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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탐사공모]③기숙사비 정보공개청구를 직접 해보다

2020년 06월 18일 12시 27분

*편집자주
본 기사는 2019년 뉴스타파가 주최한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선정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대학생 김도연, 권혜인, 성수민, 정수연이 뉴스타파 취재진의 도움을 받아 현장 취재와 기사 작성, 제작을 담당했다. ‘알고리즘’은 알고 싶어 시작한 저널리즘의 줄임말이다.


요즘 나오는 신형 냉장고는 성에가 끼지 않는다. 위 사진처럼 냉장고에 성에가 잔뜩 얼어있으면 여간 골치 아프지 않다. 사진 속 냉장고는 건국대학교 기숙사 ‘쿨하우스’ 에 현재 설치된 냉장고다. 입학해서 3년 째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서연 씨(22, 가명)는 어느 날 참지 못하고 성에를 없애기로 했다. 임시방편으로 바닥에 깐 수건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성에를 떼어내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나왔다. 그리고 겨우 깨끗한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성에를 없앤 게 뿌듯해 당시 우연히 찍었던 사진들을 취재팀에게 보여줬다. “성에를 녹이려고 몇몇 학생들이 아예 기숙사 밖에 냉장고를 내놓는 모습도 봤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2018년 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기숙사에 왔을 때를 기억했다. 청소를 해도 곰팡이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전에 쓰던 사람이 남기고 간 더러운 립스틱도 직접 치웠다. 곰팡이를 없애고 성에를 녹이는 일 전부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아주머니(청소해주시는 분)를 부르려면 또 3만 원을 부담해야 해요. 락스칠을 하면서 청소를 해도 (깨끗하게) 안 돼요. 학교 측에서 (청소 비용을) 부담해주지 않아서 저희가 청소를 해주고 나가야 해요. 나갈 때(방 뺄 때) 청소 검사를 하는데, 청소 검사에서 탈락하면 더 청소하거나 돈을 내고 청소를 맡겨야 해요. 그걸 보증금에서 빼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보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요”

기숙사는 식비도, 세탁비도, 청소비도 따로 걷었다. ‘대체 기숙사비는 어디로 나가는 거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기숙사비가 기숙사치고는 적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기숙사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

학교 주변의 보증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변 보증금이 천 만원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있는 느낌이죠. 원룸을 생각해본 적은 많아요. (기숙사에서는) 취사가 안 되니까 컵라면을 먹어야 하고... 월세를 알아봤는데 (원룸 주변) 치안도 무섭고. 보증금을 천만 원씩 내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요.”

건국대 주변(광진구 화양동)의 평균 원룸 시세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52만 원이다. (3월 18일 부동산 어플 ‘다방’에 등록된 원룸 매물 500개 기준) 그가 거주하고 있는 드림홀 2인실의 경우 매달 약 40만 원을 내고 있다. (1인실의 경우 61만 원이다.) 만약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져 원룸에서 지내게 된다면 보증금은 스스로 마련해보거나 집에서 통학할 생각이었다. 세종시는 서울까지 왕복 네다섯 시간이 걸렸다.

▲ 건국대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서연 씨(가명). 원룸 보증금이 부담스러워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서 떨어지면 한 달 동안 세종에서 다녀보려고요. 추가 모집이 나면 그때 신청을 해볼 생각이에요. 보증금 천만 원, 이천만 원이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통학한다면 기차를 타고 가나, 버스를 타고 가나 시간은 비슷해요. 왕복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정도 걸리고, (통학) 비용은 하루 3만 원 정도 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문제점이 있는 기숙사임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있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장애인 보도블록 깔아달라는 요청에 돌아온 대답

김민지 씨(23, 가명)는 건국대학교 기숙사 ‘쿨하우스’ 드림홀 1인실에 4학기째 거주하고 있다. 드림홀 1인실 기숙사비는 2019년 기준 월 61만 원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그는 장애학생 할인을 받아 매달 40만 원을 내고 있다.

▲ 서울권 민자기숙사 1인실 월 기숙사비 10위권 순위.

