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6회] 강정특집 1탄_실종된 민주주의

2012년 03월 03일 07시 03분

<기자>

정부가 모두 1조 원을 투입해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제주 강정마을.

지난 2007년 5월, 해군기지 부지로 확정된 이후 평화롭던 어촌은 마치 전쟁터처럼 변하고 말았습니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토록 거센 이유는 뭘까.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거란 얘기가 처음 나돈 것은 5년 전인 2007년 4월. 당초 제주에서는 화순과 위미 지역이 해군기지 대상으로 언급됐고 강정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도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예정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오도진 강정마을 주민]
“마을 주민들은 뭐가 뭔지도 몰랐어요.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얘기조차도 몰랐다니까요.”

[윤호경 강정마을 주민]
“저희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대해서 전혀 내용도 모르고 있고 유치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를 모르는 거죠.”

그러나 2007년 4월 21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신청될 것이라는 소식이 갑자기 주민들에게 전해졌고 한 달도 안 돼 강정은 해군기지 부지로 전격 확정됐습니다.

통상 대상지역 선정에만 길게는 4-5년씩 걸리는 다른 국책 사업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충분한 사전 논의와 의견수렴 절차가 이루어지기엔 턱없이 촉박한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마을 회장은 해군기지 유치 신청 시안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윤태정 당시 마을회장]
“(제주)도에서 이달 말 내로 유치신청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미리 언론에 다 퍼뜨렸어요. 시간이 없어서 우리가. 그럼 말일 되버리면 끼지도 못할 바에는 회의도 하지 말아야죠. 그래서 급하게 하게 된 거죠. 토론을 많이 거쳤죠. 총회 때 토론을 거쳐서...”

그러나 총회에 참석했던 주민들은 찬반토론은 물론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증언합니다.

[조수준 당시 총회 참석주민]
“마을 회장이 진행하면서 해군기지 유치하면 어떻습니까, 물으니까 거기서 박수 다 치면서 ‘좋습니다’ 짜고 들어오고 해버리니까 다른 사람들이 말할 여유를 주지 않은 거예요.”

취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마을주민들의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2007년 4월 21일 열린 마을 주민운영위원회 회의. 해군기지 유치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거론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회의록을 보면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회의록 자막 영상

<마을주민>
마을 주민들이 좋은 점과 나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지, 총회를 열어서 좋은 점만 얘기해서 가부간의 결정하게 되면 졸속적인 진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장>
우리가 찬반이나 설명회를 든 다음 신청할 시간이 없습니다.

[강영근 강정마을 주민]
“해군기지가 우리 마을에 들어올거냐 말거냐에 대한 토론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한 번도.”

나흘 뒤 열린 어촌계 총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해군기지 유치 내용을 잘 모르는 계원이 많기 때문에 총회를 다시 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묵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팀은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한 주민의 집을 찾았습니다.

[임순자 어촌계 총회 참석주민]
“몰라요. 그러니까 갑자기 하니까 나 하는 말은 좀 차분히 저녁때 가서 당장 결정하라고 하니까 저녁때 집에 가서 차분히 생각도 해봐야지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하자고 해도 반영이 안 됐어요. 그걸로 끝 해가지고 나는 아니면 아니다 하니까 상대를 안 해요. 영.”

이처럼 대다수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2007년 4월 25일 마을 총회가 열렸습니다. 해군기지 유치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자리였지만 해군측의 사전 설명도 없이 회의는 한 시간도 안 돼 끝났습니다.

[조수준 당시 총회 참석주민]
“한 시간 이내로 끝났어요. 한 시간도 안 걸렸을 거예요.”
(근데 그렇게 중요한 회의를 한 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한 시간도 안 걸렸어요.”

반대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표결도 없이 몇몇 주민들의 박수만으로 유치 신청이 결정됐습니다.

마을 회장은 총회 다음 날 바로 제주도청에 해군기지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 달도 안 된 2007년 5월 14일, 강정은 해군기지 부지로 확정됐습니다.

[강영근 당시 마을감사]
“도지사하고 해군, 마을 회장, 강정 어촌계장, 바다하고 연관된 사람들이 전부 다 물밑 작업이 끝난 상태였어요. 주민들만 모르고, 급하게 마을 회장이 총대를 메고 이거 추진을 한 것 같아요.

[윤태정 당시 마을 회장]
“누가 그랬어요?”
((김태환지사) 만나신 적 있습니까?)
“없어요. 그러니까 전부 거짓말들을 해가지고 말이야.”
((김태환지사) 만난 적 없으시고요?)
“없어요. 저는 이거(해군기지) 와서 나쁘게 생각을 한 점도 없고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아요.분명히 우리 지역이 좋아지니까. 그때 후대에 심판을 받는 것이죠.”

