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20대 의원 출신 각당 후보, 정책개발비 오남용 검증
2020년 04월 01일 18시 25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구을)이 2019년 의정활동 명목으로 수행한 정책연구 용역에서 표절이 확인됐다. 홍 의원으로부터 연구를 맡은 정 모 씨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에 제출된 정부과제 보고서를 베껴 국회 예산 500만 원을 타냈다.
홍영표 의원은 “표절 등 중복 제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회사무처에 세금을 제외한 연구비 456만 원 전액을 반납 조치했다.
홍영표 의원은 2019년 12월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국가 전략의 방향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 연구엔 국회 예산 500만 원이 지출됐다. 홍 의원은 경제학자 정 모 씨에게 연구를 맡겼고, 국회사무처에 연구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뉴스타파 검증 결과, 이 용역 결과보고서는 9개월 전인 2019년 3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에 제출된 정부과제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소속 정책기획위원회는 2018년 12월 ‘제조업 르네상스 추진방안’이란 주제로 정부과제 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엔 정부 예산 2천만 원이 들어갔다. 당시 과제를 맡은 책임연구원이 바로 정 씨였다. 정 씨는 2019년 3월 정부과제 연구용역을 수행한 뒤, 그해 12월 같은 주제로 홍 의원의 정책연구 용역도 맡은 것이다.
정 씨가 작성한 홍 의원의 정책연구 보고서는 앞서 정부에 제출된 용역보고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내용이 같았다. 정부 보고서와 홍 의원의 연구보고서를 대조했을 때 목차부터 본문 내용, 문장 순서, 도표, 그림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홍 의원의 연구 보고서는 모두 83쪽으로, 이 가운데 표지 1쪽과 참고문헌 2쪽을 제외한 본문 80쪽 전체를 베낀 것이다. 정 씨는 정책기획위원회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출처나 인용표기도 따로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책기획위원회 측은 “보고서의 저작권은 발주기관과 연구자의 공동 소유이며, 계약상 산출물(정부 보고서)로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연구자의) 연구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 정 씨는 잘못을 인정했다. 정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정부 보고서는 혼자 작업한 게 아니라 여러 명이 공동 작업했는데, 외부로 공개될 줄 몰랐다”며 “똑같은 내용으로 중복해서 연구비를 받는 건 문제가 있고, 홍영표 의원실에 얘기를 해서 받은 돈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문제를 확인하고, 관련 세금을 반납 조치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뉴스타파에 보낸 이메일에서 “정OO 박사는 제조 르네상스 관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고, 용역 의뢰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며 “보고서 중복 제출 사실도 결코 몰랐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또 “용역 당시 정OO 박사에게 표절금지 서약서를 제출받았고, 중복 제출이나 표절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4월3일 정OO 박사가 국회사무처에 연구용역비(세금 제외 456만원)를 반납 완료했다”고 밝혔다. 3선의 홍영표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천 부평구을 후보로 출마한다.
취재기자 | 강현석 임선응 박중석 |
촬영기자 | 오준식 |
편집 | 김은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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