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서울 동작갑 국민의당 후보가 관련 규정을 어기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재산을 축소 신고한 뒤,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자 급히 재산 신고 내역을 수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장 후보의 억대 '재산 축소 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장 후보에게 입장과 해명을 요구한 건 지난 3월 29일 오후 1시경, 장 후보는 같은 날 저녁 9시경 선관위에 수정된 재산 내역을 신고했다.
장 후보가 지난 3월 21일 처음 선관위에 신고한 내역과 29일 수정 신고한 내역 간에는 6억 6,000만 원 차이가 난다.
장 후보는 “뉴스타파 질의를 받고 재산 내역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 캠프에서 착오를 뒤늦게 발견해 재산신고서를 변경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지난 3월 19일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후보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장진영 후보, 높은 '실거래가' 대신 낮은 '개별공시지가'로 최초 신고
선관위 규칙에 따르면, 공직 후보자는 부동산을 신고할 때 '개별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중 높은 가격을 기재해야 한다. '실거래가는 실제 매입액'이다.
그런데 장진영 후보는 22대 총선에 나서면서 선관위에 실거래가 보다 낮은 개별공시지가를 최초 신고했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나 배우자 등의 재산을 허위로 공표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거나 의원직을 상실한다.
장진영 후보, 부동산 재산 6억 6천만 원 축소해 최초 신고
장진영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부동산은 모두 5건이다. 전남 보성(10,810㎡), 전남 구례(3,306㎡,) 경기도 양평(9,836㎡),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재 단독주택과 동작구 사당동 상가 건물이다.
지난달 21일, 장 후보는 이 중 경기도 양평 땅(전원주택 단지)과 흑석동 단독주택 가액을 선관위에 6억 6,000만 원 낮춰 신고했다.
먼저 장 후보는 경기도 양평 땅 5필지 가액을 6,380만 원으로 신고했다. 2020년 장 후보는 10억 500만 원을 주고 이 땅을 경매로 샀고, 지분 절반(5억 250만 원)을 소유하고 있다. 선관위 규정을 어기고 4억 3,800만 원 낮게 신고한 것이다.
장진영 후보 부부가 공동 매입한 서울 흑석동 소재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장 후보 부부는 지난 2019년 이 집을 9억 원에 샀다. 하지만 선관위에는 2억 2,000만 원을 낮춰 6억 8,0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장진영 후보는 경기도 양평군 신원리에 소유한 토지의 가액을 4억 3,800만 원 축소 신고한 뒤 수정했다.
뉴스타파 질의서 발송 뒤 재산 내역 ‘급 수정’
지난 29일 오후 12시 56분, 뉴스타파는 장 후보에게 '재산 축소 신고'에 대한 입장과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2시간쯤 뒤 장 후보는 "선거운동 중이라 바쁘다"고 답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9분, 장 후보는 취재진에게 "밤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4시간쯤 뒤 취재진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장 후보의 재산 내역이 수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오후 9시, 취재진은 장 후보에게 문자를 보내 '재산 내역 수정 경위'를 물었다. 장 후보는 “캠프에서 뒤늦게 착오를 발견해 수정 완료했다”, “오늘(3월 29일) 밤 12시가 공보물 등록 마감이기 때문에 12시 이전까지 수정 완료하면 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선관위에 최초 신고한 재산 내역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9일과 31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장진영 후보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
파일명 '202403292053...' 장진영 후보, 저녁 8시 53분 재산 내역 급히 정정?
총선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보낸 개인 정보 파일은 생성된 날짜로 파일명이 만들어진다. 장 후보가 수정 신고한 파일명은 ‘20240329205342375_2’. 2024년 3월 29일 선관위에 올라온 파일임을 알 수 있다. 3월 29일 뒤에 붙는 숫자는 시간을 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시 53분(저녁 8시 53분)이다.
공직후보자가 이미 신고한 재산 내역을 공보물 등록 마감 직전에 수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공보물 인쇄를 마친 상태라면 추가 작업을 통해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장진영 후보는 지난 3월 31일 배포한 공보물 '재산 내역'에 별도의 스티커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해당 정보를 수정했다. 장 후보는 "공보물 10만 부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장진영 후보 측, 저녁 6시 넘어 동작구 선관위 방문해 정정 요청서 작성
뉴스타파는 장진영 후보가 재산 신고 내역을 수정한 과정도 확인했다. 중앙선관위와 서울 동작구 선관위를 취재했다.
동작구 선관위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3월 29일 오후) 5시가 안 돼서 (장진영) 후보 측에서 ‘후보자 재산 내역을 수정하고 싶다’고 문의했다”고 했다. 장 후보가 뉴스타파에 “밤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던 바로 그 무렵이다.
동작구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장진영 후보의 회계 책임자는 3월 29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동작구 선관위를 방문해 ‘(후보자정보공개자료) 정정·삭제 요청서’를 작성했다.
취재진은 장 후보에게 다시 연락해 "뉴스타파가 질의서를 보낸 이후 장 후보 측에서 선관위에 재산 정보 수정을 요청한 경위"를 물었다. 장 후보는 “뉴스타파 질문 이전에 이미 우리 스스로 착오를 발견해 수정한 것”이란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