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뉴스타파, 한국최우수브랜드대상 1위..수상 거부의 전말

2022년 01월 13일 14시 41분

새해 벽두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뉴스타파가 치열한 경합 끝에 '2022년 한국최우수브랜드대상' 1위에 선정된 것. 하지만 고심 끝에 수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뉴스타파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아래는 ‘뉴스타파 수상 거부 사건’의 전말이다.

'뉴스타파굿즈'로 온 수상한 메일

뉴스타파는 2년 전부터 ‘굿즈 사업’을 하고 있다. 뉴스타파에서 출판한 책이나 머그컵 같은 작은 소품들을 판매한다. 뉴스타파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기념품을 사고 싶다는 요청이 꽤 있어서 시작한 일이다. 다만 추가 인력을 둘 형편은 아니어서 기념품이 필요한 분들의 수요만 충족시키는 정도로만 운영되고 있다. 매출은 한 달에 100만 원 가량이다.
▲뉴스타파굿즈 네이버쇼핑 페이지. 뉴스타파가 출판한 책과 작은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임인년이 시작되자마자 뉴스타파굿즈 담당자 계정으로 메일이 하나 왔다. 한국최우수브랜드위원회라는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뉴스타파굿즈가 뛰어난 브랜드가치를 인정 받아 '한국최우수브랜드대상’(이하 브랜드대상) 후보로 선정됐으니 심사에 접수하라는 안내 메일이었다. 심사를 거쳐 수상을 할 경우 트로피 등을 수여하고 언론 뉴스를 통해 포털에 기사로 노출시켜주는 ‘특전’과 ‘혜택’을 제공한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뉴스타파굿즈 담당자에게 온 메일. 2022 한국최우수브랜드 대상 1위 후보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시쳇말로 ‘현타’가 올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는 2021년 돈만 주면 상을 찍어서 주는 ‘스티비 어워즈’의 실태를 추적 보도했다. 돈만 주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방송해주는 대형방송사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달에는 돈을 받고 기사를 판매하는 조선일보의 영업 방식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뉴스타파에 돈을 내면 기사를 써주겠다는 영업 메일이 온 것이다. 어딘지도 모르고 호랑이 굴로 들어온 건데, 거꾸로 말하자면 이 '브랜드대상' 운영자가 뉴스타파라는 곳을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임인년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해 인지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
물론 브랜드대상 관계자들이 뉴스타파에게 좀 더 분발하라는 취지로 메일을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주최 측의 설명처럼 사업 실적이 뛰어나 선정됐을 리도 없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에게 무작위로 보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다만 “뛰어난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선정 이유는 “그러니까 돈을 다오”라는 다음 구절이 생략된 것임에 분명했다.
다소 귀찮은 일이지만 전화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적어 접수를 신청했다. 아무리 그래도 검색 몇 번하면 뉴스타파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으니 추가 연락이 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뉴스타파는 팔자에 없는 브랜드대상 1위 후보로 접수가 됐다.
하지만 이틀 뒤 문자와 이메일이 왔다. 이름도 거창한 ‘2022 한국최우수브랜드대상’에서 1위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수상 부문은 ‘생활소품’이었다. 
▲접수 이틀만에 뉴스타파굿즈가 브랜드 대상 1위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최우수브랜드대상 1위로 선정했다는 소식 뒤에 드디어 본론이 나왔다. 홍보협찬 비용 250만 원을 결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카드결제가 가능하며 5개월 무이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도 뒤따랐다.
▲1위에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협찬금을 내라는 안내가 이어졌다. 거창하게 기업발전지원 운운하지만 간단히 말해 ‘특별히 100만 원 할인해서 250만 원을 내라’는 뜻이다. 

“돈 내고 언론사만 선택해라…기사 내 줄 수 있다”

도대체 이런 상을 수백만 원을 내고 받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아니 많다. 브랜드 대상 주최 측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상을 받은 기업들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대상 홈페이지. 수상 기업들 목록이 빼곡하다. 
주최 측에 전화를 걸었다. 관계자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대화를 살짝 각색하면 아래와 같다. 언론사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했다. 
■ 뉴스타파 : 브랜드대상 선정 메일을 받았다. 
□ 브랜드대상 : 축하한다. 
■ 고맙다. 그런데 우리가 왜 뽑힌 건가. 
□ 앞으로 기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맙다. 100만 원 할인은 왜 해주는 건가. 우리만 해주는 건가. 
□ 할인을 해줘도 불만인가. 원래는 350만 원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굿즈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스토어 운영을 원활하게 하시라고 특별히 지원해주는 거다. 
■ (무슨 말인지 역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맙다. 언론 노출은 어떻게 하는 건가. 
□ 언론마다 등급이 있다. 가급적 높은 등급 언론으로 도와드리고 있다. 
■ 언론사를 고를 수 있다는 말인가.
□ 물론이다. 불러주겠다. SS뉴스, ET뉴스, SG비즈, S경제, M경제 등이다. 
■ S경제와 M경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언론사인가. 
□ 물론이다. 속고만 살았나. 
■ 실제 기사는 어디서 쓰는 건가. 
□ 우리도 전문기자가 있다. 우리 기자가 초안을 쓰고 수상자가 수정을 하고 언론사로 보내면 포털에 그 언론사 이름으로 송출을 해 준다. 
■ 광고가 아니라 기사로 송출되는 건가. 
□ 물론이다. 

전단지와 신문의 경계는 무엇인가

대부분 신문사들은 철마다 각종 브랜드대상을 발표하고 기사인지 광고인지 모를 지면을 찍어낸다. 조선일보와 같은 큰 언론사들은 그 빈도가 더 높다. 뉴스타파에 접근한 브랜드대상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큰 신문사를 끼고 영업을 하는 브랜드대상은 당연히 큰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돈의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에 신문을 구독하면 전단지가 함께 배달되곤 했다. 예를 들어 동네에 치킨집이 개업하면 광고 전단지를 찍어서 신문배급소에 돈을 내고 신문에 끼워 배달하는 식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신문들은 치킨집이 낸 돈을 받고 전단지가 아닌 신문지면에 개업했다는 기사를 실어주는 식의 돈벌이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치킨집에서 만들었던 전단지를 신문사가 돈을 받고 직접 만들고 있는 셈이다. 치킨집 전단지와 신문의 경계가 무너진 거다. 
우리는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인가, 광고 전단지를 보고 있는 것인가.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언론 스스로 무너뜨린다면, 변종 돈벌이로 배를 더 채울지는 몰라도 저널리즘의 몰락은 더 빨라질 것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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