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과 돈]⑧'차명 매입'과 소송으로 얼룩진 새싹동산 청려수련원

2024년 01월 11일 08시 00분

한국은 자국 아이를 해외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입양 보낸 국가다. 70년간 20만 명의 어린이가 고아나 버려진 아이 신분으로 다른 나라로 보내졌다. 서류 조작 등 각종 불법과 인권침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입양이 거대한 이권 사업이었다는 의혹도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해외입양 피해자와 수익자, 책임자를 찾고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해외입양과 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4대 해외 입양기관 가운데 한 곳인 한국사회봉사회가 20만 평 규모의 ‘새싹동산 청려수련원(이하 청려수련원)’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법인 명의가 아닌 법인 대표와 가족 등의 이름으로 일부 부지를 편법 매입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차명 매입한 땅은 청려수련원 전체 45개 필지 가운데 전·답 등 농지 20필지, 6900평 규모다. 나머지 땅은 대부분 지목상 임야다.
▲한국사회봉사회가 소유·운영하는 새싹동산 청려수련원 땅 

토지 일부, 설립자 친족 추정 한국사회봉사회 실장에게 증여돼

뉴스타파 취재진은 청려수련원 매입 과정 등을 취재하던 중 수련원 땅 일부가 지난 2020년에 한국사회봉사회 설립자인 백근칠 전 회장과 혈연관계로 추정되는 A씨에게 증여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현재 한국사회봉사회 법인관리실장이다.
A씨에게 증여된 토지는 지난 1984년 912만 원에 거래된 571평 규모의 농지다. 땅을 매입한 사람은 당시 법인 이사였던 홍모 씨의 동생(B씨)이다. B씨가 백근칠 회장을 통해 해당 토지를 매입한 사실은 지난 2008년 판결이 난 B씨와 제삼자 간 민사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이 땅은 1984년 매매 이후 가등기 상태로 남아있다가, 2006년에 B씨 앞으로 소유권 등기가 됐다. 한국사회봉사회는 2010년경 이 땅 소유권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등기부에 따르면 10년 뒤인 2020년, 이 땅은 백 회장과 혈연관계로 추정되는 A씨에게 증여됐다. 해당 토지의 2023년 개별공시지가는 약 5억 원이다. 
취재진은 한국사회봉사회에 질의서를 보내 법인 토지가 A씨에게 증여된 정황과 관련해 ▲법인 이사회 승인 및 관할관청의 사회복지법인 기본재산 처분 허가 하에 A씨에게 토지가 증여가 된 것인지, ▲A씨는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등을 물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구체적인 해명 없이, “본 회 목적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재산 등의 관리·운영에 대한 사항은 주무관청의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적법하게 수행되고 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해외 기부금 등으로 대규모 수련원 땅 매입 추정

A씨에게 증여된 농지 한 필지는 수련원 전체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극히 일부다. 한국사회봉사회는 1977년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 무봉산 자락에 20만 평 규모에 달하는 임야와 농지 등을 사들여 새싹동산 청려수련원을 세웠다. 건립 자금은 덴마크 등지에 있는 해외 입양 협약 기관들과 한국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들의 기부금 등으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봉사회가 기부금을 모금하며 홍보한 청려수련원의 초기 설립 목적은 ‘정신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과 자립을 위한 농장 등 종합 복지시설을 만들기’ 위함이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조성된 수련원이 현재는 유료 가족 캠핑장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청려수련원 본관 앞 운동장이 유료 가족 캠핑장으로 쓰이고 있다. (2023년 11월 12일 촬영)

입양기관 설립자 아들이 토지 소송 피고가 된 이유

뉴스타파는 한국사회봉사회의 수련원 땅 차명 매입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판결문을 입수했다. 2022년 수원지방법원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사건 판결문이다. 원고는 한국사회봉사회, 피고는 기관 설립자 백근칠 회장의 아들 C씨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소송 당시 C씨는 수련원 내 축구경기장 등 운동장으로 사용되는 농지 3필지의 ‘소유자’였다.
C씨가 이 땅을 소유하게 된 건 한국사회봉사회의 수련원 땅 차명 매입 행위에 기인한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이 3필지의 농지 1300여 평을 1977년과 1979년에 당시 돈으로 약 900만 원을 주고 샀다. 한국사회봉사회는 그러나 이 땅에 대해 소유권 등기를 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매입한 주변 임야나 잡종지 등을 사들인 즉시 법인 소유로 등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7, 8년이 지난 1985년 1월에야 본등기를 했다. 그러나 소유권자를 한국사회봉사회가 아닌 백근칠 회장으로 등기했다.
이 땅과 관련한 소유권이전등기 사건 판결문에는 한국사회봉사회가 “당시 농지법상 사회복지법인이 소유할 수 있는 농업 실습지로서의 농지 취득 면적을 초과하는 문제” 때문에 백근칠 개인 명의로 등기했다고 나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사회봉사회는 당시 규정상 법인 명의로 농지를 취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차명 매입·소유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근칠 회장은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경우 언제든지 한국사회봉사회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했다. 

