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기자 인터뷰 "한국산 전자개표기는 부정선거와 관련없다"

Dec. 19, 2024, 08:00 PM.

Dec. 19, 2024, 08:00 PM.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계엄군을 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의 입에나 나올 법한 '부정선거' 발언이 일국의 대통령 입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12.3 내란이 세계 각국의 부정선거를 뿌리뽑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찬양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산 전자개표기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명백한 가짜뉴스였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 윤석열이 믿은 해외 '부정선거'...현지 언론과 협업해 팩트체크)
키르기스스탄 현지 독립 언론 클룹(Kloop)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음을 최초 고발한 매체다. 보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는 정부 측 해커가 해킹을 통해 선거인명부를 빼내거나, 유권자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 행위'였다. 2015년부터 키르기스스탄 선거에 한국산 전자개표기가 도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부정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를 최초 고발한 현지 독립 언론 클룹(Kloop) 소속 리낫 투밧신(Rinat Tuhvatshin)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키르기스스탄의 부정선거를 최초 보도한 리낫 투밧신 기자와 뉴스타파 이슬기 펠로우가 진행한 화상 인터뷰(2024.12.13.)

리낫 기자 "한국산 전자개표기로 부정선거? 전혀 사실 아냐"

뉴스타파는 리낫 기자에게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도입해 부정선거가 벌어졌다는 한국 언론의 기사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뉴데일리 2020년 10월 16일 자 기사. 한국산 개표기 사용으로 대규모 부정선거가 발생해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사임했다는 내용이다. <br>
□ 뉴스타파: 기사에서 확인하거나 수정해야 할 잘못된 정보가 있는지?
■ 리낫 투밧신: 사실 내 관점에서는 (기사에) 아주 중요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기사에는) 한국산 개표기의 목적이 수개표 집계를 없애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만 제가 이해하고 제가 아는 한, 키르기스스탄 선거 정책에서 전자개표기를 도입한 목적은 수개표 집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전자개표기는) 다른 단계의 수개표 검증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리낫 투밧신 기자의 뉴스타파 인터뷰 중(2024.12.13.)
뉴데일리는 한국산 전자개표기 도입 후 개표부터 집계까지 수작업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리낫 기자는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수 개표와 전자 개표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고, 수 개표로 발생 가능한 오류를 전자개표기가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키르기스스탄의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리낫 기자는 2020년 총선 부정선거에서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 행위'가 벌어진 것은 오히려 "한국산 전자개표기가 제대로 작동됐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전자개표기 해킹으로 투표 결괏값을 조작할 수 있다면, 굳이 돈을 주고 표를 살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 팀이 정부 서버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었고, 투표 기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2020년에는 기본적으로 광범위한 투표 매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만약 선거 결과를 전자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단지 어떤 식으로든 기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대량으로 표를 사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표 행위는) 어떤 면에서 전자개표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리낫 투밧신 기자의 뉴스타파 인터뷰 중(2024.12.13.)
리낫 투밧신 기자의 뉴스타파 인터뷰 중(2024.12.13.)

리낫 기자 "한국산 전자개표기 도입돼 오히려 선거 조작 어려워졌다"

리낫 기사는 2015년 한국산 전자개표기 도입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선거 결과를 조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의 선거 장비는 우리의 구원"이라는 표현을 했다.
한국의 개표 방식과 키르기스스탄의 개표 방식은 동일하다. 수 개표와 전자 개표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한 쪽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표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선거장비는 우리의 구원이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데도 늘 투표 집계와 관련해 문제가 많았다. 한국 장비 도입 후 선거 진행 방식이 크게 개선됐다. 수 개표와 전자 개표기를 모두 위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사람들의 투표 방식을 추적하는 대규모 선거 참관자 그룹이 있을 때는 수 개표와 전자 개표를 맞춰서 위조하는 것이 더 어렵다.

리낫 투밧신 기자의 뉴스타파 인터뷰 중(2024.12.13.)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수교 32년 만에 이뤄진 첫 정상회담이었다. 이에 대해 리낫 기자는 자국의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자국의 '부정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지점은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것인데,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방한이 왜 한국대통령에게 놀랄 만한 일이었는지, (부정선거와 관련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어떤 식의 위협을 보였기에 윤 대통령이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는지입니다.

리낫 투밧신(2024.12.13.)
키르기스스탄에서는 2020년 10월 4일 총선이 있었다. 그러나 클룹(Kloop)의 탐사보도로 대규모 '매표 행위'가 알려지면서 선거 결과 무효를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은 총선 결과를 전면 무효화하고 이듬해인 2021년 11월 28일 다시 선거를 치렀다.
키르기스스탄 사례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킨 숨은 목적을 짐작케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장악해 지난 4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발표 → 국회 해산과 야당 정치인 체포의 명분 확보 → 총선 재선거라는 일종의 '망상'이 이번 내란의 근본적인 동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By
취재봉지욱, 이슬기
영상취재김기철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리서치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