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을 주도한 B인베스트 사무실에서 ‘김건희'라는 파일명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지난 15일 보도한 바 있다. 이 파일 내용을 보면 주가조작 세력이 김건희 여사의 주식 계좌 내역을 실시간으로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 주가조작 세력과 김건희 여사 사이에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추가적인 돈 거래가 있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김건희 파일’의 작성 경위와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지목된 B인베스트의 이사는 검찰 수사 중 미국으로 달아나 지금까지 1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하고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적색 수배와 함께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건희 파일', 작전 세력이 김건희 여사 계좌 실시간 파악 입증
검찰은 지난 8월 26일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이 '김건희 파일'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검사가 PPT 화면에 띄운 김건희 파일의 내용을 받아적은 뒤 다음과 같이 엑셀 화면으로 복원했다.
검사가 공개한 것은 3열과 8행으로 구성된 엑셀 파일의 일부다. 검사는 이를 PPT 화면에 그림으로 붙여서 공개했다. 검사는 이와 함께 파일의 작성자와 마지막 출력 시각, 저장 시각도 공개했다. 작성자는 B인베스트의 L 모 부장, 마지막 출력 시각은 2011년 1월 13일 오전 11시 35분, 마지막 저장 시각은 2011년 1월 13일 오전 11시 37분이었다. 이 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비록 제한된 정보지만, 몇 가지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먼저 3열 6행에 있는 날짜다. 매각 (2011.1.13.)이라고 씌여있는 부분은 6만 105주를 2011년 1월 13일에 매각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파일의 작성 날짜와 마지막 출력 시각과 저장 시각은 모두 1월 13일이다. 즉, 이 파일을 작성한 시점에서 B인베스트의 주가조작 세력들은 바로 그날 이루어진 김건희 여사 계좌의 주식 매각 수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주가조작 세력이 김건희 여사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이들이 김건희 여사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현황을 ‘파악’만 했던 것인지, 아니면 '직접 관리'를 했던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않다. 뉴스타파가 지난 15일 보도한 바와 같이, 검찰은 이들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을 직접 관리한 것으로 보고 두 가지 추가 정황을 제시하며 추궁한 바 있다. 검찰이 제시한 두 가지 정황이란 1) 김건희 여사가 이들에게 15억 원을 빌려준 사실 2) 이들이 공인인증서까지 받아 다른 전주의 계좌를 관리한 사실이다.
공개된 파일의 1열 1행과 2행에 사용된 ‘인출’이라는 단어를 보면, 주가조작 세력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더 뚜렷해진다. 김건희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에서 현금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9억 6천 2백만 원과 3천만 원 인출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와 작전 세력의 추가적인 금전 거래?
검찰이 공개한 '김건희 파일'에서 읽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정보는 3열 7행과 8행에서 보이는 12%라는 숫자다. 법정에서 판사는 이 12%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일 작성자인 L 모 부장에게 물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이 12%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지급한 ‘수수료율’일 가능성이다. 둘째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12%의 이자를 지급받았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12%는 이자율이 된다.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하는 추론이지만, 이 12%라는 숫자의 존재는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사이에 모종의 추가적인 금전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김건희 여사가 지급한 것이든, 아니면 반대로 지급받은 것이든 김건희 여사가 소유한 증권사나 은행 계좌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소유의 계좌 내역을 확보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김건희 파일’ 작성자 “누가 시켜서 한 것 같다”
검찰이 B인베스트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김건희 파일은 김건희 여사와 2차 작전 세력 사이의 연계를 입증해줄 수 있는 핵심적인 물적 증거다. 이런 핵심적인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B인베스트의 대표 이 모 씨는 법정에서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오히려 “이런 파일이 왜 우리 직원 컴퓨터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반문을 하기도 했다. B인베스트 이 모 대표는 그러면서 “파일을 작성한 L부장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겼다. L부장은 김건희 파일이 나온 노트북의 사용자였다.
