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 최용익 칼럼_언론인 대량 해고는 막아야 한다

2012년 12월 15일 06시 29분

오늘은 개인적인 얘기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제가 다니던 회사인 MBC에 들른 김에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실상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이 정권의 낙하산으로 들어온 김재철 사장의 전횡과 해악질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잘 보인 사람들에 대한 인사특혜라는 당근과, 반대로 제작자율성을 주장하며 반기를 든 사원들에 대한 온갖 징계와 좌천성 인사, 신천교육대에서의 재교육 등등의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김 사장은 적어도 겉으로는 회사를 장악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었습니다. 170일 간의 장기파업을 끝내고 복귀한 방송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징계폭탄이었습니다. 기자와 PD 등 현장의 방송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창발성과 자유로움은 사라지고 저항의 가능성이 봉쇄 된 현재 상황에 대한 한숨과 비탄이 가득했습니다. MBC는 마치 2차대전 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케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MBC를 다니는 사람들도 MBC 뉴스를 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제작자율성과 독립성이 배제 된 방송이 제대로 된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5공 독재 때를 제외한다면 1987년 이후 이렇게 철저하게 회사내 언로가 막히고 소통이 불가능한 시기는 없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 하나는 확실하게 장악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이명박근혜라는 조어에서 보듯 새누리당은 현재의 김재철 체제를 굳건하게 고수해 여당편향적인 방송으로 대선을 유리하게 치르기로 작정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집권할 경우 MBC에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 때나 1975년의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와 비견될 정도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견된다고도 했습니다.

회사측이 명예퇴직자 200명을 추리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이미 해고자 9명을 포함한 130여 명의 사원들이 정직과 감봉 등 갖가지 징계를 당했습니다. 신천교육대 발령자를 더하면 200여 명이 인사폭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워낙 징계자들이 속출하다 보니 정직 2,3개월은 그다지 큰 징계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후배들이 털어놓는 고통의 실상을 들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분노가 솟구쳤습니다.

방송제작에만 매진해야 할 방송인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에 목을 매야 하는 이 시대는 부정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국민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기도 합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가 내걸었던 747 공약. 즉, 연평균 경제성장률 7%에 10년 후 1인당 소득은 4만 불. 국가는 7대강국 달성이라는 허황된 공약을 액면 그대로는 믿지 않았지만 혹한 것도 사실입니다.

공약과는 정반대로 5년 간 경제는 어려워졌고 청년들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졌으며 민주주의는 완전히 후퇴했습니다. 100분의 1,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재벌 기업들과 일부 부유층에게는 세금을 깎아줘 살기 좋은 세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100분의 99, 또는 1000분의 999를 차지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먹고 살기 어려운 5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한나라당 정권은 현재 집권중인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회피하기 위해 전정권인 노무현 정권 심판론의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노림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200만 표 차이의 압승을 장담하는 심리전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의 허구성은 2년 반 전의 오세훈 한명숙 결과와, 지난해 지자체장 선거에서 잘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해결책은 젊은이들의 대거 투표참여 밖에 없습니다. 온갖 선전과 홍보로 사실을 호도, 분식하려는 집권여당의 움직임에 종지부를 찍고, 공영방송인들의 대량해고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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