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인권위 진정냈던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정규직 전환

2020년 11월 10일 15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에 채용 성차별 문제로 진정을 넣었던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지난 9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지 1년 5개월 만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방송사 비정규직 보도의 일환으로 유지은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다. 
▲지난 7월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진행한 유지은 아나운서. 
유지은 아나운서는 2014년 5월 대전MBC에 프리랜서로 입사했다. 유지은 아나운서는 입사 5년여 만인 지난해 6월, 남성은 정규직 아나운서로, 여성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채용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대전MBC가 1990년대 이후 채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고 인권위 진정 제기 시점까지 채용된 15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와 5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 인권위는 진정 1년 만인 올해 6월 "진정인들의 업무 내용 및 수행 방식은 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노동자로서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여성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전환해 채용할만한 합리적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대전MBC에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 진정인 정규직 전환 진정 제기 이후 방송출연 개수와 시간, 보수를 축소한 것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권고했다. 
지난 8월 뉴스타파 보도 당시, 대전MBC측은 "성차별적 채용이라는 결정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이라면서도 정규직 전환과 위로금 지급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도 한 달만인 9월, 인권위에 "공영방송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겠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유지은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만 대전MBC는 "제작 과정에서의 진행자 교체 등은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자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며 진정을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500만 원 지급 권고에 대해서는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대전MBC는 유지은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도 유 아나운서의 6년 경력 중 2년은 인정하지 않았다. 채용 2년 뒤에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전체 경력 중 첫 2년을 경력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의 윤지영 변호사는 "기간제근로자는 근로계약 기간을 특정해 근무하지만 유지은 아나운서는 계약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근무했고 기간을 명시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이런 점에서 입사 당시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인사규정에 따라 2014년 5월부터 경력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전MBC에 전달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유지은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성명을 내고 "소송을 통해 불필요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그동안 유지은 아나운서가 받아온 불이익한 차별 처우와 부당 업무배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 MBC 본사에도 지역계열사의 성차별 채용 실태조사와 해결방안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제작진
취재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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