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받은 민간단체 과반, 특정 정치세력과 연관

2018년 12월 18일 08시 59분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비영리민간단체의 과반수가 특정 정치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 목적으로 배정된 정부 보조금이 자칫 비영리민간단체의 탈을 쓴 정치적 조직의 돈줄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임직원들이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거나 각종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정치 행위를 할 경우 일정기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성향 분석해보니 115 vs 7

뉴스타파가 지난 2016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비영리민간단체 223곳의 정치적 성향을 조사한 결과, 과반이 넘는 115곳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및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등과 직·간접적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단체들은 ‘애국보수’라는 기치를 들고 거대 연합 단체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는 등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사랑회와 한미우호협회 대한민국성우회 등 비영리민간단체 17곳이 종북세력청산범국민협의회에 가입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종북몰이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통합진보당원들을 반국가단체 구성죄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고, 박래군 세월호 국민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사랑의실천국민운동본부와 국민행동본부,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 등 28개 단체는 바른역사국민연합과 연대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등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 화면 중·하단부에 뭉쳐있는 파란색 점들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비영리민간단체들이다. 이들 단체가 이명박·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점들을 우클릭한뒤 포커스> 다이렉트를 차례로 누르면 이들 비영리민간단체와 연관된 인물과 단체를 확인할 수 있다.

친 문재인 대통령 또는 친 더불어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는 단체는 7곳, 친 자유선진당 성향의 단체는 3곳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정치 성향을 보이지 않은 민간단체는 98곳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비영리민간단체 임직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거나 선거 캠프에 참여한 경우, 정당에 비례대표 또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경우, 정무직 공무원에 임명된 경우에 한정해 연관 유무를 판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권의 코드에 맞는 단체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이 지원된 사실이 실제로 입증됐다. 2016년 배정된 정부 보조금의 규모는 88억39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51.8%인 45억8200만 원이 친 새누리당 성향 단체에 지원됐다. 이는 친 더불어민주당 성향 단체에 지원된 2억8200만 원보다 16배 많았다.

새누리당이 최다 연결고리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비영리민간단체들과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진 곳은 새누리당으로 나타났다. 선한사마리아운동본부 등 모두 48개 비영리민간단체의 임직원들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신청하거나 당직을 맡아 활동했다. 선한사마리아운동본부 하정열 이사장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김성옥 중앙회장,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최봉실 이사장,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정숙 회장, 한국여성환경운동본부 최영호 대표, 한중여의도리더스포럼 김혜경 이사장,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이연주 대표, 한국청년회의소 안영학 중앙회장, 밝은청소년 임정희 이사장 등은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2009년 대학생자원봉사단V원정대를 설립한 전성민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청년이여는미래를 만든 신보라 전 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 청년비례 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차세대문화인연대 최공재 대표는 새누리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이갑산 전 대표는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대표 시절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평화운동연합 장성호 이사장은 2008년 새누리당 구로갑 공천을 신청했고, 북한인권학생연대를 설립한 김익환씨는 2016년 새누리당 서울 구로갑 예비후보로 나섰다.

한국화장실협회 김종해 회장은 2010년 한나라당 수원시장 예비후보로, 밝은미래 허명 회장은 2014년 새누리당 송파구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에 각각 등록했다.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는 2012년 총선에서 마포을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떨어지자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마포을 당협위원장에 입후보한 전력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연관 단체 45곳

새누리당 다음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민간단체가 45곳으로 많았다. 이들 단체들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 청소년선도위원회 류병근 중앙회장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소통청소년교육소통분부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클린콘텐츠국민운동본부 안종배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스마트컨버전스 특보로 활동했다.