서울권 민자기숙사의 1인실 월 기숙사비 순위를 보면 건국대 쿨하우스 1인실 기숙사비는 월 61만 원으로 연세대학교(SK국제학사) 다음 두 번째로 높았다. 부모님은 “기숙사비가 싼 다른 대학에 가지 그랬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기 중에 그는 한 달에 40~5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받고 있다. 기숙사식을 먹지 않아 생활비는 거의 식비로 나간다. 그는 “부모님이 저한테 드는 돈만 해도 (기숙사비, 등록금, 기타 비용 합쳐 일 년에) 천만 원은 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너 기숙사 사는 비용이나 자취하는 비용이나 똑같다’. 이런 말도 했거든요. 만약에 제가 (장애인) 할인을 못 받았으면 (기숙사에) 살기가 어려웠겠구나 싶어요. 집이 멀어서 기숙사에 살 수밖에 없거든요.”

▲ 건국대학교 후문 쪽 원룸 밀집 지역 풍경.

비장애인 학생에게는 ‘기숙사 또는 자취’라는 선택지가 존재했지만, 장애가 있는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학교 근처 원룸 밀집 지역은 길도 좁고, 점자블록과 엘리베이터가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꼭 필요한 거주 공간이었다.

휴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기숙사에서만 지내야 한다. 한 달에 40만 원, 1년으로 환산하면 480만 원에 달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기숙사가 왜 높은 금액으로 책정됐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왜 (기숙사비 책정 내역을) 비공개로 하는지 제일 의문이고, 왜 안 알려주는지 (의문이에요). 당연히 알려줘야 하고, 그 돈을 저희가 내고 저희가 사용하는 시설이니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감출 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그는 기숙사 밖에서 우연히 쿨하우스 관계자를 만났다. “기숙사에 불편한 점이 있냐“는 물음에 “(장애인용 점자) 보도블록 좀 깔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숙사(드림홀) 외부에 점자 보도블록 설치가 미비하여 기숙사 앞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식당 앞에 설치된 보도블록 두 개 중 하나는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 기숙사 식당 앞에 설치된 보도블럭. 한 개는 깨진 상태로 있었다.

돌아온 대답은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돈이 없다”였다. “일단은 해주신다니까 설치해주시겠지, 하는 생각인데 지금 걷고 있는 기숙사비만 해도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 해주실까요? 제가 졸업하기 전에는 해주실까요?”

기숙사비 인상 근거 조항, 학생들은 몰랐다

건국대 ‘쿨하우스’ 기숙사비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인상되었다. 쿨하우스 홈페이지에 인상 이유를 담은 안내문이 올라왔다. 인상 이유에 대해서 쿨하우스 측은 ‘건립 당시의 실시협약에 의거하여 건립 비용 상환을 위해 최소 2.6%의 기숙사비 인상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건립 당시의 실시협약’은 기숙사를 짓기 위해 당시 건국대학교가 민간회사와 체결했던 ‘기숙사 개발사업 실시협약’를 말한다. 건국대학교 기숙사 개발사업 실시협약서 제21조 제3항에는 ‘매년 기숙사비를 최소 2.6% 인상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쿨하우스 기숙사비는 매년 인상되고 있다.

정작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서연 씨는 이 조항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기숙사에 입주해 매 학기 기숙사에서 살고 있지만, 기자의 질문을 통해 처음 이 조항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그걸 왜 넣은 건지 묻고 싶다. 왜 올려야 하는 거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 건국대 쿨하우스 기숙사 공지사항에 올라온 기숙사비 인상 안내

역시 기숙사에 살고 있는 김민지 씨도 이 조항을 몰랐다. 그는 “어디에 쓰는지 알면 이해라도 할 것 같다”며 “공개가 되어야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인상만 한다면 학생들의 불만만 늘어날 것 같다.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취재팀’은 쿨하우스 행정실에 ‘기숙사비 산정 기준 및 과정을 알고 싶다’는 질문지를 전달했으나, ‘민자기숙사라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돈이 없다는 학교, 하지만 돈이 없는 이유는?

