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난 6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 <논문공장의 영업비밀> 기사와 관련해 전국대학원생노조가 "비리 학회 엄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대학원생노조는 학과 조교, 연구원, 학회 간사 등 대학이나 학회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2018년 출범한 단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이하 노조)는 5일 성명서를 내고 “경기대 관광학부 소속 및 출신 교수 주축의 관광경영학회가 발간하는 <관광경영연구> 지에서 일부 학회 임원이 심사위원 명의를 도용하고 본인이 쓴 논문 심사위원을 스스로 지정하는 등의 논문 부정 심사를 자행했다”며 “뿐만 아니라 다른 학술지에 이미 제출된 논문을 허위로 게재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에 필요한 논문 게재율의 조작을 일삼았고, 논문 심사 시 특정 학술지 인용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학회의) 부정행위는 학술지 운영에 그치지 않았다.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다수에서 표절과 데이터 조작 정황이 드러나고 중복 게재된 논문도 발견되는 등 적지 않은 연구윤리위반행위가 적발됐다”며 “앞서 언급한 여러 학회 및 학술지 운영 비리와 연구 부정행위들은 충분한 근거가 제시된 만큼, 학계와 한국연구재단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당 학술지 등재 취소와 게재 논문 철회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6월 23일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관광경영학회가 다른 학회에 이미 게재된 논문을 무더기로 빌려와 자신들 학회 논문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논문 게재율을 조작,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 과정을 속였다고 보도했다.
“연구 윤리 위반한 논문으로 임용된 교수들...임용 취소 등 징계 뒤따라야”
노조는 학회 비리 의혹에 연루된 교수들의 임용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연구윤리를 위반해 쌓은 연구실적을 토대로 교수직에 임용되는 등 이익을 취한 연구자들에 대해 경기대를 비롯한 대학 차원의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며 “조사를 통해 임용 취소와 같은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뉴스타파 보도 직후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경기대 교수와 경기대 측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노조는 “보도 이후 한국연구재단이 뒤늦게 조사에 나섰으나,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당사자와 대학은 반성은커녕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며 “(학회) 부정행위를 저지른 경기대 교수는 학회 업무를 담당했던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입막음을 시도하고 제보자를 색출하려 했으며, 경기대는 교수 간 갈등에서 비롯한 학과 내분이라며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사태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9일 관광경영학회에서 논문 심사자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경기대 최 모 교수측이 학회에서 일한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언론에 제보한 적 없다는 각서를 받는 등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노조 “적지 않은 대학원생들 열정페이로 학회 간사 업무 떠맡아”
특히 노조는 학회 비리로 대학원생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교육 당국에 학생 보호 조치를 거듭 당부했다. 노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대학원생이 열정페이로 학회 간사 업무를 떠맡고 있다. 그중 이번 사건 제보자처럼 학회 임원 교수들이 저지르는 부정 비리를 목격하고도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조차 대학원생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들에게 조용히 덮고 넘어가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회 운영 비리를 예방하고 연구 윤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서도 학생 보호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학회에서 실무 간사로 일하는 대학원생들은 거의 돈을 받지 않거나 한 달 수십만 원의 비용을 받고 일하고 있다. 관광경영학회에서 일한 대학원생들의 경우에도 한 달 2~30만 원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4가지 사안을 교육부와 연구재단, 경기대 등 조사 당국에 요구했다. ▲비리 당사자인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 및 학회 관련자들의 조사 방해와 대학원생 협박 등의 행위 중단 ▲연구 윤리 위반 행위 당사자 엄벌과 비리 학회 제재 ▲학술지 질적 제고, 학술지 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 마련 ▲학회 비리 당사자로부터 제보자와 대학원생 분리, 보호 조치 등이다.
경기대 “연구윤리위 예비조사 착수...보도 내용 철저히 조사하겠다”
한편 뉴스타파 보도 이후 관광경영학회의 학회장과 집행부 등이 학회 회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관광경영학회 전임 회장이자 경기대 관광문화대학장이었던 이 모 교수는 보도 이후 학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관광경영학회는 비리 의혹에 대한 학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경기대는 뉴스타파 보도 한 달 만인 8월 초 연구윤리위원회를 가동,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대 관계자는 “현재 학교 측은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문제들에 대해 가감 없이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조사 결과 문제점이 확인되면 교원 징계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는 <논문공장의 영업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학술단체 ‘관광경영학회’의 비리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관광경영학회가 논문 심사위원의 명의를 도용하고, 다른 학회 논문을 무더기로 얻어와 자신들 학회의 ‘탈락용’ 논문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하는 2018년 학술지 평가 서류를 조작, ‘KCI 등재 학술지’ 자격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논문공장의 영업비밀① 어느 학술단체의 '가짜 심사'와 '도둑 논문'>
이어 관광경영학회와 한국관광산업학회 등 경기대 관광문화대학 소속 교수들이 운영하는 두 개 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검증 보도했다. 이들 학회에 게재된 논문 내용에서 표절, 데이터 조작 등 연구 부정 행위가 의심되는 사례 수십 건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연구재단 평가 서류 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이 두 명이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는 학회에 낸 논문실적으로 지난해 경기대 전임교원으로 임용됐다고도 보도했다. 관련기사 <논문공장의 영업비밀② 표절, 조작, 부실 논문도 '패스'...KCI등재지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