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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부의 고질적 턴키거래...감춰진 기사형 광고

2019년 11월 01일 17시 30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 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편집자 주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이 지난 3년간 턴키계약으로만 220억 원대의 광고·홍보비를 썼으며,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 58건이 일간 신문 등에 게재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매일경제가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12건, 중앙일보가 9건 순이었다. 

또 신문사가 직접 광고대행사를 설립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턴키계약으로 광고·홍보계약을 따낸 뒤, 자사가 발행하는 신문에 기사형 광고를 실어 돈을 버는 사례, 정부로부터 턴키 광고·홍보 계약을 수주한 뒤, 신문의 논조와 다른 기사가 무분별하게 기사화된 사례 등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가 입수한 고용노동부(12개 산하기관 포함)의 3년치 광고·홍보비 관련 서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턴키 광고·홍보계약 속에 숨겨진 58건의 광고형 기사 

 정부부처가 언론을 통해 각종 정책을 홍보할 때는 일정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모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72년으로, 형태는 국무총리령이었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장은 소관업무에 관하여 홍보매체에 광고를 시행하려는 경우에는 별지 서식에 광고의 규격, 내용(광고문안 첨부), 소요 예산, 희망매체 및 그 밖에 광고에 필요한 사항을 문서로 명시하여 사전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요청하여야 한다.

국무총리훈령 제541호 제5조(정부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쉽게 말하면, 광고를 집행하는 정부부처가 언론사와 직접 거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세금을 임의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 국무총리령 5조는 2018년 관련 내용이 ‘정부광고법’으로 법제화되면서 사라졌다. 2016년 당시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하고 2018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12월 시행된 정부광고법에는 “정부기관은 홍보매체나 방송시간을 돈을 주고 사서는 안 되며, 

광고를 할 경우에는 무조건 공공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행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기관등은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홍보매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어떤 홍보형태도 할 수 없다. 다만, 해당 홍보매체에 협찬받은 사실을 고지하거나 「방송법」 제2조제22호에 따른 협찬고지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정부광고법 제9조

하지만 국무총리령으로 금지돼 왔고 현재는 법으로 막혀 있지만, ‘기사형 광고’ 같은 정부 부처와 언론간 은밀한 기사거래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부처가 홍보대행사와 맺는 턴키계약, 즉 광고기획부터 집행까지를 통째로 외주화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발견된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번 논란이 됐었다.  

지난 2년 동안 턴키홍보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국가재정법상 규정에 따르지 않았던 내용이고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불급한 내용에 대해서만 턴키홍보를 하라고 했는데, 이게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15년 국회 국정감사)

언론사의 입을 빌려서 협찬금을 주고, 언론사의 입을 빌려서 최저임금 같은 정책이 잘된 것처럼 홍보한 것은 잘못된 것 아니에요?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2019년 국회 국정감사)

뉴스타파는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고용노동부(산하기관 포함)의 3년치 광고·홍보비 관련 자료에서 턴키계약 사례를 확인해 봤다. 먼저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이 지난 3년간 총 43건, 금액으로는 227억 원에 이르는 턴키 광고·홍보계약을 홍보대행사와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본부의 경우 홍보기획팀과 청년고용기획과 등 총 7개 부서가 계약 당사자였는데, 계약 내용은 대부분 ‘청년고용정책 홍보’, ‘취업성공패키지 홍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중점추진사업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취재진은 먼저 고용노동부와 턴키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가 사업을 마친 뒤 제출한 31개의 실적보고서를 확인해 봤다. 보고서에는 홍보대행사가 고용노동부나 산하단체를 방송 PPL로 홍보한 사례, 블로그를 통한 홍보 사례, 언론사 지면을 통한 홍보 사례 등이 실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신문지면 등에 총 58건의 기사형 광고를 실었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기사형 광고’를 낸 기관은 총 2곳으로 고용노동부 본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었다. 매체별로는 매일경제가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12건, 중앙일보 9건, 조선일보 8건, 서울신문 5건, 매일경제 4건, 동아일보와 헤럴드경제 2건, 국제신문 · 부산일보 · 쿠키뉴스가 1건 순이었다. 

뉴스타파는 실적보고서에 들어있는 개별 사례들을 통해, 고용노동부와 언론사간에 벌어지는 ‘기사형 광고’ 시장의 내막을 들여다 봤다.  

‘턴키계약’ 통한 고용노동부 기사형 광고...매일경제, 한국경제, 중앙일보 순

2017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홍보대행사인 CJ헬로와 맺은 ‘2017년 실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국정과제 홍보’라는 제목의 턴키 계약 실적보고서에는 서울신문과 매일경제, 동아일보 등에 실린 총 27건의 기획기사와 칼럼, 릴레이인터뷰가 홍보 실적으로 기록돼 있다. 언론사별로는 서울신문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4건, 동아일보와 국민일보가 2건 순이었다.