학교 측은 항상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돈이 없는 이유를 학생들에게 설명해준 적은 없었다. 2016년 2월 11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달팽이유니온,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건국대학교⋅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각 학교 총장을 상대로 기숙사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됐는지 확인하는 취지의 정보공개청구 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이하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소장의 주된 요지는 사립대학교도 정보공개법 및 교육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피고가 얻는 이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정보공개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2017년 3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2016구합53906)을 내렸다. 이후 2심에서도 승소(2017누42592)하여 법원은 건국대⋅연세대에 ‘민자기숙사 설립과 관련된 실행예산’, ‘민자기숙사 설립 후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 ‘민자기숙사 운영을 맡고 있는 업체와 계약서, 운영지침’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두 학교는 2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제기했다. 건국대는 상고이유서에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이 건국대와 같은 교육기관에 투자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신들이 취할 편익이나, 계약 노하우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면 건국대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연세대도 “민자기숙사(SK국제학사)가 교환학생에게 언어, 체험 등을 제공하는 특수성이 존재하며, 기숙사 운영으로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출처:https://www.peoplepower21.org/StableLife/1600869)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은 학교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학교 측은 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판결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에 걸쳐 확정판결이 내려진 소송 과정은 다음과 같다.


3년만에 정보공개 승소,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학교는 “자료를 보내 달라”는 참여연대 측의 요청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참여연대 박효주 선임간사는 “저희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학교에 계속 요청했음에도 자료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 판결 이후 논평문에서 ‘정보공개자료를 통한 기숙사비 원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이후 학교로부터 자료를 받았지만 박효주 선임간사는 “그 자료를 가지고 원가 분석을 하기에는 사실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사비 내역서 같은 경우에도 공정별로, 총괄 내역서만 나왔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만 가지고 원가, 기숙사를 건설할 때 이 비용이 적절한지 안 한 지 판가름하는 게 불가능했거든요. 전체 금액이 어느 정도이며,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건설되었는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해봤다

지금은 어떨까. ‘알고리즘 취재팀’은 건국대학교에 기숙사비와 관련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9년 9월 23일,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건국대학교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미 정보 공개를 명령한 ‘민자기숙사 설립과 관련한 실행 예산’, ‘에듀21건국대기숙사유한회사의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 ‘에듀21건국대기숙사유한회사와 건국대학교의 계약서 또는 운영 지침’에 대한 청구였다.

10월 22일, 한 달만에 건국대 측에서 답변이 왔다. ‘공개 요청 대상물은 민간 기업인 ‘에듀21건국대기숙사유한회사’의 소유물로서, 대학은 상기 서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즉, ‘자료 부존재’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11월 22일, 기숙사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기숙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그 기준과 근거를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질문에 대해 관계자는 “기숙사비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숙사비 관련한 기사는 저희도 예민한 부분이니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관계자는 “외부 매체의 인터뷰는 학교 홍보실에서 맡고 있다”며 “아마 오늘 당장은 아니고 다음 주에 연락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29일, 연락은 오지 않았다. 기숙사 행정실에 전화를 걸자 다른 관계자는 “확인해보니까 홍보실로 연락을 한번 다시 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홍보실에 전화를 걸었다. 홍보실 관계자는 “기숙사 행정실로부터 들은 게 없다”며 “오히려 그 질문은 기숙사 행정실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질문지를 들고 기숙사 행정실에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

12월 3일, 기자가 기숙사 행정실에 방문하여 관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행정실 관계자는 “사업자 쪽에 질문지를 전달한 후 서면 혹은 전화로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12월 4일, 기숙사 행정실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업자 쪽에서 인터뷰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자가 “총학생회는 (학교에) 정보공개 열람을 요청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묻자 관계자는 “민자사업자이기 때문에 운영과 관련된 건 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정보공개청구 소송 사건을 알고 있나” 질문에 관계자는 “그거(정보공개청구소송)는 저희 기숙사와 관계가 없다. 건국대학교하고 연관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거와 관련된 것은 건국대학교 쪽에 문의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에 걸친 기숙사비 정보공개청구는 결국 실패했다.

취재 : 김도연, 권혜인, 성수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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