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행안부 "재난통신망 기록 보존 기준 마련하겠다"

2023년 04월 21일 18시 05분

2023년 04월 21일 18시 05분

이태원참사 당시 재난 대응 기관 간 교신 내용이 담긴 재난안전통신망 통신기록이 삭제됐다는 뉴스타파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가 기록 보존 기간 연장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금까지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내역을 3개월 이후 일괄적으로 삭제해왔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백업 확인, 보존 기준 마련하겠다”

행안부는 뉴스타파 보도 4일 뒤인 지난 18일 설명 자료를 통해 “별도의 백업(원본 손상 대비 자료 복사)을 받아 (해당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행안부에 이태원참사 관련 재난통신망 기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때는 “이태원 참사 당시 교신 내역은 삭제됐다”, “3개월이 지나면 (서버) 용량이 다 차서 자동 삭제된다”라고 공식 답변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뉴스타파는 행안부에 말이 달라진 이유를 물었다. 해당 설명자료를 작성한 재난안전통신망과 신현동 기술서기관은 19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실무자가 백업을 해둔 것을 이제(뉴스타파 보도 이후)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며 “특별한 기준을 갖고 백업을 해뒀다면 백업을 했다고 했겠지만 (기준이 없었고) 3개월 이후 삭제가 되니까 없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무자가 임의로 백업을 해뒀으나 그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다.   
즉 뉴스타파 취재, 보도 전까지는 이태원참사 당시의 재난안전통신망 통신기록 보존 필요성은 물론 실무자가 백업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안부가 백업했다고 주장하는 기록도 관리 절차나 보존 기한 등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 서기관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재난안전통신망 기록과 관련해 “백업 여부의 기준을 이제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또 18일 설명자료에서 이태원참사 관련 통신 내역을 삭제하기 전인  2022년 12월 6일 해당 기록을 녹취록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도 제출 날짜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기록은 지난해 12월 6일이 아니라 올해 1월 5일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의 요청으로 국회에 처음 제출됐다고 행안부 대변인실 유지선 소통담당관이 제출일을 정정했다. 이 통신 내역은 행안부가 기록 보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이 아니라 국회 요구에 따라 국회에 낸 것이다.
행안부는 소방, 경찰, 지자체 등 재난안전 관련 기관이 함께 소통하는 공통통화그룹의 통신 기록 외에는 관리하지 않는다. 다만 각 기관이 임시로 만들었거나, 각 기관 내부 인원만 모인 통화그룹의 경우 해당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통신 내용을 녹취해 관리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공통통화그룹 외 그룹에서 이뤄진 녹취 내용은 해당 기관이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경찰은 통신 내역을 기본 3개월간 저장하지만,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 3일 경찰청장 명의의 공문에 따라 사건 당일 16시부터 사건 다음날인 오전 6시까지 내역은 백업하여 따로 보관하고 있다. 서울소방은 소방이 관리하는 통화그룹의 경우 3년간 그 통신 내역을 보관하고, 이태원 참사 당시 통신 내역은 3년이 지나기 전에 보존기간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 “작은 단초라도 소중히 여겨야” 행안부 무책임 질타

▲ 지난 4월 1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재난통신망’ 기록 폐기 이상민 행안부장관 규탄 기자회견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위는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준비기일인 4월 18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재난안전통신망 통신 내역 폐기를 방치했다며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 송진영 씨는 “행안부는 이러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았다”라며 “순간을 속속들이 규명하여야 할 정부는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이라는 기초자료의 폐기를 방치하고 폐기될 것을 알고도 묵과했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임종원 씨 아버지 임익철 씨는 “그날의 장면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지만 영상과 사진을 찾아 헤매며 내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시간들을 엮어보려 노력”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도 그날의 참사로부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단초가 될 만한 작은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되새겨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행안부가 재난안전통신망 기록 관리에 필요한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뉴스타파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도 시민대책위의 지적이 나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대표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3개월 이내에 용량이 다 차서 자동 삭제”됐다는 행안부 입장에 대해 “전자정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1조 5천억이라는 국가 예산으로 만든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서버 용량이 고작 3개월짜리라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수의 법률과 규정은 재난안전통신망의 자료와 정보를 무단폐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장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10.29 참사대응 TF’ 임한결 변호사는 “(통신 기록 삭제 근거가 된) 고시에 재난안전통신망 운영과 관련한 규정은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도록 돼 있다”라며 “자신들이 법에 위배되는 고시를 만들어 두고 법을 지켰다고 우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작진
취재박채린 오나영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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