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자랑은 '무협지 수준'

2015년 02월 05일 21시 0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주장한 해외 자원투자 회수율 114.8%!

과연 진실일까?

공교롭게도 이 수치는 지난 1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주장한 바로 그 수치에 다름 아니다.

투자 회수율은 외부 기술평가 기관과 회계법인이 참여해 실적과 전망을 토대로 엄정하게 계산돼야 하고,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침에 의해 1주일여 만에 급조됐다. 야당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볼레오, 하베스트, 암바토니 등 개별 사업에서 스스로 선정한 외부 평가 기관의 실적 전망까지도 무시하고 희망 섞인 전망 만을 기초했기 때문에 회계상 의미없는 수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이 이 수치를 거듭 언급하고 있는 것은 부실 자원 외교로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실을 덮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회고록에는 1조 3천억 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날 투자와 같은 엉터리 해외 자원 투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이미 감사원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당시 투자 자문사였던 메릴린치 한국지사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자문사의 대표는 당시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이 전대통령은 퇴임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자원 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국회 국정조사마저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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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UAE 원전 수주 과정이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졌고, 수주 과정에서 떠안은 무상 물류 비축기지 제공 등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UAE 측이 우리에게 준 선물로 둔갑시키는 등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 사회 단체와 MB 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항의 방문해 더 이상 회고록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다면 국정조사 청문회에 자진 출석해 진실 규명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이 전대통령의 회고록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천문학적인 혈세가 낭비된 자원 외교의 진상 규명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를 더욱 확산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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