백근칠 회장 이름으로 차명 등기한 농지, 사망 뒤 아들에게 상속

그런데 문제는 이 땅을 ‘차명 소유’하게 된 백 회장이 등기 한 달만인 1985년 2월 사망하면서 생겼다. 해당 농지는 백 회장의 아들 C씨에게 상속됐다. C씨는 1989년 본인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하면서 이 토지가 “한국사회봉사회의 소유임을 확인한다”는 공증 절차를 밟았다. 
C씨는 백 회장 사망 뒤 문제의 3필지를 포함해 선친에게서 총 11필지의 농지를 상속받았다. 모두 백 회장 이름으로 차명 매입했던 농지다. 지난 2007년, C씨는 상속받은 농지 11필지 중 8필지를 한국사회봉사회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돌려놓았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판결문에 나오는 땅 3필지에 대해선 소유권을 유지했다. 2022년 12월 열린 한국사회봉사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국사회봉사회 측은 이 3필지가 “개인 명의로 되어 있어 소유권 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 등을 시도”한 것으로 나온다. 이 ‘다양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한국사회봉사회가 설립자 아들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 소송으로 추정된다.
소송 과정에서 한국사회봉사회 측은 해당 토지는 법인 소유이고, 한국사회봉사회가 해당 토지에 부과되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을 납부해왔다고 밝혔다. 이 토지의 2022년 개별공시지가는 15억 5천만 원이다.    
2022년 수원지방법원은 C씨에게 토지 소유권을 한국사회봉사회에 이전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한국사회봉사회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자신의 부동산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실권리자는 해당 부동산 가액의 최대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새싹동산 청려수련원 20만 평 가운데 전·답 등 농지 20필지 6900평을 백근칠 회장과 가족 등의 이름을 동원해 차명 매입하는 편법을 썼다. 위에 색칠된 필지 중에는 매매 또는 교환 등의 이유로 현재는 한국사회봉사회 소유가 아닌 필지도 포함됐다. 

백근칠 회장 아내 명의로도 차명 등기

취재진은 백근칠 회장의 이름뿐만 아니라 백 회장의 아내(김종희 전 한국사회봉사회 회장) 이름이 소유자로 등기된 농지 8필지, 1660평도 추가로 찾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이 땅을 한국사회봉사회에 증여했다.
백 회장 아내 김 씨와 아들 C씨가 차명 소유했던 땅의 소유권을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한꺼번에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전한 까닭은 2006년 시행된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특별조치법은 1995년 6월 30일 이전에 양도 또는 상속받은 부동산에 적용돼 등기부의 실제 권리 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부동산을 등기할 수 있게 했다.
▲새싹동산 청려수련원 안에 있는 등산로 안내 표지판
취재진은 청려수련원 부지 밖에 백 회장이 아내 김 씨와 1978년에 공동명의로 매입한 임야 2필지도 찾아냈다. 해당 토지는 수련원 입구에서 직선거리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백 회장 사망 이후 절반의 지분을 마저 상속받은 김 씨는 2011년 제삼자에게 이 땅을 팔았다. 백 회장 부부가 개인 돈으로 해당 필지를 매입했는지, 아니면 청려수련원 조성을 위해 모금된 기부금으로 매입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뉴스타파는 한국사회봉사회에 질의서를 보내 수련원 내 농지를 회장 및 가족 이름으로 명의신탁하고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이유를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
다만 한국사회봉사회 측은 10일 뉴스타파에 답변서를 보내 “후속 보도에서도 임직원, 개개인들의 중대한 명예훼손이 예상되고, 초상권 및 음성권, 스토킹성 취재를 포함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우려한다며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또 지난달 22일 자 뉴스타파 기사와 관련해 “중대하게 사실과 다른 사항이 악의적으로 보도”됐다며 “(한국사회봉사회에) 발생한 명예훼손 및 손해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시리즈 기사 
②입양인들이 갈망하고 있는 '진실' (https://newstapa.org/article/X_PRy)
제작진
데이터 시각화김지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