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통합당 정양석, 정책연구 언론기고문 짜깁기 ..."송구스럽게 생각"
2020년 04월 07일 14시 41분
미래통합당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을)이 2019년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자가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국회예산으로 연구비 5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국회예산 사용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맡은 교수는 “지금도 계속 연구 중”이라고 주장했고, 윤 의원실은 연구자와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안 될 경우, 관련 예산의 반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의원은 2019년 12월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강령 분석과 경제·사회적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세대 이 모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했고 세금 5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교수는 연구 목적으로 “영국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강령을 분석한 후 (중략) 우리나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두 당의 강령에 대해 어떤 분석을 내놨을까? 이 교수가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확인했다. 모두 102쪽 분량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국 양대 정당의 강령을 분석한 대목은 없다. 오직 2019년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의 영문 총선공약만 있다.
연구보고서의 표지(1쪽)와 연구목적(1쪽), 제출문(1쪽)을 제외한 99쪽 전부가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홈페이지에 있는 두 당의 총선 공약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컨트롤 C’, ‘컨트롤 V’를 반복해 연구 결과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교수가 작성한 윤 의원의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와 두 정당의 공약 페이지를 비교했을 때 결과보고서 4쪽부터 14쪽까지 보수당의 공약을 복사해 붙였고, 14쪽부터 102쪽까지 노동당의 공약을 그대로 옮겨놨다.
노동당의 공약을 ‘복붙’하는 과정에서 노동당 사무실 주소도 함께 가져오기도 했다. 두 당의 공약 홈페이지 내용을 다 긁어왔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와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의 서명은 뺐다. 이런 엉터리 용역보고서에 국회 예산 500만 원이 지급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취재진은 연구자 이 교수에게 연락해 해명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교수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최종보고서가 아니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연구 계약서상 (2019년) 12월 31일까지 연구를 마쳤어야 하는데, 계약이 12월에 체결돼 물리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했고, 그래서 계약은 일단 하고, 차차 연구보고서를 내는 걸로 (의원실과) 얘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또 “워낙 영어가 길기 때문에 (지금도) 분석을 하고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에 (연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최종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이 교수에게 국민 세금 500만 원이 지급됐다. 국회사무처 ‘2019 의정활동지원 안내서’를 보면 ‘의원실이 소규모 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요청할 경우에는 용역결과물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연구비를 지급하려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의원과 국회사무처는 이같은 국회예산 사용지침을 어겼다.
더구나 이 교수의 보고서를 받아, 윤재옥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최종 보고서”라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영국 두 정당의 공약을 그냥 긁어서 붙여놓은 수준에 불과한 엉터리였다. 윤재옥 의원이나 국회사무처 모두 최소한의 검수 절차도 없이 세금을 지급한 것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만약 의원실에서 12월 1일에 계약을 맺었는데 그해 12월 31일까지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계약상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 보고서 제출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예산) 반납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윤재옥 의원에게 문자로 질의서를 보내,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국민 세금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윤 의원은 “지금은 바쁘다며, 선거가 끝나면 친절하게 답변해주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실은 “지난해 계약 당시 최종보고서가 아니라고 (사무처에) 말했고, 중간에 보고서를 빨리 제출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이 교수에게) 전했다”며 “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것은 우리 책임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윤 의원실은 “연구자와 협의해 빠른 시일안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안 될 경우, 관련 예산의 반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으로 재선의 윤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대구 달서구을 후보로 출마해 3선에 도전한다.
취재기자 | 강현석 임선응 박중석 |
촬영기자 | 김기철 |
편집 | 조문찬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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