 의혹
● 박영수 딸, 대장동 아파트 받아 6억 챙겨...'박영수 딸 금품'에 눈 감은 검찰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 정영학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박영수 전 특검(변호사)이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고, 거액의 대가를 받기로 한 정황을 심층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업에서 282억 원의 수익을 올린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가 대장동 자금책인 조우형 씨라는 사실도 처음 밝혀냈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장동 사업의 초기 자본을 끌어온 대가로 뒷돈을 받았던 사람이다. 김만배, 박영수, 조우형의 인연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변호사였던 박영수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뉴스타파 보도 5개월 만에 검찰은 박영수 변호사와 조우형 씨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두 사람은 참고인 자격으로만 조사를 받았었다. 검찰은 최근 박영수 변호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특경법(배임)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우형의 구속영장도 기각했었다.  
앞서 뉴스타파는 박영수 변호사와 조우형 씨가 수시로 연락하며 말을 맞추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박영수와 말 맞춘 정황...검찰은 뒷북 압수수색).     
김만배 전 기자(왼쪽)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만배 검찰 진술 "박영수 딸의 수준 높은 생활비로 회삿돈 11억 빌려줬다" 

박영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밝힌 혐의는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박영수 변호사가 2014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할 때, 우리은행이 대장동 업자들에게 여신의향서를 발급하도록 돕는 등의 대가로 2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다 우리은행이 대장동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약속 액수가 50억 원으로 줄었고, 실제 8억 원 정도를 받아갔다.
하지만 검찰의 이 주장은 검찰 수사 기록 등 뉴스타파가 확보해 분석한 자료로 확인가능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박 전 특검이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만 대략 10억 원 정도에 달한다.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남욱 등이 선거비로 낸 3억 원, 박영수의 친인척인 대장동 분양업자 이기성이 박영수 계좌를 통해 화천대유로 보낸 5억 원, 여기에 박영수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고문료 2억여 원을 합한 금액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뉴스타파가 대장동 검찰 수사 증거기록을 살펴본 결과, '대장동 일당'이 박영수 측에 건넨 돈은 더 있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한 박영수 딸에게 직접 지급 혹은 대여됐거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건넨 돈은 총 26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첫째, 박영수 딸이 화천대유에서 받아간 급여다. 박영수 딸은 2015년 6월부터 김만배가 운영한 화천대유에서 차장 직급을 달고 일하며 6년여 동안 총 4억 원 가량을 받아갔다. 박영수 딸은 채용 공고 없이 김만배가 특채로 뽑았다.  
둘째, 김만배가 박영수 딸에게 빌려준 회삿돈이다. 김만배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11억 원을 빌려줬다. 담보는 없었다. 김만배는 2021년 11월 21일 검찰 조사에서 이 대여금 11억 원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검사가 "박○○(박 특검 딸)은 금전을 차용하는 이유에 대하여 뭐라고 진술하던가요"라고 묻자 "처음에는 남편과 이혼하는 과정에서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기 때문에 3억 원을 빌려주게 된 것이고, 그 이후에는 생활비 등 명목으로 빌려주게 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검사가 이어 "생활비 명목이라는 건 너무 모호하지 않은가요"라고 묻자, 김만배는 "제가 보니 이전에는 박영수에게 보조를 받아 생활을 하여 생활 수준이 꽤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박영수가 특검을 맡게 되면서 수입이 많이 줄어들어 더 이상 생활비를 보전해주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힘이 들어 돈을 차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생활비를 '아버지 박영수' 대신 김만배가 대 줬다는 것이다.  
박영수 딸은 11억 원을 화천대유에서 빌리면서 이자나 상환기한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억 원이 사실은 김만배가 박영수에게 상납한 돈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박영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돈은 문제삼지 않았다.  
김만배 11차 피의자신문조서 (2021.11.21)

박영수 딸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차익만 6억 원인데 검찰은 문제 안 삼아 

셋째, 박영수 딸이 특혜분양 받은 대장동 아파트다. 박영수 딸은 2021년 7월 서울 방배동에서 반포동으로 이사하기 직전,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분양가 7억 원인 대장동 아파트의 당시 시세는 12억 원이 넘었다. 분양을 받자마자 6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영수 딸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 과정에 대해 김만배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종적으로 제가 보고 받기로는 아파트 두 개가 계약 취소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원들에게 희망자가 있는지 여러 명에게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하나를 양○○ 전무가 '박○○(박 특검 딸) 차장에게 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에, 제가 '박○○은 집이 있지 않냐'고 했는데 '박○○이 집을 팔고 이사한다는데 주는 게 어떠냐'고 해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안 되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김만배 11차 피의자신문조서 (2021.11.21)
정리하면, '집이 없는 직원에게 집을 마련해 준 것이니 특혜 분양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만배의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김만배의 주장과 달리, 박영수 딸은 2021년 7월까지 살던 서울 방배동 소재 주상복합 아파트를 팔고 반포동에 있는 시세 25억 원 가량의 고급 아파트로 이사갔다. 분양받은 대장동 아파트에는 단 하루도 살지 않았다. 2021년 11월 21일 검찰 조사가 이뤄질 당시에도 박영수 딸의 주소지는 서울 반포동이었다. 
김만배 11차 피의자신문조서 (2021.11.21)

'독립생계' 이유로 빠져나간 곽상도 아들...'독립생계 아닌' 박영수 딸은 왜?   

정리하면, 김만배가 화천대유를 통해 박영수 딸에게 직접 제공하거나, 혜택을 준 금액은 총 21억 원에 달한다. ▲6년치 연봉 약 4억 원 ▲화천대유 대여금 11억 원 ▲대장동 아파트 시세 차익 6억원 등이다. 이 외에도 화천대유는 2020년 6월 박영수 딸에게 성과급 5억 원도 약속했다.   
얼마 전 법원은 대장동 사건 관련 뇌물 혐의로 재판에 남겨진 곽상도 전 의원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아들 퇴직금 형식으로 50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였는데, 아들이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만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원 판결은 박영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공개한 수사기록에 나와 있는 것처럼, 박영수 딸은 부친인 박영수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쓰는 등 사실상 부녀가 경제공동체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영수가 특검이 된 뒤 김만배의 도움을 받아 생활비를 조달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니 더더욱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
이상한 건 검찰이다. 앞서 공개한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김만배 진술 등은 이미 2021년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박영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제3자 뇌물' 등 딸과 관련된 혐의는 일체 문제삼지 않았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