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소비자

[17회] 합정동 습격 사건

2012년 06월 02일 06시 36분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마포구 망원시장.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에 최근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알림판에는 상품안내 대신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입점을 반대하는 문구가 등장하고. 가게마다 같은 내용은 포스터를 붙여놨습니다.

인근 260여 개 점포의 상인들도 대형마트 입점은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은 채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망원시장 노조] “80년대 초반 물난리 났을 때 들어왔어요. 30년 다 돼가지고 이제. 말 듣기로는 여기만큼 장사 잘 되는 데가 서울시내에서도 몇 군데 안 된다고 상인들이 얘기하더라고요. 여기만큼 장사 잘 되는 데가 없다고. 그러더니 요 근래에 와서는 장사가 안 된다며 통 안 보여.”

[망원시장 상인] “마음은 착잡합니다. 결론도 안 난 상황에서 지금 장사는 장사하는 대로 힘들고 입점 반대하는 시위도 하고. 1인 시위뿐만 아니라 대규모 집회도 벌써 세 번째 했는데 힘들어요. 사실 장사를 하면서 시위를 하는 상황이 반복 되니까.”

최근 몇 년 사이, 월드컵 경기장과 망원역에 잇따라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이른바 투 플러스 원 행사 및 각종 미끼상품을 내놓으며 주변 골목 상권을 싹쓸이 해왔습니다. 여기에 합정역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곧 영업을 시작합니다.

4개 전철역 반경 2.5킬로미터 안에 세 개의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는 셈입니다.

[망원시장 상인] “월드컵 경기장에 처음 까르푸가 생겼을 때 사실 처음에는 못 느꼈어요. 그런데 입정하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요. 몇 년 후에 망원역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또 생기니까 매출이 또 급감을 하고요. 또 하나의 홈플러스가 합정역에 들어선다고 하니까 불 보듯 뻔한 매출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답답합니다.”

이렇게 대형 유통업체들로 인해 재래시장이 입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시가 추산한 결과 기존 매출액의 약 30%가 줄어들고, 피해품목은 가공식품에서부터 잡화, 과일, 생선까지 거의 모든 분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십여 개 점포는 문을 닫아야 할 형편입니다.“

[망원시장 상인] “우리가 하는 품목 대형마트에도 다 있잖아요. 밤 까는 기계도 갖다 놓고 까고 다 해요. 우리 있는 품목 없는 게 없어요. 홈플러스 안 들어와야죠. 끝까지 싸워야죠.”

[망원시장 상인] “이런 품목(분식)이 생기겠죠. 그러면 깨끗한데 가서 먹고 싶은 사람들은 거기로 가고.”

올 7-8월쯤 개점을 앞둔 홈플러스. 지난해 재래시장 인근 1킬로미터 이내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이 미처 관련 조례를 만들기 전에 홈플러스 측은 미리 입점을 등록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 “저희가 분양을 받았잖아요. 분양을 받아서 투입된 돈부터 시작해서 장기가 발생한 이자비용, 금융비용 포함해서 많이 들어갔습니다.”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까지의 공백기를 이용해서 무리하게 등록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 자꾸 휩쓸려 가면 사실 저희가 반대논리를 얘기해도 변명밖에 안 되니까요.”

결국 서울시가 파업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송호재 서울시 소상공인과장]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한 취지를 저희들이 자료로 내서 자율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조정절차에 들어갔을 때는 저희들이 강력하게 입점철회라든지, 업종조정 작업이라든지, 그것도 안 될 때는 품목이라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서 서울시의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대표적인 서민들의 터전인 재래시장. 정치인들이 민생을 강조하며 찾는 곳입니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당선인] “지금 전국적으로 재래시장 골목상권을 지키냐, 마느냐 상징적인 곳이 이 망원시장이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주요 정치인들은 약방의 감초처럼 재래시장을 찾습니다. 그때마다 온갖 상인 보호대책을 쏟아냅니다.

“홈플러스 반대하겠습니다.”

“홈플러스 저희들은 절대 반대합니다.”

상인들에게 시장을 살리겠다며 한 표를 호소합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게 다반사입니다.

5년 전 대선에 나서기 전 민생과 서민을 강조했던 대통령.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2007년 9월] “저는 대목이 되면 시민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추석에 과일을 사든 제사를 위해서 제물을 사든 재래시장이나 자영업하시는 분들에게 사라, 이렇게 부탁을 했었습니다. 서울시는 4년간 모든 소모품을 사실은 재래시장에서만 사도록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한 말을 뒤집기도 합니다.

“재래시장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개선을 많이 해야 합니다. 남의 도움만 받아서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유통업체의 무차별 진출은 영세 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막강한 자본력 앞에 영세 상인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생업을 멈추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망원역 인근 홈플러스 매장 앞. 입점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과일가게 주인, 오늘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1인 시위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하시나요?) “두 시간이요.” (두 시간?) “네.”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 개월 됐는데.” (평소에는 어떤 물건을 파세요?) “저는 생선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한창 바쁜 시간일 것 같은데 이 시간에 왜 나와 계세요?) “우리의 생활 터전이니까 생활 터전을 지키려고 이렇게 나와 있죠. 바빠도 잠시 덜 벌어도 이런 시위를 해야죠. 홈플러스가 안 생겨야죠.”

전체 경제 인구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은 28% 남짓.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영세 상인입니다. 대기업의 투자와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삶도 지켜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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