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거짓말... 류희림의 국회 위증 발언들

2024년 06월 27일 22시 00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류 위원장이 처음으로 국회 증언대에 섰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위증을 할 경우 합당한 벌을 받겠다’는 증인 선서를 했지만 류 위원장의 발언은 궁색한 변명과 거짓 내용으로 가득했다.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류 위원장에게 “여기가 방심위 회의장인줄 아냐”며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꾸짖었다.
25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장 증인석에 선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모습

청부민원 의혹에는 “수사와 조사가 진행중이라 답할 수 없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과방위 전체회의는 이날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이어졌다. 류 위원장에게 쏟아진 질문은 주로 청부민원 의혹에 집중됐다. 청부민원 의혹이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해 같은 시기 집중적으로 거의 유사한 민원을 넣은 점으로 미루어 류희림 위원장이 직접 민원을 청부 내지는 사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류희림 위원장이 이를 보고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심의를 강행했다는 이해충돌방지 위반 의혹도 함께 제기된 상태다.
여러 의원들이 돌아가며 집중 질의를 했지만 류 위원장은 자신의 청부민원 의혹에 대하여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으며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권익위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라서 답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회피하기만 했다. 일부 의원은 “권익위 조사가 무슨 전가의 보도냐”며 질타했지만 류 위원장은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위증1.  MBC 표적심의 아니다?

먼저 류 위원장은 “방심위가 MBC를 표적심의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BC가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하니 방심위가 MBC를 표적 심의한 것이 아니냐”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류 위원장은 “지난해 (2023년 9월 8일) 취임하고 난 뒤에 심의한 100건 가운데 MBC 제재가 30건이었는데, 올해는 70건 가운데 MBC 제재가 20건이니 올해 들어 오히려 줄었다. 따라서 표적 심사라고 할 수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MBC가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2023년 12월 25일)한 시점 이후 MBC에 내린 법정제재 건수가 보도 전보다 훨씬 줄었다는 주장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방심위가 MBC를 표적심의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통계를 잘못 언급해 나중에 정정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위증을 인지한 류 위원장은 회의 도중 발언 기회를 얻어 증언을 번복했다. 류 위원장은 “MBC뿐 아니라 MBC를 포함한 방송사 법정제재 전체 합계를 잘못 말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수치 오류만 정정했을뿐, 방심위가 MBC를 표적심의 한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치는 이렇다. 류희림 방심위 체제에서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가 전체 방송사에 내린 법정제재는 모두 126건이었는데 이중 42건이 MBC에 쏟아졌다. 전체 법정제재의 33%가 MBC를 겨냥한 것이다. 
류희림 체제 방심위와 선방위가 내린 법정제재는 MBC에 집중된 경향이 분명했다.
류 위원장은 바로 잡은 발언에서조차 선거방송심의위의 법정제재 건수는 빼놓고 발언했다가 또다시 질타를 받았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짧은 시간에도 정정한다고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며 선방위의 법정제재 건수를 제외한 수치만을 언급한 류 위원장의 발언을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위증2. 이해충돌 문제 보고 받은 적 없다?

류 위원장은 또 방심위 내부 직원으로부터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된 이해충돌 문제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작년 9월 14일이죠. 심의위원회 사무처 팀장이 위원장에게 가족으로 추정되는 류○○의 민원 신청 현황을 보고한 사실이 있습니까?

류희림 방심위원장 : 없습니다.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2024.6.25.
류희림 위원장에게 이해충돌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지목된 방심위 팀장 역시 국회에 나와 류희림 위원장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류희림 위원장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올해 초 입수해 보도한 권익위원회 신고서에는 청부민원이 집중됐던 시기 이를 의심한 해당 팀장이 류 위원장에게 동생의 민원이 접수된 사실을 보고했다고 적시되어 있다. (관련 보도 : 류희림 동생 민원 발각 뒤 일제히 민원 제출 멈춰(2024.1.11))
지난해 12월에 권익위에 접수된 신고서에는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문제 보고가 이뤄진 정황이 담겼다.
권익위 신고서 외에도 류 위원장에게 이해충돌 문제 보고가 이뤄진 정황은 더 있다. 취재 결과 류 위원장에게 이해충돌을 보고한 것으로 지목된 팀장은 보고 직후 사무실로 돌아와 팀원에게 류 위원장의 반응을 전했고 이와 관련한 물증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은 권익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증3. 출판기념회에 김건희 여사 초대한 적 없다?

