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나 참사 최고 책임자는 ‘하청업체’?

2015년 02월 03일 21시 56분

지난해 2월 200여 명의 대학생이 죽거나 다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와 관련해 가장 높은 형량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하청업체 대표였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다. 붕괴된 체육관 건축을 지휘한 코오롱건설 관계자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리조트 대표 등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붕괴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체육관 공사 시작부터 리조트의 운영, 안전관리에까지 원청 코오롱 측의 불법과 부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검증할 시간이 전혀 없었음”

코오롱은 체육관 공사를 서둘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마우나리조트 참사 경찰 내사 문건에서는 코오롱이 공사를 얼마나 서둘렀는지 보여주는 대목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2009년 4월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관련 업무진행 사항’“촉박한 시일로 인해 PEB는 기존 견적가 활용, 설계작업에 투입” *PEB공법 : 조립식 철골 구조 시스템

 

체육관 착공에 들어가기 전인 2009년 4월, 코오롱건설 박 모 차장은 공사기간이 촉박해 PEB공법, 즉 조립식 건축물로 설계하겠다고 보고했다.

 

2009년 4월 ‘마우나리조트 체육시설 공사 회의내용’“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시청과 사전 협의 진행중’-허가전 선착공 가능성 문제”

 

경주시와 사전에 체육관 허가를 협의한다면서도 허가를 받기 전에 미리 착공하는 문제까지 논의했다. 실제로 코오롱건설 측은 이 회의 내용대로 건축 허가를 받기 전 체육관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2009년 5월 ‘마우나리조트 출장보고서’“긴급한 업무진행으로 인한 검증절차 누락, 최종 설계도면 및 내역 접수당일 바로 현설을 실시. 도면 내용이나 내역에 대해 검증할 시간이 전혀 없었음.” *현설:공사현장으로 입찰업체 불러 하는 현장설명회

 

이후에는 공사가 긴급해 검증절차 없이 사업를 진행했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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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코오롱이 체육관 건축을 서두른 이유는?

마우나리조트의 체육관이 최종적으로 준공 허가를 받은 건 2009년 9월이다. 그런데 철골 하청업체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공사완료 시점이 그보다 두 달 앞선 7월 20일로 돼 있다.

경찰 내사 기록을 보면, 리조트 측은 준공도 되기 이전인 2009년 7월, 2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통령기 전국태권도대회 합숙훈련을 유치한 정황이 나온다. 경찰은 리조트 측이 “태권도대회 훈련 유치를 위해 위력에 이를 정도로 하청업체를 독촉하며 공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하면 단체손님 유치를 위해 공사를 서둘렀다는 겁니다. 체육관 철골 공사를 담당했던 하청업체 간부는 “코오롱 측이 처음부터 ‘급하다, 언제까지 해야 된다, 최저금액으로 안 무너질 만큼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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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코오롱은 행사를 개최할 계획은 있었지만 실제로 준공 이전에 체육관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혀다.

3.체육관에 대학생 천 명이 들어갈 수 있었나

마우나리조트 측은 준공 이후에는 용도에 맞지 않게 건물을 불법 사용했다. 소방법상 262명만 들어가야 하는 체육관을 지어 놓고 500명, 1000명씩 수용하는 문화, 집회시설로 사용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 집회시설은 체육시설보다 안전기준이 엄격하다. 경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리조트 측은 부산외대 행사를 대행한 이벤트회사에 최대 2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붕괴 사고 당일 천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체육관에 모여 공연을 관람했다. 이 체육관이 집회시설로 사용될지는 건물을 지은 하청 업체조차도 몰랐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간부는 “코오롱 측이 여기는 체육관이라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비만 안 새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4. 지붕 제설 지시는 왜 없었나

마우나 참사 일주일 전, 경주에서 가까운 울산에서는 공장 건물 2곳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시점부터 리조트 직원들은 사장에게 제설작업과 관련해 수시로 문자로 보고했다. 사장은 이에 대해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리조트 측은 사고 전날에는 코오롱 직원 280명을 지원받아 골프장과 도로의 제설작업을 하면서도 학생들이 대규모로 수용될 예정인 체육관 지붕은 치우지 않았다. 체육관 지붕 위에는 계속 눈이 쌓였고, 결국 천정은 무너졌다.

5. 누가 책임졌나

체육관 공사는 졸속으로 진행됐고, 지어진 체육관 운영과 관리도 불법과 부실 투성이었다. 하지만 공사를 지휘했던 코오롱 건설 관계자와 리조트 운영을 책임지는 리조트 대표는 사고와 관련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붕괴 원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다.

가장 높은 처벌인 금고 3년 3개월을 선고 받은 사람은 하청업체 대표였다. 붕괴 사고와 관련해 처벌 받은 13명 가운데 10명은 하청업체와 건축사 등이고, 대표를 제외한 리조트 임직원은 3명이다.

코오롱 측은 또 피해자 가족들과 보상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법원에서 감형을 받았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코오롱은 지불한 보상금 가운데 20억 원을 하청업체에 가압류하고, 하청업체 직원과 건축사 등 개인 10명에게도 100만원씩 구상권을 청구했다. (사건 초기 코오롱 측이 사망자 가족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60억 원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 측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6. “책임지지 않으면 사고는 재발된다”

지난해 2월 사고 직후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현장에 내려가 직접 사과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보상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뉴스타파는 코오롱그룹의 전 임원이 기소된 직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했다. 관리 책임은 없다고 버티고 하처업체에 책임을 미루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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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사고에서 중상을 입고 아직도 병원에 있는 장연우 양의 어머니 이정연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도 (리조트) 사고 나고 세월호 사건부터 시작해서 테크노벨리 계속 사고 났잖아요. 아마 제 생각에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진정성 있게 뉘우치고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게끔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잖아요.

지난해 5월 9명이 숨지고 118명이 부상을 당한 고양터미널 화재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원청인 CJ에는 책임을 묻지 않고 하청업체 관계자에게만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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