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국고보조금으로 선거운동?

2014년 02월 11일 22시 52분

한선교 의원이 실체가 모호한 단체를 만들어 정부로부터 5억 원을 받은 뒤 사실상 지역구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한선교 의원과 특수관계인 인사들이 또 다른 단체를 만들어 지역구민들에게 공짜 여행 등 편의를 제공하고 선거 때 한선교 의원에 대한 지지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선교 의원은 2012년 정암문화예술연구회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조금 5억 원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11년에도 서원연합회를 통해 3천만 원을 보조금으로 받았다. 한선교 의원은 이 돈으로 2011년과 2012년 ‘큰선비 조광조’라는 공연을 개최했다. 공연장소는 용인시 수지구 심곡서원과 죽전야외음악당. 모두 한선교 의원의 지역구다. 2011년 팜플렛에는 공연 주최로 ‘국회의원 한선교’가 명시돼 있다. 정암문화예술연구회가 2012년 낸 공연 보도자료에는 공연 문의 연락처로 한선교 의원 지역구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2011년 한선교 의원은 공연에도 직접 출연했다. 공연이 끝난 뒤 지역구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했고 이 사진은 지역구 주민들의 블로그에 올라왔다.

▲ 정부로부터 돈을 지원 받아 개최한 공연 팜플렛에는 한선교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무료 공연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정 단체가 (지역구 공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하면 거의 문제가 없지만, 단체의 장인 국회의원이 (지원해) 주는 것으로 추정되게 행사를 개최했다면 기부행위에 해당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선교 의원은 이에 대해 “조광조를 기리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선교 의원 보좌관은 조광조 공연이 “지역구 사업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다. 결국 5억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한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업, 그것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사에 배정된 셈이다.

한선교 특수관계 단체, 지역구민에게 공짜 여행 등 제공...한선교 지지 종용

한선교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시 수지구 학부모들의 친목단체인 사단법인 '수지희망꿈터'는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들 가운데 한 명은 한선교 의원 비서의 남편이고, 한 명은 2012년 총선 직전 한선교 의원에게 500만 원의 고액 정치 후원금을 낸 사람이다. 또 한 명은 한 의원이 회장인 정암문화예술연구회 사무실이 세들어 있었던 회사의 대표이다. 수지희망꿈터의 사무실은 한선교 의원실 바로 건너편에 있다.

▲ (사)수지희망꿈터 이사진 5명 가운데 3명은 한선교 의원과 특수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지희망꿈터는 지난해 6월 청소년들의 독도 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아름다운 독도’ 6행시 공모를 통해 입상한 청소년 50명을 뽑아 독도에 보내주는 행사이다. 그런데 공모 대상은 수지구에 학교를 다니는 중학생으로 제한됐다. 공모를 거쳤다지만 한선교 의원 지역구 주민 자녀들을 공짜로 여행 보내 준 것이다.

한선교 의원은 청소년들의 독도 방문 행사에 동행했으며 KBS 9시 뉴스는 이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한선교 의원의 인터뷰도 방송됐다. 한선교 의원은 독도에 방문한 청소년들과 한 명 한 명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은 수지희망꿈터 홈페이지에 실렸다.

▲ 한선교 의원이 지역구 주민 자녀들과 독도를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이다. 여행 비용은 이동통신사들이 후원했다.

독도 방문 행사 비용은 SKT 등 이동통신사들이 후원했다. 비용은 천만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선교 의원은 이통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다.

이에 대해 수지희망꿈터 운영진들은 꿈터 행사와 한선교 의원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사들 가운데 한 명은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수지희망꿈터는 사회봉사 단체”이며, “한선교 의원은 지역구 의원님으로서 심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수지희망꿈터 운영자 중 한 명은 홈페이지에 “지금의 수지희망꿈터가 있기까지는 부모의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한선교 의원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는 4월 11일. 선택은 여러분의 것입니다”라는 지지글을 올렸다. 수지희망꿈터 회원 가운데 한 명은 홈페이지에 꿈터 운영진들이 “결국 새누리당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서 꿈터를 이용”한다는 비판 글을 게시했다. 이 회원은 꿈터 운영진들이 “박근혜 유세에까지 동원하려고 계속 문자를 날렸다”고 주장했다.

수지희망꿈터는 또 회원들에게 주기적으로 프로농구 관람 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티켓 수령 장소는 한선교 의원실이다. 한선교 의원은 KBL, 즉 한국농구연맹 총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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