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국의 도청을 ‘도청’이라 말하지 못하는 한국 언론
2024년 11월 15일 11시 15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폭우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 대한 지원 사업이 남북 사이의 이견 때문에 다시 무산되고 만 것입니다. 현 정부 들어 악화 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의 해빙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이번에도 물 건너갔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결국 이명박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사실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이 같은 사태 진전은 어느 정도 예견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여름 북한이 수해를 입었을 때도 남측은 50억 원 규모의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지원했고 북측은 구체적으로 식량과 시멘트, 복구장비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정부는 이러한 물품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초코파이와 영유아용 과자 등을 보내겠다고 고집했고 북측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남측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원 물품의 종류를 밀가루와 라면, 의약품 등으로 한정함으로써 북측의 거부를 자초한 것입니다.
북한 측에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면 지원을 안 할 것이라면 모르되 이왕에 지원을 할 생각이 있었다면 북한 측이 요청한대로 들어줬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천안함 침몰 후에 대북 인적, 물적 교류인 전면 중단을 초래한 5.24 조치로 남북 교류의 빗장을 걸어 잠근 이 정부에게 통 큰 대북지원을 기대한 것 자체가 착각이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5.24 조치는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북한보다는 도리어 남한의 대북 거래 업체들만 피해를 보는 자해적인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남한 정부와 UN의 대북 제재 조치를 우회해서 그 어느 때보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1년의 2년 간 두 나라 사이의 교역 규모는 2배로 증가했는데. 이것은 대북 제재로 인해서 줄어든 교역량의 7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는 옛말이 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의 북한 봉쇄 정책은 역설적으로 중국을 배불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재의 실익은 거두지도 못하면서 북한을 점점 더 중국경제의 종속적인 위치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정책이라는 말입니다.
남북한의 경제 협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장한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남한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의 결합은 매우 이상적인 조합으로 평가됩니다. 이를 통해 북한 자체 내의 개발과 유라시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통과 물류를 확충할 경우 획기적인 남북 공동번영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경제 교류와 협력 사례가 늘어나면 상호간의 신뢰 증진으로 평화적인 통일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남북한 협력으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의 땅, 남한의 기득권 세력은 아직도 북한을 불구대천의 원수쯤으로 보는 냉정적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냉전 수구세력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현실을 탓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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