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프로젝트 2] 홍준표 윤희근 한동훈의 국회 무시...헌법 위에 시행령①

2023년 03월 13일 14시 30분

우리가 흔히 쓰는 행정부라는 표현을 학계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집행부라고들 한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 그 법을 집행하는 집행부, 그 집행을 심사하는 사법부 이렇게 나뉜다. 행정의 본질은 집행이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입법부인 국회가 정하고, 집행부인 대통령은 이를 집행하라고 대한민국 헌법은 정하고 있다. 이 집행을 위해 시행령(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총리령‧부령)을 정하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국회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뉴스타파의 사법개혁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는, ‘헌법 위에 시행령’이다.

노인복지법 위에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현재 65세에서 70세로 높이겠다고 했다. 대구의 조례를 바꿔서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만든 법률인 노인복지법에는 무임승차 대상이 65세 이상으로 돼 있다. 홍준표 시장은 법률에 65세 이상으로 정해놨으니, 조례로 70세 이상으로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아예 150세 이상으로 높여서 법률을 사실상 폐지해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지자체의 조례는 국회가 법률로 정한 것을 뒤집지 못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원칙이다.
제117조 ①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헌법 제117조
이런 헌법 원칙 때문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것과 비슷한 시도를 대법원이 이미 30년 전에 막기도 했다. 1994년에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노인복지법의 시행규칙으로 노령수당 받는 사람을 70세 이상으로 했다. 하지만 노인복지법은 65세로 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70세 이상으로 축소한 행정규칙을 무효라고 했다(1996. 4. 12. 선고 95누7727). 당시 대법원은 “시행령은 지급수준과 지급시기, 지급방법 등을 정할 뿐이지, 지급대상자의 범위를 축소·조정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집회시위법 위에 윤희근 경찰청장

집시법 제11조에는 대통령 관저 100미터 안에서는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을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위헌으로 결정했다. 2024년 5월까지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조항은 폐지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저가 한남동 대통령 생활공간만 가리킨다면 용산 집무실은 처음부터 시위가 가능했던 것이고, 용산 집무실을 포함한다면 2024년 5월 이후 시위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난 1월에 서울행정법원이 용산 대통령실은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미 시위가 가능한 장소라고 확인을 해준 것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할 자유는 국회가 만든 법률로도 막지 못한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경찰청이 집시법 시행령을 고쳐 대통령실 앞 시위를 막겠다고 밝히고 있다. 법률로도 막지 못하는 대통령실 앞 시위의 자유를, 경찰청이 입안한 시행령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 법률은 국회만이 만들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집행부는 법률 안에서 시행령을 만들 수 있을 뿐이라고 정하고 있다. 경찰청의 시행령 개정 시도는 헌법을 무시하고 국회 위에 올라서려는 것이다.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헌법 제 40조와 75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가 검찰청법으로 축소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크게 넓힌 검찰청법 시행령을 지난해 8월 경기도 법무부 청사에서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검찰청법 위에 한동훈 법무장관

제21대 국회(임기 2020년 5월~2024년 5월)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난해 축소‧조정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바꿨다. 개정 검찰청법 제4조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여놓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후 검찰의 수사개시 권한을 다시 크게 늘려놨다.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쳐서다. 검찰이 현재 수많은 수사를 벌이는 나름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청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그의 행동과 발언을 요약하면, 검찰청법은 헌법에 안 맞고, 그 아래 시행령은 헌법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행령이 검찰청법을 뒤집은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법률의 위헌성을 집행부가 시행령으로 바로잡을 순 없다. 법률의 위헌성은 헌법재판소가 바로잡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자신이 시행령으로 바로 잡아놓았으니 헌재는 사후 승인만 하라는 뜻일까. 이런 식이면 시행령이 헌법 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대표 선출에 관여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얘기가 많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이유는 정당이 입법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집행부 수반이 입법부에 간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시행령은 아예 입법부의 결과물을 직접 뒤집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 선거에 관여하는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제작진
취재이범준
영상정형민 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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