전국자전거길잇기국민연합 신용식 공동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장애인본부를 발족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이 단체의 이상원 공동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환경특별보좌역을 맡은 뒤 4대강살리기범국민협의회를 조직했다.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한만정 대표는 2012년 대선때 새누리당 산타자전거유세단장을 맡았고, 녹색자전거봉사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 4대강 홍보사업에 주력했다. 녹색전국연합 초대회장인 박중홍씨는 친박연대 대표를 맡은 인물이다. 김성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여성의원과 다른 여성단체들과 함께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만들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여성혁명의 제일 좋은 방법은 여성대통령으로,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은 여성혁명의 출발점“이라며 이 단체를 선거에 이용했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의 김영일 대표와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은 2012년 박근혜지지연대를 결성하고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포럼동서남북 성기철 전 회장은 2012년 대성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윤정균 후임 회장은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후원회장을 지낸 인물로 2012년 총선에서 용산을 예비후보로 입후보했다.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는 2012년 대선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반 박근혜 후보 단체인 범국민대통령추진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다. 강철환 대표는 또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으며 2017년 대선에서는 홍준표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특히 2007년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특보를 맡았던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정숙 회장은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성남사람들의 모임 일명 한성회 회장이기도 하다.

빅드림 주용학 대표는 2010년 한나라당 서울 용산구청장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결된 비영리민간단체는 22곳이다. 한국통일진흥원 김학옥 이사장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 안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위기관리연구소 도일규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이다. DMZ미래연합 이춘호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당시 여성부 장관에 내정되기도 했다. 이춘호 상임대표는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시절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춘호 대표는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직무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 2007년 대선에서는 마중물여성연대 공동대표로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통일건국회 권영해 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고, 국민재난안전교육단중앙회 박수부 회장은 자유한국당 대구지역 국가안보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홍준표 후보를 도왔다.

친더불어민주당 성향 단체 7곳

단체의 대표 또는 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를 돕거나 친 더불어민주당 성향을 보인 비영리민간단체 모두 7곳이다. 지역발전정책연구원 박대우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전남도당 캠프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위해 일했고, 한국애견협회 신귀철 회장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지지선언을 했다. 한국애견협회를 설립한 신귀철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유동수, 정재호 의원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협회 임직원중 민주당 인사가 여럿 포진해있다.

도시농업포럼 신동헌 상임대표는 2002년 한나라당, 2006년 열린우리당,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올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경기도 광주시장에 당선됐다. 아태경제연구원 염춘영 원장은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2016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전력이 있다.

친자유선진당 성향의 비영리민간단체는 물망초, 남북청소년교류연맹,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등 3곳이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의원은 현직 의원 신분이었던 2012년 5월 사단법인 물망초를 결성한 뒤 지금까지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유재건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현재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10년 서울 용산구청장 선거에 입후보한 서정호씨는 남북청소년교류연맹 부총재라는 이력을 제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보조금을 많이 받은 민간단체는?
문재인 대통령 고발 단체 가장 많은 보조금 받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인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단체는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이다.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은 2016년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1월 통일부에 등록한 이 단체는 이듬해부터 5년간 모두 5억51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비영리민간단체들의 보조금 지원액이 한 해 평균 4000만 원인 점을 감안할 때 3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대표 극우세력인 뉴라이트 관련 단체에 수십억 지원

대표적 극우세력인 뉴라이트 관련 단체에 23억 원이 넘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됐다. 뉴라이트재단에서 출발한 시대정신은 2009년 행정안전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첫 해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억2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뉴라이트 계열 교육운동 단체인 자유교육연합은 같은기간 3억800만 원을,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4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두 단체는 자유주의연대와 교과서포럼 등과 함께 2006년 4월 뉴라이트재단을 창설한 단체다.

서경석 목사와 오인탁 연세대 명예교수 등 뉴라이트 인사가 주축이 돼 결성된 선진화시민행동은 박근혜 정부 기간 5년 내내 1억6200만원 을 받았고, 뉴라이트의 시초나 다름없는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혜준 대표가 만든 함께하는아버지들에게 1억250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뉴라이트기독교연합 고문인 최성규 목사가 대표로 있는 효나라운동중앙회는 2억7900만 원, 뉴라이트 인사인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이 만든 대한민국사랑회는 1억9700만 원, 2008년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연구센터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안종배씨가 회장을 맡은 클린콘텐츠국민운동본부는 2억200만 원, 시대정신 청년위원장 출신 김형욱 대표의 The안전한대한민국만들기는 1억6500만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2005년 뉴라이트 충청포럼을 창립한 김성회씨가 대표를 맡은 한국다문화센터에는 9000만 원이 돌아갔다.

취재: 황일송

데이터 : 최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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