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회비 강제 모금 사실로
-김황식 전 총리 딸 등 교직원 부당 채용도 확인
-교육부, 김길자 전 총장 등 전현직 총장 파면 요구

뉴스타파가 지난해 8월 보도한 인천 경인여대 총장의 이승만 석상 건립비 강제모금 의혹 등과 관련해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관련기사: 사학적폐추적② 경인여대, 이승만 석상 실종 사건). 교육부는 전현직 총장에게 파면 처분을 요구했다.

▲ 경인여대에서 만들었다가 뉴스타파의 취재 이후 철거된 이승만 석상. 경인여대 총장이 석상 건립을 위해 교직원에게 강제로 모금을 한 의혹은 교육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총장이 운영하는 ‘보수단체’로 흘러 들어간 학생 등록금

교육부 조사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길자 전 총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보수단체 ‘대한민국사랑회’ 운영을 위해 학교 돈을 마음대로 빼돌렸다. 대한민국사랑회는 이승만 기념사업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지원했던 보수성향의 민간단체다.

김 전 총장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던 2016년 4월, 당시 법인 사무국장과 기획처장, 학생처장, 교목실장 등 보직교수 4명에게 성과 평가 결과보다 1000~1500만 원 많은 총 1억10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후 4명의 교수에게 과다 지급한 성과급 총 4500만 원을 ‘대한민국사랑회’가 주관하는 ‘이승만 동상 건립비용’ 기부 명목으로 총장 사무실에서 직접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학교 돈으로 과도하게 교원 성과급을 주고, 그 성과급을 다시 민간단체 기부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교비를 횡령한 것이다.

또 전체 교직원으로부터 대한민국사랑회 회비와 경인여대 산학협력단 기부금 등  6억 8000여 만 원을 강제 모금하고, 학내 교회 등에서 받은 헌금 등 1억3800만 원을 북한에 교회를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강제 모금했다가 일부는 개인에게 돌려주고 일부는 대한민국사랑회 기부금으로 입금했다. 또 학생들이 낸 학생회비 중 1000만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받은 뒤 이를 이승만 석상 건립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비용들은 관할청 조사를 앞두고 일부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 조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퇴임하면서도 학교로부터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퇴임한 총장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한 전례도, 규정도 없었지만 성과급을 받았다. 교육부에 제출된 확인서에 따르면, 류화선 총장도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실무 직원들도 류 총장에게 김 전 총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거듭되는 김 전 총장의 요구에 경인여대는 퇴임한 교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도록 새롭게 지침을 만든 뒤 교비에서 결국 7200만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앞서 경인여대는 김 전 총장이 명예총장으로 있었던 2009년부터 2013년 당시, 김 전 총장이 실제 자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매달 자문료와 대학발전사례비를 지급하는 등 총 1억 1300만 원을 교비에서 부당하게 지급했다. 즉 김길자 전 총장은 재임 중이나 물러난 후에도 계속 학교 돈을 챙겼고, 2013년부터 2015년, 2018년 초부터 현재까지 경인여대 총장을 맡고 있는 류화선 총장은 김 전 총장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교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

▲ 경인여대 김길자 전 총장(왼쪽)과 류화선 현 총장. 교육부는 두 전현직 총장에 대해 파면 조치하라고 이사회 측에 요구했다.

교육부, 전현직 총장 파면 요구

교육부는 지난 4월10일~18일 경인여대 운영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6월 14일 학교 측에 통보했다. 주요 지적사항으로는 △이사장 등 법인 임원의 학사행정 관여 △법인회계 부담경비 교비회계에서 집행 △총장 강요에 의한 교직원의 기부금 납부 △강요에 의한 학생회비 기부금 납부 △교원의 성과급 일부 횡령 △퇴직 총장에 대해 성과급 부당 지출 등이다. 이를 통해 법인과 대학에서 부당하게 집행한 비용은 총 14억 6천만 원(법인 8000만 원, 대학 13억 8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 교직원에 대해서는 총 41명에 대해 이사회에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김길자 전 총장과 류화선 현 총장은 파면, 전 학생처장은 해임, 전 교무처장과 기획처장 등 3명은 중징계 할 것을 요구했고, 나머지 30여명의 교직원에 대해서는 경징계나 경고 처분 등을 요구했다. 법인에 대해서는 고영주(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사 등 전현직 이사 13명에 대해 시정요구 미이행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

전직 임원의 경우 이미 학교에서 물러나 징계 효력이 없지만, 사립학교법상 교육부가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한 임원과 파면한 교원의 경우 5년 내 학교로 복귀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부당 집행으로 법인과 학교에 손해를 끼친 14억6000여만 원을 회수하라는 조치도 내렸다.

설립자 부부 ‘무죄’ 판결했던 김황식 전 총리 딸 부정채용도 드러나

교육부 조사 결과, 김길자 전 총장과 백창기 전 이사장 부부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학교 교직원으로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부정 채용한 교수 중에는 김황식 전 총리의 딸도 포함돼 있다. 김황식 전 총리는 과거 대법관 시절 김길자 총장 부부의 교비 부당사용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었다(관련기사 : 김황식 전 총리 딸, 경인여대 교수 부정 채용...교육부 조사 결과).

경인여대 “일부 잘못 인정하나 징계 수위 과해...이의제기 할 것”

이같은 교육부 조사 결과는 공익법인인 사학재단이 어떻게 사유화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경인여대 한 교수는 “이번 교육부 조사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설립자 부부의 뜻대로 움직여 온 이사회가 완전히 교체돼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견제 장치로 개방이사제도가 있지만, 설립자 부부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류 총장이 개방이사를 하는 등 빈틈이 많은 현재의 사학법을 바꾸지 않는 한 언제라도 비슷한 문제는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인여대 교직원은 “장기간 비합리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왔던 김길자, 백창기 설립자 부부가 물러나는 결과가 나와 기쁘다”면서도 “이들의 측근들로 구성된 이사회까지 모두 교체돼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 텐데, 최종 처분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부로부터 파면 요구를 받은 류화선 총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류화선 총장은 전체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징계안의 신분상 조치내용 중에는 학교를 탈취하고자 하는 세력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았다면 (교육부가) 어떻게 이런 처분을 내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각하게 결여한 부분이 꽤 있다. 총장인 본인에 대한 징계안도 황당하고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으로 대응해 부당한 처분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인여대 교수협의회는 반박 성명서를 내고 "류 총장은 교육부 조치 처분의 중요한 행위 주체자로서 대학발전과 구성원에 가한 심각한 장애와 상실감에 대한 사죄와 위로의 말이 있었어야 했다"며 "설립자와 전 총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면 이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 것인가, 대학발전을 위한 구성원의 피땀 어린 노력을 재정의 부정과 부도덕으로 무너뜨린 책임을 통렬히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경인여대 측은 이번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징계의 형평성에는 의구심이 간다”며 “현 총장의 파면 사유가 된 김 전 총장의 퇴임 후 성과급 지급은 총장의 결정이 아닌 이사회 결정이었으며, 교수 부정 채용은 총장 모르게 진행된 일로 이를 실태조사 과정에서 소명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의제기를 할 계획이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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