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의 한반도, 김정은의 '파병 베팅'은 무엇을 노리나
2024년 11월 20일 18시 45분
국가정보원이 정부합동심문센터에서 생산된 탈북자 관련 보고서 9000여건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 넘긴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주한 미 대사관은 지난 2007년 7월 9일 미 국무부에 보낸 2급 비밀전문을 통해 DIA 한국지부가 국정원과 한국 정부의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탈북자 관련 보고서를 넘겨받았다고 보고했다.
이 비밀 전문에 따르면 국정원이 미 정보기관에 넘긴 탈북자 관련 기록은 모두 9,180건으로, 1997년부터 2007년 전문을 보낼 당시까지 수집된 자료다.
1997년부터 2007년 2월까지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자는 9,13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정보합동심문센터에서 생산된 탈북자 관련 기록 전체가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 미대사관은 이 기록들이 북한 정권의 붕괴 등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데 유용하다며, ‘하모니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DB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요청했다.
하모니 데이터베이스는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수집된 알카에다 관련 기록등을 미 육군사관학교 대테러센터에서 영어로 번역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해 테러와의 전쟁시 미국 정부 기관들이 정보로 활용하도록 한 프로젝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정보기관이 수집한 자료 전체를 건네주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고도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조차 어겨가며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국정원. 그런데 미국과의 관계에선 이런 철통 보안 의식도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양입니다.
<앵커 멘트>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가정보원이 9천 건이 넘는 탈북자 심문 기록을
미국 정보기관에 통째로 넘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미국이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요?
황일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우리 미국정부는 엄청난 양의 북한 관련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의 합동심문센터가 처리한 9180건의 탈북자 관련 파일이다”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입니다.
2007년 7월 9일 작성된 이 전문의 발신자는 주한 미 대사관, 보안등급은 2급 비밀입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이 비밀 전문에서 한국 정보기관으로부터 탈북자 관련 파일을 입수한 사실을 본국 국무부에 보고하고, 이 정보들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 비밀 전문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 국가정보원이 이 탈북자 심문 기록들을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 한국지부에 넘겨줬습니다. 그것도 한 두 차례 일시적인 유출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나옵니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2007년 2월 16일자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옵니다. 1996년 이전에 입국한 861명을 제외하면 1997년부터 2007년 2월까지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자는 모두 9139명입니다.
주한 미 대사관의 비밀전문에 국정원이 미 국방정보국에 넘겼다는 탈북자 기록 9100여건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경찰 등이 참여한 탈북자 합동심문센터 조사 보고서 대부분이 미국 정보기관에 유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안보차원에서 대북관련 정보를 일정 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를 조사해 생산한 자료 일체를 미국 정보기관에 넘긴 것은 국가 간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대량으로 자료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정보교류로 볼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습니다. 보통 미국은 우리에게 영상자료를 제공하고 우리는 탈북자 정보를 조사 가운데 핵심 자료를 교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한 사람의 30~40페이지 분량의 모든 정보를 다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만약 개인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개인이 벌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국가차원이라고 한다면 중요한 정보를 정부가 다 줬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합니까? 우리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닙니까?”
이에 대해 국정원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습니다.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
국정원 관련 업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법에. 이거는 제가 답변을 드릴 수가 없구요.
주한 미 대사관 역시 전문을 보낸 사실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입니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
“비밀이라고 분류가 돼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언급을 않죠. 비밀 전문을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누가 확인해주겠습니까?”
국정원이 미국 측에 넘긴 정보엔 북한을 탈출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상세한 개인 신상과 북한 내부 정보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4지 분량으로 한 사람당 적게는 30~40 페이지에서 많게는 100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자서전을 쓰게 합니다. 여성들은 중국내에서 팔려갔던 부분들 이런 부분들은 개인 사생활이지만 그것도 과정이기 때문에 솔직히 조사를 해야 되고 그런 개인 사생활이 다 들어가 있죠.”
실제 주한 미 대사관이 이 전문에서 언급한 탈북자 조사 기록에는 중국에서 26달러에 인신매매된 4명의 탈북여성 관련 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상당수 기재돼 있습니다. 미국은 첩보위성 등 첨단기술을 통한 정보수집에는 강점이 있지만 휴민트, 즉 인간정보원에 의한 대북정보 수집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방대한 탈북자 기록은 미국에 아주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실제 주한 미 대사관은 비밀전문에서 탈북자 심문 기록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정권 붕괴 등에 따른 비상계획을 세우는데 믿을만한 자료라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아예 탈북자 자료 전체를 번역하고 목록화해, ‘하모니’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고 건의합니다.
‘하모니(Harmony)’ 데이터베이스는 이라크와 아프간 등에서 수집된 알카에다 관련 문서들을 미국 육군사관학교 대테러센터가 영어로 번역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해 미국 정부 기관들이 테러와의 전쟁 시 활용하도록 한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신상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가 미국 정보기관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권효진 / 탈북자]
“저의 개인적인 자료가 미국에 갔다는 것 자체는 저는 허용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국기 앞에서 선서한 것이지 어느 사람이 저의 개인정보 유출 됐다면 그건 책임져야 될 부분이죠.”
법에 따라 자국민들에게 당연히 공개해야할 정보는 한사코 감추면서 개인정보와 국익이 관련된 정보는 통째로 미국에 넘기는 국정원. 반드시 개혁돼야할 국정원의 두 얼굴입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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