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웃렛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소설’이었다
2014년 11월 07일 23시 45분
경기도에 이미 개장했거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대형 아웃렛 거의 대부분이 허술한 법 규정을 이용하거나 정부와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개발사업에 힘입어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파주에 문을 연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파주점은 출판과 영상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출판문화정보 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물류시설 관련법과 마찬가지로 국가산업단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개발된다. 이 법에 따라 산업단지 내에는 산업시설과 함께 입주 기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돼있다. 산업단지공단의 입주심사도 거쳐야 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0년 출판산업단지 2단계 부지 안 지원시설용지 4만9000여㎡ 가운데 80% 규모인 3만9000여㎡(축구장의 5.5배 크기)를 토지주택공사로부터 낙찰 받아 프리미엄아웃렛을 개장했다. 산업단지 내에 초대형 판매시설이 입주하는 것에 대해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컸지만 산업단지공단은 같은 법 시행령에 ‘판매업’도 지원시설에 입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입주심사를 통과시켰다.
산업단지공단측은 아웃렛 내 판매시설들은 주변 입주기업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고 많은 외부 관광객들이 출판단지에 찾아오게 되면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입주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내 상업용지는 통상 식당이나 슈퍼마켓, 약국 같은 근린생활시설에게 분양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 규정으로 광역 상권을 목적으로 들어서는 대형 아웃렛이 버젓이 입점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신세계에 이어 롯데 프리미엄아웃렛까지 개장하면서 결국 주변 파주시 금촌상권과 고양시 덕이동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또 대기업 아웃렛보다 일찍 2009년 산업단지 근처에 개장을 했던 ‘파비뇽 아웃렛’은 결국 개장 2년 만에 폐점하고 말았다.
이처럼 수도권에 개장하는 거의 모든 재벌유통기업의 대규모점포가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편승해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사이먼 여주 아웃렛과 롯데 이천 아웃렛은 물류단지, 롯데 파주점은 산업단지 내에 입주했고, 현대백화점 1호 프리미엄아웃렛인 김포점은 수자원공사가 개발한 아라뱃길 김포터미널 부지 일부를 매입해 공사가 한창이다. 이 밖에도 광명 롯데는 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KTX 역세권개발사업, 시흥 신세계사이먼은 시흥시가 직접 시행하는 배곧신도시 개발사업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의정부시는 신세계 프리미엄아웃렛을 유치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를 국토부에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대규모 도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점포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상권이나 중소상인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저성장기 경제 하에서 시행되는 도시개발사업으로 새로 생기는 상업시설부지가 대부분 거대 유통 자본에 의해 흡수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고양시 덕이패션타운 김종생 상인회장은 “대규모점포로부터 중소자영업자를 보호해 달라고 정치인이나 지방정부에 요청하면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변명을 한다며 그럼 과연 법은 누가 만드는 거냐”고 반문했다.
조철현 이천시 상인연합회 회장도 “법도 지방정부도 사회적 약자는 안중에 없다며 그동안 정부가 동반성장이나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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