지난 8월 26일, 김건희 파일이 나온 노트북의 사용자인 B인베스트 직원 L부장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L부장은 B인베스트에서 12년 동안 경리 업무를 담당했으며 투자 관련 업무는 전혀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앞서 언급했듯 검사는 법정에서 엑셀파일을 열어 파일 속성을 보여 주었다. 파일을 만든 사람은 L부장,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 역시 L부장으로 돼 있었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파일의 작성 경위를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는 L부장의 증언을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법정 신문에서 해당 노트북은 L부장 외에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L부장은 12년 동안 투자 업무가 아닌 경리 업무만을 담당했던 인물이며, 따라서 이런 파일을 작성한 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라는 증언은 개연성이 있다. 검사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L부장에게 지시를 할 만한 사람은 이00 대표와 민00 이사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미 앞선 공판에서 자신은 김건희 파일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었다.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한 사람, 민 이사 뿐이다. 김건희 파일의 작성 경위와 의미를 알고 있을 만한 핵심 증인이다.
미국으로 도주한 핵심 증인… 1년 가까이 도피 생활 중
그런데 김건희 파일과 관련된 핵심 증인인 B인베스트 이사 민 씨가 미국으로 도주해 현재 1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미국으로 달아난 민 이사는 B인베스트 이 대표의 처남이다. B인베스트는 앞에서 언급했듯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의 거점 중 하나였다. 이들과 함께 2차 작전의 또 다른 주역인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은 자신들을 ‘패밀리’라고 했다고 한다.
2차 작전의 두 거점, 즉 B인베스트와 토러스증권 사이의 연락책을 담당한 것도 민 이사였다. 토러스 증권 김 모 지점장은 다른 작전세력인 B인베스트나 권오수 회장 측에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민 이사를 거쳐 연락을 주고 받았다. 검찰은 B인베스트 이 대표와 권오수 회장을 작전의 ‘머리’로, 토러스증권 김 지점장과 B인베스트 민 이사를 작전의 ‘손발’로 보고 있다. 도주한 민 이사는 현재 기소 중지 상태다.
“나는 괜찮다”더니.. 갑자기 돌변해 도주
그런데 석연찮은 정황이 있다. 민 이사의 돌변한 태도다. 민 이사는 최소 한 차례 이상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고온 민 이사는 “나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2차 작전의 또 다른 주범인 토러스증권 김 지점장의 증언 내용이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민 이사가, 자신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토러스증권 김 지점장에게만 도피를 권유했다는 얘기다. 민 이사는 2021년 9월 초 B인베스트 압수수색 당시에도 자신이 사용하던 전화기 뿐만 아니라 과거에 사용했던 전화기까지 스스로 임의제출했다. (5.6 공판, B인베스트 이00 대표에 대한 판사의 증인 신문 중)
검찰 수사에 이렇게 자신감을 내비쳤던 민 이사가 도주한 것은 2021년 10월에서 12월 사이다. 앞서 소개한 증언에 따르면 민 씨가 도주한 것은 B인베스트 이 대표가 구속된 2021년 10월 8일 이후고, 검찰이 민 이사를 ‘기소중지’라고 표현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즉 12월 3일 이전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출마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던 때다.
민 이사는 왜 돌변해 도주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왜 낯선 미국 땅에서 1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김건희 파일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검찰 “민 모 씨 적색수배.. 현지 소재 파악 중”
지난 8월 19일 공판에서, 민 씨의 소재를 파악 중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검찰은 “적색 수배를 걸어둔 상태고 범죄인 인도 청구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도 주소를 특정해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해보자.
검찰이 공개한 김건희 파일의 내용에 따르면 작전 세력은 김건희 여사 계좌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파일의 내용에 따르면 작전 세력과 김건희 여사 사이에는 추가적인 금전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파일의 내용과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핵심 증인 B인베스트 민00 이사는 지난해 10월에서 12월 사이 미국으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사실들을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보도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