취재진은 그 중 하나인 2017년 4월 19일자 매일경제 기사(‘일학습 병행하니 숙련도 쑥, 취업도 잘돼’)를 확인해봤다. 그런데 광고·홍보실적으로 신고된 기사였지만, 정작 지면엔 광고 표시가 없었다. 2017년 6월 19일자 서울신문 기사(‘나, 특성화고 나온 남자야. 정정당당하게 특혜받다’)도, 2017년 4월 4일자 동아일보 기사(‘일,학습병행은 인재 양성에 최적’) 역시 마찬가지. CJ헬로가 고용노동부에 실적으로 제출한 27건의 기사가 모두 이런 식이었다. 돈이 오고 간 계약의 실적보고서에 등장한 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사 중 상당수가 돈을 받고 쓴 기사로 추정된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CJ헬로와 맺은 턴키계약 금액은 8억 8000만 원이었다.

직접 홍보대행사 운영하고 돈 받으면 논조도 바꾸는 언론 

▲ 매일경제 사옥과 매일경제가 보도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비판기사. 매일경제는 광고비를 받고 과거 자사 논조와는 전혀 다른 여러 건의 기사형 광고를 게재했다.

고용노동부와 홍보대행사의 턴키계약 실적보고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특이한 사례도 발견됐다. 언론사가 평소 내놓은 논조와 상반된 기사형 광고가 무차별적으로 지면에 게재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광고표시가 없는 ‘감춰진 기사형 광고’였다.  

대표적인 경제전문 일간신문인 매일경제는 그동안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2017년 12월 7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판에는 느닷없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52시간 노동’과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지켜지는 기업을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를 13건이나 실었다. 이 시리즈에 소개된 기업들은 모두 2017년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일 생활 균형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기업들이었다. 

문제는 매일경제가 게재한 이 13건의 기사가 모두 2017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가 홍보대행사와 맺은 13억 4000만 원짜리 턴키계약에 실적으로 보고된 기사라는 점이다. 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고용노동부를 홍보한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 이런 사실은 해당 홍보대행사가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실적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표는 2017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와 홍보대행사(매경비즈)와 맺은 13억 4000만 원짜리 턴키계약 실적보고서에 들어 있는 기사형 광고의 목록. 모두 매일경제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들이다. 

▲ 2017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와 매경비즈가 맺은 13억 4000만 원짜리 턴키계약 실적보고서에 들어 있는 기사형 광고 목록

그런데 이 턴키계약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이 기사형 광고를 대행한 홍보대행사가 바로 매일경제의 계열사인 매경비즈라는 점이다. 결국 매일경제는 홍보대행업을 하는 자회사 매경비즈를 통해 고용노동부와 턴키계약을 맺어 돈을 벌고, 그 돈을 써 자사 신문에 기사형 광고를 낸 뒤, 이를 다시 홍보실적으로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것이다. 일종의 ‘기사거래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셈.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같은 행태를 “언론 매수”라고 비판했다. 

홍보대행사가 언론상의 계열사였다고 한다면 그건 언론사에 돈을 준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간에 홍보대행사가 있다고 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매일경제의 홍보대행사면 매일경제 신문이나 MBN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를 하게 될 텐데 이거는 언론 매수라고 생각합니다.

김언경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2018년 정부광고법 시행...하지만 ‘기사형 광고’ 행태는 여전

지난해 12월부터 정부기관이 국민 세금으로 언론사와 기사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광고법’이 시행됐지만, 기사형 광고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4일 한국경제에 실린 기사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 날 한국경제 C4면에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코리아텍)을 홍보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코리아텍이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에 의뢰한 서류에 따르면 광고비는 570만 원.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코리아텍 내부결재서류에 적힌 내용은 코리아텍이 언론재단에 의뢰한 내용과 달랐다. 

코리아텍 내부서류에는 이 570만 원이 광고비와 함께 ‘한국경제신문 충남특집 참여’ 명목이라고 기재돼 있다. 그리고 실제로 광고가 실린 2019년 7월 24 한국경제 지면에는 ‘충청남도 특집’, ‘세계 첫 5g 스마트런닝팩토리 개관’이란 제목의 기사형 광고가 실려 있었다. 

취재진은 코리아텍에 연락해 “왜 코리아텍 내부서류와 언론재단 신고서류 내용이 다른지”를 물었다. 코리아텍 측은 “언론사에서 광고와 기사형 광고를 패키지로 팔아온 관행 때문”이라며 사실상 ‘기사형 광고’ 거래 사실을 시인했다.  

저희만 신문사에다 우리는 광고만하고 기사는 안 넣겠다하기도 그렇잖아요. 그러다보니 그런 추세에 따라간 거가 있는 겁니다. 앞으로는 법에 나와있는대로 앞으로는 할 겁니다. 기사는 아예 빼든지 광고만 하든지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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