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② 엇갈린 판결들...진짜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성인이 된 2014년부터 매년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왔었어요. 해밀톤호텔 뒷길이 메인스트리트거든요. 그런데 보통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걷거나 우측통행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코스튬을 입음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 정도의 최소한의 여유와 질서는 있었는데, 올해는 메인스트리트로 들어서자마자 그게 유지되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도저히 사진을 못 찍겠는 거예요. 폰을 들고 손을 앞으로 뻗을 수도 없었어요. 이럴 거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됐지만, 그래도 메인스트리트 끝까지는 어떻게든 걸어가 보자고 생각했어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대략 화로 이태원점, 그 정도까지는 자유롭게 걸어갈 수가 있었어요. 사람들 춤추는 거 사진도 많이 찍었고. 거기까진 우측통행이 됐거든요. 그런데 점점 앞으로 못 나간다 싶더니 아예 우측통행이 안 되더라고요.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사람들끼리 딱 붙어서 이리저리 밀리는데 양 옆이 다 가게와 벽이잖아요. 피할 공간이 없었어요. 비명 지르고 발 밟히고 눌리고, 말도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이미.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또 한 친구가 집이 되게 멀어서 지하철 막차가 10시 30분이기도 했어요. 반대쪽에서 밀고 오던 인파가 흐름이 더 세 보이길래 그 흐름을 타고 돌아가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유턴을 하기로 하고 핸드폰을 봤을 때가 10시 3분이었어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골목 꺾이는 부분에서 갑자기 누가 "사람이 바닥에 있다", "오지 말라"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밟히니까 오지 말라고. ‘어, 이게 뭐야?’ 생각이 들었고 주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바닥에서 한 여성이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일어나더라고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사람들이 자꾸 저처럼 들어오니까 주점 주인이 손님 아닌 분들은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바깥 상황을 몰라서 그랬겠죠. 어쨋든 나가라니까 또 나가야 되잖아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거기서 나가는 데도 시간이 적잖이 걸렸어요.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10시 10분 조금 지나면서 한두 명씩 “밀지 마세요, 밀지 마세요”하고 소리 지르는 걸 들었어요. 그런데 소리 지르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갑자기 ‘우르르’하면서 사람들이 뒤엉켜 쓰러졌습니다.이상현 / 이태원 108클럽 직원
제가 깔려서 오른쪽 다리가 아파도 상황은 다 보였어요. 깔린 사람들 더미의 남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북쪽 인파를 향해 “뒤로! 뒤로!” 이렇게 외치기도 했는데 그게 효과가 없으니까 얼마 못 가더라고요. 클럽 가드들도 사람 깔렸다고, 오지 말라고 엄청 크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위에서 계속 내려왔어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죽지 말아야 된다, 그러면 지금 할 수 있는 게 딱 숨을 쉬자, 의식 잃지 말자…' 그래서 숨을 쉬려고 하는데 안 쉬어져요. 호흡을 할 만한 공간이 없어요. 그냥 정말 ‘학…’ 이렇게라도 어떻게든 쉬려고 하는 거예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제가 여기 있다가 멍청하게 막 동영상을 찍었어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 너머가 전혀 안 보였고, 그러니까 그 전처럼 사람들 모습을 막 찍은 거예요.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초반에는 ‘뭐야? 뭐야?’하면서 그냥 서 있었고, 나중에는 실신한 사람이 한두 명 나오다가 10명이 나오다가 20명이 나와요. 이 뒤쪽으로 계속 사람들이 실려서 올라오는데 그냥 방치되어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소방대원들한테 “어떻게 해요?” 그랬더니 “심폐소생술을 해야 된다”고 그래요.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처음에 심폐소생술을 해드린 여자 한 분은 정신을 차리시더라고요. 갑자기 몸을 퍼드득거려서 일으켜줬더니 막 숨을 가쁘게 쉬셔서, 딸 아이한테 이분 물 좀 드리라고 하고 저는 또 뛰어가서 다른 분 심폐소생술 하고, 하여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안 일어났어요. 아무도.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쓰러져 있는 동안 많은 소리를 들었을 거 아니에요. 제 머리 바로 위에서는 남자 두 명의 목소리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구조될 당시엔 그 남자 두 명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거기 깔려 있는 동안 저는 함께 깔린 사람들의 얼굴을 보진 못했어요. 제 눈에 보인 건 다른 사람들이 내뻗는 수많은 팔들, 내 머리 위로 내뻗는 팔, 내 옆으로 내뻗는 팔, 그리고 비명과 절규 소리였어요. 하지만 깔린 사람들 앞에 있던 클럽 직원들 몇 명에게는 고통스러워 하는 수십 명의 얼굴이 보였을 거 아니에요. 클럽 입구가 사람들 머리로 빼곡하고 수많은 팔들이 자기를 행해 내뻗고 있고 그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살려달라”, “내 손 잡아달라”, “저 죽을 거 같아요” 외치고 있고, 그분들의 시야는 그랬겠죠. 저야 골반과 다치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분들은 정말 빨리 심리치료를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이현지(가명) / 이태원 참사 생존자
한 여자 분이 계속 몸과 머리가 눌리니까 제 몸을 붙잡고 “머리 좀 받쳐 달라”고 하셔서 제가 허벅지로 받쳐 드리고 구급대원을 기다렸어요. 그분이 꼭 살아 계셨으면 좋겠어요.이상현 / 이태원 108클럽 직원
아이한테는 너무 힘든 경험인 거잖아요.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는데, 제 앞에서는 그냥 괜찮다고만 해요. 그러면서도 자꾸 밤에는 혼자 안 잔다고, 저랑 같이 자겠다고…이민주(가명) / 이태원 참사 목격자
영상취재 | 정형민,김기철, 이상찬 |
영상편집 | 박서영 |
그래픽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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