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6회] 강정특집 1탄_파괴된 공동체

2012년 03월 03일 14시 30분

<기자>

늦겨울 제주 강정마을. 곳곳에 해군기지 반대를 담은 깃발과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주민보다는 경찰이 눈에 쉽게 띄고, 포구에는 수십 명의 무장한 경찰이 출입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곳 포구에서 마을 노인을 만났습니다.

[윤상효 강정마을 주민]
((해군기지) 찬성파 쪽에 친구 분 계세요?)
“그렇죠. 많죠. 찬성파 쪽에 지금 말도 안 하고 얼굴도 마주 안 봅니다. 지금 그런 사람들하고는. 죽마고우들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결별이에요. 그래서 말도 안 하죠. 있잖아요.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해군기지 말이 나왔다가는 싸움 나서 안 돼요.”
(위에 게이트볼장 있징 낳습니까? 게이트볼장 갔더니?)
“거기 찬성하는 사람들이에요. 전부”
(게이트볼장 가시는 분들은 찬성하시는 분들인가요?)
“대개 찬성하는 분들이에요.”

포구 바로 옆에 있는 게이트볼 경기장. 십여 명의 노인들이 한가로이 게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대부분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입니다.

[강정마을 주민]
(어르신 별로 아까 말씀을 하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 봐요?)
“별로 관심도 없고 잘 알지 못하는데 답변을 할 여지도 없고.”
(그래도 같은 고향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또 주민들의 갈등도...)
“외지인들이 왕서 지랄병을 하고 있지 뭐, 잘 몰라요 우리는.”
(동네분들도 다 참여해서)
“모르겠어요. 다 참여하는지 말든지.”

해군기지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유달리 답변을 꺼렸습니다.

[강정마을 주민]
“지금 누가 와서 다 찬성, 반대 해라 할 사람이 누가 있어요? 민주 국가에서 말년에 자기 마음대로 하죠.”
(그분들 게이트볼 안 오시네요?)
“안 칩니다. 그 사람들은...”
(안 쳐요? 예전엔 여기 동네가 함께 일치단결했다고 어땠나요? 예전에는...)
“좋았죠. 해군기지가 망쳐버렸어요.”

[오도진 강정마을 주민]
“이 마을에 (해군기지) 찬성하는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주민들하고 완전히 분리가 돼가지고 적이 됐어요. 이웃지간이 이런 것들이 그 관계가. 저희도 부모님들이 해녀고 노인회 관계된 분들이라서 애초에 해군들이 그런 사람들을 포섭해서 조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집에 부모님들이 찬성측에 공식적으로 돼 있거든요. 저는 장남인데 부모님들하고 어떻게 싸움을 하겠어요. 그렇다고.”

대립과 갈등의 골은 심지어 삼촌과 조카 사이마저 갈라놓고 찢어놨습니다. 70대 노인은 이런 상황을 개탄했습니다.

[강성원 강정마을 주민]
“제주 사람들만 못살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전부 찬성 반대 사람들을 말이죠.”
(강정도 찬성 반대로 인해서 많이 동네가?)
“내가 당한 본인입니다. 조카 내 동생 아들하고 제사도 같이 안 하고 벌초도 같이 안 합니다. 아무 것도 안 합니다. 만나지도 않습니다. 죽일놈 살릴놈 합니다. 삼촌 보고도 백부 보고도.”
(조카가요?)
“예. 걔는 찬성이거든요. 난 반대고요. 눈물 납니다. 눈물 나요.”

노인의 조카를 찾아가 어떤 사정인지 물어 봤습니다.

[강정마을 주민]
(숙부한테 폭언을 했다고, 어제 포구에서 어르신 뵀거든요?)
“제가 폭언을 했어요. 그런데 호미로 찍어버린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나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어요. 해군기지 전에 7년 전부터 우리 아버지하고 재산 관련 때문에 이미 안 좋은 사이에요. 이제 해군기지 때문에 포장을 해버리는 거죠. 우리 조카들, 손자들한테 솔직히 말해서 세뱃돈 3천 원 이상 줘 본적이 없어요. 그런데 반대 성금으로 500만 원을 내놓는 거예요.”

폭력적으로 추진된 국책사업으로 인한 찬반 갈등은 마을 전체의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공동체의 관계를 끊어놨습니다. 이웃하던 개들의 싸움조차 고소 고발로 번지는 등 마을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김종환 강정마을 주민]
“내가 키우던 개가 그 가게 개를 싸워서 다리를 물어갖고 고소했다고 하더라고요. 다리가 절단된 모양이지.”
(아저씨 개가 가해자인 셈이네요?)
“그렇죠.”

400년 역사의 강정마을. 하지만 단 5년 사이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긴 것입니다.

[김정민 강정마을 주민]
“인륜이 깨졌다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질서 차례가 무너져 버린 거잖아요. 손자가 해군기지 찬성하면 할아버지 반대하면, 할아버지 손자 간에도 갈등이 생겨서 천륜이 깨져버렸어요. 강정이라는 데는 한 마디로 전부 다 패륜, 모든 게 질서가 다 무너졌으니까요.”

강정마을에 민요와 풍속을 지키는 이영자씨 집을 찾았습니다. 강정마을 민속보존 회장인 이씨. 예전에는 이웃마을이 부러워할 정도로 단합이 잘 됐다고 과거를 회상합니다.

[이영자 강정마을 민속보존회장]
(어떤 사진인가요?)
“아 이거는 93년에 전국 예술경연대회에 나가서 ‘논 다루는 ’소리‘로 참가했거든요. 우수상을 받았어요.”
(저 뒤에 참여하신 분들이 다 마을 주민들인가요?)
“네. 마을 주민요. 보존회 이 당시에는 회원이 40명이 됐었어요. 40명 외에 이때가 7,80명 됐을 거예요. 그때 보존회 남편도 하고 노인회 늙으신 어른들도 같이 하고.”
(같이 다시 예전처럼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러고 싶으시겠네요?)
“그럼요. 그거야 말할 것도 없죠.”

거친 구호가 아닌 흥겨운 노랫가락이 다시 울려 퍼지는 그날. 강정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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