2022년 6월 서울 평창동에서 열린 심정민 소령 추모시집 출판기념회는 류희림 당시 경주문화엑스포 대표가 주도해 열었다. 류 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임종득 예비역 소장(이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뒤 지금은 국민의힘 의원) 등 정재계 인사 수십 명을 행사에 초대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경력 위조 논란으로 물의를 빚자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내조만 하겠다"고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사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류 위원장과 대통령 부부의 특별한 관계를 추적하며 출판기념회에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 경위를 보도한 바 있다. (관련 보도 : 윤석열이 류희림을 '날리지' 않는 진짜 이유(2024.4.8.)
이번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의원들이 류 위원장에게 출판기념회에 김건희 여사를 초대했는지 물었지만 류 위원장은 “행사 30분 전에야 김건희 여사가 온다는 걸 알았다"며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석했던 익명의 제보자는 뉴스타파에 “오면 재밌는 일이 많을 것이라며 류희림 위원장이 초대했다. 초대받은 사람 일부는 김건희 여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에서는 류희림 위원장과 김 여사가 함께 찍힌 사진에 등장한 뒷모습이 류 위원장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건희 여사, 류희림 위원장, 류희림 위원장의 부인의 모습. 하늘색 옷을 입고 등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 류희림 위원장의 부인이라는 게 어제 국회 질의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류 위원장이 직접 기획한 행사에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 자신의 부인, 그리고 김건희 여사까지 초청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김 여사에게는 활동의 폭을 넓혀준 것이다.

위증4. 가족사업을 YTN에 방송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류 위원장은 2011년부터 2015년에 YTN 간부로 재직하던 시절, YTN 채널을 이용해 부인과 친누나 등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을 홍보했다. 과방위 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있었지만 류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이 자신의 가족 사업 홍보 프로그램과 기사형 광고를 수십 차례 YTN 관련 채널을 통해 방송한 것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증거로 남아있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노종면 의원 : (부인이 교장으로 있던)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세세한 일들 촬영해서 방송한 것 역시 1년 동안 수십차례나 YTN 관련 채널을 통해서 나갔습니다. 맞습니까?

류희림 방심위원장 :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종면 의원 : 그래요? 위증일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르다면 본위원이 책임지고요. 그 답변에 책임지십시오. 친누나 곱창전골집까지 YTN 제작진을 통해서 프로그램 제작해준 사실이 있습니까?

류희림 방심위원장 : 지금 방심위원장 업무와 관련 없는 내용이라서...

노종면 의원 : 자격을 따지는 겁니다.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2024.6.25.
뉴스타파는 올해 1월 류 위원장이 YTN플러스 대표 시절 YTN사이언스 ‘한국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에 있는 가족 식당을 수차례 홍보한 사실과 당시 단월드 관계자인 아내의 학교와 단월드 창시자 이승헌이 설립한 뇌교육학회 등을 홍보하는 내용을 수십차례 방송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을 보면 당시 YTN 관련 채널이 방송한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보도 : 류희림, YTN 시절 수십차례 부인·가족 사업 홍보 ... 상습적 '이해충돌'(2024.1.18.))
지난 1월 청부민원 의혹 보도 직후 방심위 임시 회의가 갑자기 취소된 사실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당시 뉴스타파가 청부민원 의혹을 보도하자 일부 방심위 위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임시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회의가 개최 3시간 전에 취소된 사건이다. 일부러 임시회의를 불발시킨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류 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열리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당시 뉴스타파 취재진은 류 위원장을 회의장이 아닌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발견했다. (관련 보도 : "꼼수 쓰다가 도망"...'청부민원' 회의장에 돌아오지 않는 류희림(2024.1.9.))
류 위원장의 임기는 7월 22일까지로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7개월 째, 권익위 조사는 18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수사나 조사를 위해) 단 한 번도 출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과 권익위가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끄는 동안 류 위원장이 걸어온 길 뒤에는 무리한 법정제재가 불러온 수십 건의 소송과 국민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막대한 금액의 소송 관련 비용이 남았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편집윤석민 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