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자료 비공개 '회귀'… 뉴스타파·시민단체, 정보공개 소송 '재개'

2024년 05월 16일 14시 30분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다투는, 뉴스타파·시민단체와 대검찰청 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또다시 시작됐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는 오늘(5월 16일) 대검찰청을 상대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올해 들어 검찰이 대법원 확정 판례를 무시하고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행정 소송에 들어간 것이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5년 전인 2019년에도 이번 소송과 동일한 내용의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벌였다. 소송 제기 3년 5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검찰이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관련 기사: '윤석열 특수활동비' 공개 확정… 뉴스타파, 3년 5개월 만에 승소 / https://www.newstapa.org/article/8wJDv)

총장의 '통치 자금', 검사들의 '꽁돈'… 특수활동에 안 쓰이는 검찰 특수활동비

지난해 6월 23일, 처음으로 검찰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가 공개됐다. 이후 뉴스타파는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려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 사례는 물론, 이 같은 예산 비위를 떠받치는 검찰 내부의 예산 집행 시스템을 파헤치는 150여 건의 기사를 냈다. ([프로젝트] 검찰의 금고를 열다 / https://newstapa.org/projects/NMjEM)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통해 국민 세금인 검찰 특수활동비가 허투루 쓰인 증거와 의혹이 숱하게 드러났지만, 그때마다 검찰은 “규정대로 집행했다”,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지난해,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10% 깎는 데 그쳤다. (관련 기사: 숱한 불법,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도… 내년 검찰 특수활동비 10%만 감액 / https://newstapa.org/article/WTYSm)

검찰, 2024년 들어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 다시 '비공개'로 회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올해도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15일, 대검찰청에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2023.6.1.~2024.2.28.)를 추가로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민원실장에게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지급한 예산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검찰청 민원실에도 특수활동비가 격려금으로 뿌려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관련 기사: [최초 증언] "검찰총장님이 내리신 특활비를 받았습니다" / https://www.newstapa.org/article/lm8An)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의 경우, 앞서 확인한 것처럼 2023년 4월에 대법원의 '공개 판례'가 이미 확립됐기에 당연히 자료가 공개될 거라 판단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 한 달이 지난 4월 12일, 대검찰청은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대검찰청이 대법원 판례까지 무시하며, 특수활동비 자료를 다시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 기사: 총장의 예산 비위와 검찰의 '방탄' 비공개 / https://www.newstapa.org/article/Csqgj)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공개 시 업무에 지장 생긴다"는 해묵은 논리 반복

검찰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와 5호를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먼저 4호는 다음과 같다.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
검찰의 이 같은 비공개 논거. 지난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미 기각·폐기된 것이다. 법원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검찰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현금수령일), 집행금액(수령한 현금액수)은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행정소송 2심 판결문 (2022.12.15.)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사무감사 대상이어서 공개 못 한다"는 새로운 억지 주장 제기 

검찰이 내세운 두 번째 비공개 사유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다.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가 검찰 내부 사무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사무감사 등 점검 대상으로 내부검토 진행 중.

대검찰청의 정보 비공개 통지서 (2024.4.12.)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이 공개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은 단 한 장도 없다. 매년 공공기관은 사무감사를 진행하고,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자료는 전부 사무감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일축했다.
지난번 소송할 때는 (검찰이) 비공개 사유로 5호를 들지 않았습니다. 지난 정보공개 행정소송이 끝난 다음에 검찰이 새로 창조해낸 논리인 셈이죠.

그런데 논리 자체가 전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보공개법상의 ‘의사결정’이라는 건 예산의 집행 과정, 그러니까 예산이 지출되기 위한 결재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미 다 집행을 끝마친 예산을 두고, ‘앞으로 우리가 감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공개를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게다가 감사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1년 안이 아니라 5년 안에도 받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럼 감사받을 가능성이 있는 기간 동안 공개를 못 한다면, 정보공개법 자체가 유명무실화 되는 거죠.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 판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행정소송에서도 검찰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것은, 1심에만 최소 1년 가까이 걸리는 행정소송을 통해 특수활동비의 공개 시점을 어떻게든 늦추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의 행정소송도 3년 5개월이 걸렸을 뿐,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는 결국 공개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검찰은 국민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 결국 공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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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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