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조국은 모르는 '떡검' 이야기(feat.제보자X)
2019년 09월 11일 08시 00분
뉴스타파가 지난해 보도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의 제보를 ‘제보자X’가 연결해줬다고 기사를 작성한 문화일보 기자들이 제보 당사자인 김 전 검사의 고교동창 스폰서에게 고소를 당했다. 김형준 검사 사건의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김 모 씨는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문화일보 기자들을 고소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28일 서울 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문화일보 정 모 기자와 김 모 기자가 이같은 허위 사실을 기사로 작성해 명예를 훼손하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정 모 기자와 김 모 기자는 지난 4월 3일 <‘이철 대리’ 제보자는 범죄자-언론 연결 브로커>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지면과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들은 해당 기사에서, 채널A 기자가 연관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제보자 지 모 씨가 김형준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에서도 언론과 스폰서 김 씨를 연결해준 당사자라는 검사들의 주장을 인용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죄수와 검사> 연속 기사의 일부로 김형준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을 다시 취재해 검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와 자의적 기소, 전관 변호사와의 유착을 폭로(관련기사: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했는데, 이 사건의 제보 역시 ‘제보자X’가 연결해줬다는 것이다.
“지 씨를 과거에 수사했던 검사들은 김형준 전 부장 검사의 고교 동창생 스폰서 뇌물수수 의혹,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관련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 주가 조작 의혹 등도 모두 지 씨가 제기한 의혹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 사건도 청송 교도소에 복역 중인 김 전 부장검사의 친구 김00 씨가 언론에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씨를 언론에 소개해준 당사자가 지 씨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 문화일보 2020년 4월 3일자 기사 중
스폰서 김 씨는 고소장에서 “지 씨를 통하여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관한 비리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사실이 없으며, 뉴스타파 기자에게 직접 제보했다”면서 문화일보의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기자가 2019년 6월 경 자신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취재를 했기 때문에 이른바 ‘제보자X’라고 불리는 지 씨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문화일보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뉴스타파 역시 이 기사를 작성한 문화일보 기자로부터 기사가 출고되기 전 어떤 확인 연락도 받은 바 없다. 뉴스타파는 문제의 기사가 출고된 이후 문화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자X가 스폰서 김 씨를 소개해 준 사실이 전혀 없으며 더 나아가 윤석열 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 의혹도 제보자X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밝힌 뒤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문화일보 기자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문화일보 기자들은 해당 기사에 “김 전 부장검사 사건도 청송교도소에 복역 중인 김 전 부장검사의 친구 김00씨가 언론에 폭로하면서 시작됐다”라며 김 씨의 실명과 재소기관을 적시했다.
스폰서 김 씨는 고소장에서 “2016년 9월 구속될 당시에도 언론의 집중 보도와 체포 장면의 중계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는데 문화일보가 다시 자신의 실명을 게재함으로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너무나 큰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상황이며, 고소인의 가족들 역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자신이 수용되어 있는 기관을 ‘청송교도소’라고 적시한 것에 대해서도 “청송교도소는 경북 북부 제1교도소의 구명칭으로 청송교도소라는 이미지는 일반인들에게 강력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회자되고 있는 바, 고소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자 악의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송교도소는 지난 2010년 8월 지역 명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경북 북부 제1교도소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다.
스폰서 김 씨는 고소장에서, “전체적인 기사 내용을 보면 제보자인 고소인(스폰서 김 씨)의 범죄자 이미지를 부각시켜 제보의 신빙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결국 검찰의 일방에게 득이 되는 취지나 의도로 쓰여지고 있어, 검찰의 하명에 의한 보도기사로 보여”진다면서, “다시는 피고소인들이 기자라는 직책을 남용하여 기본적인 취재 윤리를 저버리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스폰서 김 씨는 이번에 제기한 형사 고소와는 별도로 문화일보 사회부장과 문화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형준 전 검사가 받은 뇌물과 성매매 향응을 검사들이 축소 누락했다며 스폰서 김 씨가 수사 검사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관련기사:“조국 수사와 비교하면 직무유기 명백” 전현직 검사 11명 고발)과 관련해서 서울 중앙지검 형사 1부는 최근 각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스폰서 김 씨가 이번에 제기한 문화일보 고소 사건도 서울 중앙지검 형사 1부에 배당했다.
취재 | 심인보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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