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줄테니..." 윤우진의 피해자 회유 영상 공개

2021년 08월 12일 14시 00분

뇌물 혐의 등으로 검찰의 재수사를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자신의 비리를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진정서를 낸 사업가 Y씨를 찾아가 1억 원이 넘는 수표를 주며 회유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사업가 Y씨는 2018~2019년 경 윤우진 전 서장과 그의 최측근인 낚시터 운영업자 최모 씨 등과 사업을 하면서 수억 원이 넘는 로비자금을 윤 전 서장측에 건네는 등 30억 원이 넘는 돈을 부당하게 뜯겼다고 주장해 온 사람이다. Y씨는 지난해 11월 윤우진 전 서장과 최모 씨 등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내고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지난 5월 19일 인천 영종도의 한 커피숍에서 사업가 Y씨에게 억대 수표를 건네고 있다.

Y씨, “검찰에 진정서 낸 뒤 윤우진이 연락해 돈 주며 회유”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Y씨는 윤우진 전 서장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냈다. 진정서를 낸 직후 Y씨는 검찰에 들어가 진술조서도 작성했다. 
Y씨는 "진정서를 내자 검찰이 처음엔 수사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우진 전 서장에게 강제로 불려 다니며 전현직 검사들에게 밥을 사고 골프비를 내는 등 사실상 윤 전 서장의 스폰서 노릇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하자 검찰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사실상 윤우진 관련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Y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전현직 검사님들과 밥을 먹고 밥값을 냈다고 하니까 검사님이 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전현직 검사들에게 받은 명함을 공개하니 검사님이 ‘정말입니까’ 라고 물으며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검사님이 ‘이 분은 현직 검사님인데 왜 윤우진과 밥을 먹냐. 나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 사업가 Y씨/윤우진 스폰서
Y씨는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중단하고 서너달이 지난 뒤부터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전화를 걸어 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의 일이다. Y씨는 “처음엔 윤우진 전 서장의 최측근인 오모 씨가 전화를 했고, 이후 윤 전 서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제보자 Y씨는 취재진에게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윤우진 전 서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 10여 개를 공개했다. 대부분 윤 전 서장이 Y씨에게 “만나서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Y씨는 인천 영종도의 한 커피숍에서 윤우진 전 서장을 2년여만에 다시 만났다.
윤우진 전 서장은 Y씨와 만난 자리에서, Y씨가 주장하는 피해의 책임을 모두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Y씨가 녹음한 두 사람의 음성파일에는 윤 전 서장의 이런 발언이 들어 있었다.
최OO(윤우진 최측근)이란 놈도 여기서 십수년을 나를 얼마나 부려먹고, 십수년 전에 땅 준다고 돈을 가져가고, 십수년 동안 땅은 안 주고, OOO(Y씨)이 그거 갚아준 거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OOO, 최OO(윤우진 최측근)와 송사를 하세요. 내가 증인을 해 주겠습니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1.5.19)  
심지어 윤 전 서장은 2012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해외도피를 도왔고 뇌물 골프를 칠 때마다 이름을 빌려주기도 했던 사업가 최모 씨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내뱉었다.
  X같은 새끼들, 전부 다 양아치 새끼들 아니야, 내가 그 놈들을 왜 봐요. 나도 OOO이나 최OO(윤우진 최측근)이나 십수년을 같이 했지만 내가 상대할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가.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1.5.19.)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사업가 Y씨의 대화 모습을 촬영한 영상

윤우진, “고위공무원들에게 쓴 밥값과 골프비 1000만 원 주겠다”

Y씨를 만난 자리에서 윤우진 전 서장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말을  한 뒤, Y씨에게 억대의 수표를 건네며 회유를 시작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수표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Y씨에게 윤 전 서장이 막무가내로 돈을 건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날 윤우진 전 서장이 Y씨에게 주려고 한 돈은 5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이다. 2018년경, Y씨가 “윤 전 서장, 그리고 그의 최측근인 최 씨 등과 사업을 할 당시 부당하게 뜯겼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돈이다. Y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윤우진 전 서장측에게 당한 피해사실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윤우진 같은 경우는 최OO에게 빌려준 개인 채무까지 나한테 떠넘겨서 수억 원에 달하는 개인 채무까지 공증하라고 강압적으로 나에게 요구를 했고, 윤우진 서장이 개인적으로 매매한 땅에 대해 나온 양도세금까지 공증해 달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면서 나한테 돈을 뜯어 갔죠.

- 사업가 Y씨 / 윤우진 스폰서
윤우진 전 서장은 이 1억 원 외에도, Y씨가 전현직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에게 쓴 밥값과 골프비도 자신이 갚겠다며 1000만 원짜리 수표를 별도로 꺼내 들었다. 윤우진 전 서장 측과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뜯겼다고 주장하는 Y씨에게 돈을 건네며 사실상 입막음을 시도한 것이다. Y씨는 윤우진 전 서장을 만난 뒤 가진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래는 Y씨와 취재진의 대화 내용.
- 윤우진 씨가 돈을 들고 왔었던 건가요? 
"네. 5000만 원짜리 수표 2장과 1000만 원짜리 수표 1장 해서 1억 1000만 원을 들고 왔습니다. 총 3장의 수표를 제게 주려고 했습니다." 
- 1000만 원은 어떤 명목이었나요?
"윤우진 전 서장이 말하길, 1억 원은 윤우진 전 서장이 저에게 부당하게 떠 넘긴 부동산 양도세였고 1000만 원은 제가 그 동안 윤우진에게 끌려 다니며 고위공직자들에게 쓴 밥값과 골프비 명목이었습니다. 제가 윤우진에게 ‘내가 왜 당신을 만날 때마다 불려 나가서 검사님, OOO님, 기타 다른 사람들의 밥값을 내고 라운딩비를 내줬고 왜 했어야 됐냐. 내가 좋아서 한 게 아니다’라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윤우진 씨가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그 돈도 내가 줄게’하면서 1000만 원을 제게 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 사업가 Y씨 (윤우진 스폰서)와 취재진의 대화 내용

검찰의 '윤우진 수사', 10개월 넘도록 감감 무소식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현재 2개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13부는 지난 2015년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던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를 내리면서 시작된 수사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동부지검은 '2018년경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윤 전 서장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0개월이 다 되도록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윤우진 전 서장의 범죄 혐의는 물론, 검찰 수사의 문제를 고발한 사업가 Y씨는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윤우진 전 서장은 현직에 있으면서 해외로 도피했다가 인터폴에 잡혀오면서도 죄를 받지 않을만큼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내가 법으로 죄를 줄 수 있을지, 내가 그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되지는 않을지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내가 윤우진과 검찰의 관계를 진술하고 난 뒤 수개월이 지나도록 사건이 진전되지 못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꼈습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검찰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죄 지은 윤우진이나 윤우진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서 더 많은 죄를 짓고 있는 윤우진과 연관된 다른 사람들이 법의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랍니다.

- 사업가 Y씨 / 윤우진 스폰서
제작진
취재한상진 강민수
영상신영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