강정 해군기지 사업은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던 것입니다. 문제는 계속 됐습니다. 2007년 6월 해군 측은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토지 강제수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강제수용이 진행되면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갔습니다.

[강영근 당시 마을감사]
“절대 강제 수용 안 한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토지 수용 안 하고 바다만 이용해서 하겠다. 그런 얘기 주민들이 다 들었어요.”
(그런데 결과는요?)
“결과는 다 강제수용이지.”
(몇 명이나 강제수용 당했어요?)
“퍼센티지로 한 50%는 넘을 거예요.”

절대 보존 지역을 축소하고 변경하는 행정절차 역시 논란입니다. 제주 특별 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은 생태계 경관 1등급 지역을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절대보존지역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경우에는 주민의견 청취 절차를 거친 뒤 제주도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구럼비가 있는 강정마을 해안지역은 지난 2004년 10월,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정영희 강정마을 주민]
“구럼비 자체는 가보지도 않으셨겠지만, 돌이 같이 연결돼 있어요. 아름다운 돌이. 먹돌이. 화산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먹돌이기 때문에 자연이 너무 아름다운,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조화가 있죠. 거기는. 거기 가보면 안식감을 주고 모든 걸 편안함을 줍니다. 사람들이 가서 마음의 기도를 하죠.”

강정의 구럼비 해안은 폭만 1킬로미터에 달하고 바위 틈에서 용천수가 솟아나는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대입니다. 이곳의 용천수를 말하는 이른바 할망물은 마을 주민들에게 신앙적 대상이기도 합니다.

[강정순 강정마을 주민]
“그 할망물이란 건 이만한 동글해서 365일 더 크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그거라. 이 만한. 그 물 길어다가 우리 제사도 지내고 애기 아플 때도 그 물 떠다나 할망 넋도 기리고 그렇게 해요.”

그러나 이곳에 대한 절대보존지역 해제 절차는 졸속으로 시작돼 날치기로 끝났습니다.

취재팀의 확인 결과 구럼비 지역에 대해 해군이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요청하자 제주도는 단 사흘만에 변경 검토서를 작성하고 도지사의 결제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09년 9월 25일, 제주도가 작성한 구럼비 지역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변경조사 검토서입니다.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의 13%, 축구장 15개의 넓이인 15000여㎡를 축소한다고 돼있습니다. 그 이후로 절대보전지역을 지정당시와 환경 여건은 변화되지 않았지만 원활한 국가정책사업 추진을 위해 보전지역을 축소함이 타당하다고 돼 있습니다. 또 해군측의 상세한 환경영향평가 조사결과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전문가 조사는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돼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과반을 차지했던 제주도의회는 이 검토서를 바탕으로 구럼비 절대보전지역 축소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취재팀은 당시 졸속 검토서를 담당했던 공무원을 찾아 절대보전지역 축소 결정이 단 사흘만에 내려진 배경을 물었습니다.

(상세하게 돼 있던데 이거를 제대로 검토를 하셨는지 여쭤보는 거죠.)
“아, 선생님 나한테 지금 뭐 그거를.”
(여쭤볼 수 있잖아요.)
“답변 안하겠습니다. 얘기하지 마세요.”
(제대로 보셨는지 여쭤보는 거잖아요.)
“선생님, 촬영하지 마시라고요.”
(그러면 절대보전지역은 파괴가 돼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공무원은 답변을 계속 피하다가 사무실을 빠져나갔습니다.
절대보전지역 변경 또는 축소 때 반드시 거치도록 한 주민의경 청취 절하도 없었습니다. 면적의 축소 등 경미한 사항일 경우에는 주민의견 청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주도 조례(?)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미한 사항의 경우에는 주민의견 청취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니까 바로 그 경미한 사항아리고 하면서 생략해 버렸거든요. 근데 상식적으로 지금 그 구럼비 바위 그 부근에 3만 평방킬로미터나 되는 그 광대한 지역, 그리고 그 마을이 지금 어떤 사활을 걸로 지키려고 하는 그 지역. 그 지역이 과연 주민의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경미한 지역으로 볼 수 있느냐. 이건 누가 봐도 아니거든요. 이거 위반이다.”

취재팀은 당시 도지사였던 김태환 전 지사에게 절대보전지역 축소가 졸속으로 진행된 이유를 물었으나 그 역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김태환 전 제주도 지사]
“제가 사정이 좀 어렵습니다.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전화로 두 가지만 여쭤볼게요.)
“제가 경황이 있을 때 그때 하는 거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정이..)
“그렇게 해 주십시오.”

사업 초기부터 주민 의견은 무시됐고 절대보전지역 축소 변경 과정도 의문투성이지만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대답을 하는 공무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정해군기지 사업을 끝내 강행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엄벌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책사업의 서글픈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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