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웃렛 난개발...정부도 공범
2014년 10월 31일 22시 37분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개장한 롯데 프리미엄아웃렛이 물류시설로 규정돼 백억원이 넘는 지방세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기도 이천시청은 롯데 아웃렛이 개점할 경우 지역 상권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 놓고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인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은 한국패션협회의 주요 회원사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패션유통물류(주)가 이천시와 손잡고 시행한 이천패션물류단지 개발사업을 통해 입점했고 이후 이천 시내 기존 상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천패션물류단지는 물류시설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개발됐다. 이 법에 따라 물류단지는 물류시설과 상류시설(상업시설), 지원시설로 나뉘는데 현재 상류시설에는 롯데 프리미엄아웃렛이 입점해 있고 지원시설에는 호텔 유치가 추진되고 있다. 전체 사업 면적의 50% 이상이 물류단지와 별 상관없는 시설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물류단지들이 법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업시설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 것인데, 시행 사업자는 부동산 개발 차익을 염두에 두고 물류단지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상업시설 구역에 대규모 점포들이 입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롯데 아웃렛은 물류시설로 인정돼 이천시로부터 지방 취득세 100%와 재산세 50%를 감면받아 103억 원의 세금을 아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문제는 지방정부가 대규모점포의 입점으로 지역상권과 중소상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도 대규모 개발사업과 대기업 유치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이천 패션물류단지에 대형 아웃렛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상인들이 반발했고 경기도 이천시는 경기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아웃렛 입점에 따른 지역상권영향평가 보고서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한국패션유통물류(주)가 직접 유럽형 명품 위주로 180개 매장 규모의 프리미엄아웃렛을 만들겠다는 계획만 알려진 상태였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 계획대로 아웃렛이 만들어지면 지역상권에 미치는 피해는 미미해 시장잠식률이 3~7% 수준이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나 한국패션협회가 명품 중심 아웃렛을 유치할 만한 능력이 떨어져 국내 브랜드 위주의 아웃렛을 만들 경우 지역상권 잠식률은 10~30%에 달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천시는 부정적인 보고서 내용은 숨긴 채 지역상권 피해가 적다는 연구결과만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한국패션유통물류(주)는 상류시설 부지를 롯데쇼핑에 매각했고 이천시는 이곳에 롯데가 국내 브랜드 위주로 350개 매장을 갖춘 초대형 아웃렛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역상권을 보호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천시는 이미 경기도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후여서 기초자치단체가 대규모 점포 등록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변명했다. 대신 앞으로 상인회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패션협회는 아직 롯데에 매각하지 않은 상류시설 부지에 별도의 아웃렛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패션유통물류(주)가 아직까지 이천시와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철현 이천시 상인연합회장은 “중앙통 상가의 중소상인 점포 상당수가 50% 이상의 매출 타격을 받고 있고 일부 점포는 폐점됐거나 임대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변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천시청과 한국패션유통물류(주), 롯데쇼핑 등이 지역 중소상인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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