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에 이어 차관까지... 행정안전부의 '대국민 거짓말'

2022년 11월 16일 09시 54분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이태원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론 보도보다 늦게 전파한 것과 관련해, 행안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아무 문제없다”는 해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ational Disaster Management System, 이하 NDM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10일 ‘이태원 참사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김성호 행안부 안전차관은 “대통령 지시사항이 언론에 나간 만큼 NDMS를 통해 시급하게 전파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뉴스타파가 NDMS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참사 당일 전국 기관에 전파됐던 대통령 1호 지시 문건 원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김성호 안전차관의 해명 발언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은 재난 상황 시 중앙 부처와 시도, 시군구, 공사·공단 등 모든 공공기관의 재난 업무 담당자들이 재난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안전차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 참사 직후, 윤 대통령 첫 지시 나온 지 55분 뒤에야 늑장 전파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과 소방, 정부 부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첫 번째 지시를 내린 시각은 10월 29일 밤 11시 21분이다. 압사의 위험을 알리는 소방 신고가 최초 접수된 밤 10시 15분으로부터 1시간 6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①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구급 및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②경찰청, 지자체 등에서는 전국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핼러윈 행사가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사장에 대한 안전 점검 및 안전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기 바랍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NDMS를 통해 모든 정부 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에 신속하게 전파돼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 첫 지시사항이 전파된 시간은 자정을 넘긴 지난 30일 새벽 0시 16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지시한 지 55분이 지난 뒤였다. 
오히려 NDMS 전파보다 언론의 보도가 더 빨랐다. 밤 11시 36분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언론에 대통령 지시사항을 공지했다. 이후 밤 11시 44분쯤부터 인터넷 포털에 대통령 지시사항 속보가 나가기 시작했다. NDMS를 통한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가 언론의 보도보다 30분 가량 늦은 것이다. 
▲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언론 보도보다 약 30분 늦게 전파했다.
NDMS는 지난 2005년 경찰과 소방,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전국 재난관리책임기관에 재난 정보를 일제히 신속하게 전파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행정안전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것도 NDMS 도입 이후 재난 상황 전파시간이 평균 35분에서 1분 이내로 크게 낮췄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NDMS를 통한 대통령의 지시사항 전파는 지시가 나온 시점으로부터는 55분 뒤, 그리고 언론 보도보다도 30분이나 뒤처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재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난 9일 MBC는 “재난재해 정보를 총괄하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이 참사 당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는 TV로? 재난정보망 ‘무용지물’)
보도 다음 날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해명에 나섰다. 안전차관인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NDMS는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며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난관리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고요. 그런데 질의하신 부분은 아마 지시사항 전파에 있어서 조금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22. 11. 10.)

거짓말 ① “NDMS 전파가 언론보다 늦어도 괜찮다”

김성호 안전차관이 가장 먼저 한 해명은 “NDMS를 통한 대통령 지시사항의 전파가 언론보다 늦어도 상관없다”는 취지였다.
어쨌든 대통령 지시사항이 언론을 통해서 전파가 먼저 됐습니다. 위급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효과적인 수단을 찾다 보니까 그렇게 언론을 통해서 전파가 됐고요.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22. 11. 10.)
그런데 안전차관의 말대로라면 모든 위급 상황에서 언론을 먼저 이용하면 되지 굳이 NDMS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행정안전부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운영 규정’을 보면 김성호 안전차관의 이 같은 주장이 비상식적이란 사실이 더 명확해진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운영 규정 11조 상황 보고 및 전파’에는 재난 상황에서 경찰과 소방, 정부 부처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에 대응 지시 등을 하는 경우에는 NDMS를 활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 지시사항 같은 중요 정보는 NDMS로 전파하는 것이 원칙이고, 언론 등은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거짓말 ② “시급하지 않았다”

이어 김성호 안전차관은 “당시 NDMS를 통한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에 시급성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다. “NDMS를 통한 전파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한 번 더 강조하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재차 강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쨌든 관계기관, 언론을 통해서 각 기관과 관련된 그런 지시사항들을 수신해서 조치를 하게 되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저희 행안부는 그런 지시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정리해서 NDMS상으로 전파를 했다고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22. 11. 10.)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당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NDMS로 전파한 대통령 지시사항 원문을 확인했다.
▲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대통령 지시사항 NDMS 전파 문건 원문
제목은 ‘1보, 이태원 핼러윈 사고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라고 적혀 있다. 문건을 보니 작성자와 발신자의 직책과 이름이 겹쳐 있는 등 엉망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 NDMS 전파 문건 원문을 보면 작성자와 발신자의 직책과 이름이 겹쳐 있는 등 엉망으로 작성되어 있다.
뉴스타파는 당시 이 전파문을 작성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자와 접촉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전파문을 전국 기관에 배포한 이유”를 물었다. 상황실 근무자는 김성호 안전차관의 대국민 해명과 정반대로 “NDMS를 통한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가 시급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게 공문서는 아니고 우리가 NDMS라고 재난 전파하는 시스템이거든요. (문건) 생산도 보낼 때 저희가 하는 거고요. 우리가 그 시간에 결재하고 그럴 시간은 없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시스템의 공문은 우리가 시간을 봐서 올리면 그분이 결재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건데 그때는 시간이 없는 거거든요. 빨리 전파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참사 당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자 

거짓말 ③ “별도의 지시사항을 정리·추가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거짓 해명은 이게 끝이 아니다. 김성호 안전차관은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을 정리해 전파 문건에 추가하느라 NDMS 전파가 어쩔 수없이 늦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 내용(대통령 지시사항)을 저희가 정리를 하고, 그리고 유선으로 전달받은 부분도 있고 해서 그걸 정리해서 하면서 시간이 소요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시사항을 우리가 정리를 해서 12시 16분에 재난관리시스템을 통해서 각 정부 부처하고 자치단체에 통보를 했습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2022. 11. 10.)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타파는 NDMS 전파문 원문의 내용과 대통령실이 언론에 배포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대조했다. 
▲ 대통령실 대변인실에서 공지한 윤석열 대통령 첫 지시사항
▲ NDMS를 통해 전파된 윤석열 대통령 첫 지시사항
그 결과 새로 추가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어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정리하고 유선으로 전달받은 내용까지 추가해 전파했다”는 김성호 안전차관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이름이 겹치고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전파문의 발송 책임자란에는 거짓 해명을 늘어놓은 김성호 안전차관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 NDMS 전파문의 발송 책임자로 기재되어 있는 김성호 안전차관
NDMS 전파가 늦어진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앞으로 수사나 국정조사 등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고위공직자들의 거짓 해명과 책임 회피다.
참사 발생 다음 날 정부가 진행한 첫 대국민 브리핑에서 “이태원에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재난과 국민의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이상민 장관과 대통령실의 '대국민 거짓말')
이번 참사에서 정부 대응 시스템의 허점을 반성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잘못이 드러나면 피하고 보려는 태도가 비단 장관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전반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김성호 차관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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