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금도둑]②임종성·어기구도 정책연구 표절...혈세 낭비 불감증

2020년 07월 14일 15시 10분

뉴스타파 ‘국회개혁’ 프로젝트 <세금도둑 추적 2020>

① 김태흠·송옥주·이학영 표절 인정...예산 반납하겠다
② 임종성·어기구도 정책연구 표절...혈세 낭비 불감증
③ '표절 질타' 이용호·이종배...표절 정책자료집 발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국회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숨겨놓았던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이 국회예산은 연간 80~86억 원 규모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예산을 국회의원이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증하려 했지만 국회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라며 국회의원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쓰도록 했지만, 지출 내역은 물론 그 결과물인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은 시민들이 확인할 수 없던 것입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은 ‘원문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기나긴 다툼 끝에 결국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대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투입해 생산한 정책연구보고서 원문 1,115건 전부를 최초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타파와 3곳의 시민단체는 이 5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고 취재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정당 대표, 원내대표, 장관 출신 등 요직을 거친 20대 국회의원 54명의 정책연구보고서 202건을 1차로 검증 보도한 데 이어, 7월 13일 2차 보도를 이어갑니다. 2차 검증 대상은 21대 국회에서도 의원직을 이어가게 된 현직 의원 105명의 정책연구보고서와 정책자료집 386건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회의원의 세금 오남용 실태가 확인됐습니다.  

뉴스타파는 남은 527건의 검증 결과도 차례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과 어기구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가 다른 보고서나 논문을 짜깁기한 표절로 드러났다. 특히 임종성 의원이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은 원래 국회에 신고된 연구자가 아닌 제3의 연구자가 대리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의원실의 경우 국회 정책연구 예산이 본래 목적과는 다른 “의원실 내부 경비로 전용돼 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국회 예산 운용의 적절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임종성 정책연구 3건 표절 및 짜깁기 확인

지난 2018년 임종성 의원은 대학교수 성 모 씨에게 ‘건설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방안’이란 제목의 정책연구를 맡겼다. 성 씨에게 용역비로 지급된 국회예산은 500만 원. 임종성 의원은 이후 성 씨에게 제출받은 보고서를 가공해 같은 제목의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자료집 발간 명목으로 인쇄업체에 지급된 돈은 189만 원, 이 역시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 성 씨가 작성한 보고서는 이미 발간된 정부 용역보고서와 자료집을 짜깁기한 표절 보고서로 확인됐다. 보고서 84쪽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55쪽을 출처나 인용 표기 없이 통으로 베꼈다.

▲ 사진 왼쪽이 임종성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2018), 오른쪽이 국토교통부 용역보고서(2017), 그림과 내용이 일치한다.

구체적으로 임종성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 34~52p는 지난 2017년 국토교통부가 정부 예산 6987만 원을 투입해 만든 보고서 ‘건설Eng. 업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와 일치했다. 또 임 의원 정책보고서의 결론 부분인 78~84p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017년 펴낸 ‘적정공사비 확보 및 건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문공사 적격심사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무단 인용했다. 

이밖에 국토교통부가 2013년 정부 예산 7600만 원을 투입해 만든 용역보고서 ‘건설엔지니어링 해외진출 전략과 정책방안 연구’,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2018년 9월 발간한 리포트(제794호)도 짜깁기했다. 문장, 그림, 도표 등이 정확히 일치했다. 임 의원의 정책연구를 수행한 성 씨는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며 표절 사실을 시인했다. 


그런데 성 씨는 임 의원의 정책연구 수행 과정에서 후배의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본인이 최종 검수는 했지만 보고서 상당 부분을 자신의 후배가 썼다는 것이다. 성 씨는 “후배가 다른 자료를 많이 인용한 것 같다”며 “과다하게 베껴 쓰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성 정책연구 하청에 재하청, 국회 예산 1600만 원 낭비 

임 의원의 다른 정책연구에서도 이 같은 ‘대리 연구’ 행태가 확인됐다. 서울 모 대학 겸임교수를 지낸 A리서치 대표 김 모 씨는 임 의원의 의뢰로 지난 2019년 ‘현행 도시재생사업의 한계 및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김 씨가 받은 연구비는 400만 원이었다. 

그런데 해당 연구보고서 역시 국책 연구단체가 발간한 자료집, 선행 연구논문 등을 짜깁기한 표절 보고서였다. 문장은 물론 그림, 도표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보고서 86쪽 중 표절이 없는 페이지는 단 1쪽도 없었다. 

▲ 사진 왼쪽이 임종성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2019), 오른쪽이 도시재생사업단 발행물(2011), 그림과 내용이 일치한다.

구체적으로 용역보고서 21~28P는 지난 2015년 한국법학회에 발표된 연구논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베꼈고, 보고서 41~66P, 76~85P까진 도시재생사업단이 2011년 발행한 ‘지역 자력형 도시재생 우수 사례집-지역을 살리는 도시재생 이야기’를 무단 인용했다.

이밖에 국책 연구단체 홈페이지(도시재생포털) 소개글, 대학교 석사논문 ‘리모델링을 통한 마장동 축산물시장 도시재생 방안에 관한 연구’(2017), 2018년 발표된 정부보도자료(‘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발표…시세 50%이하 창업공간·저리 기금 지원)까지 출처나 인용 표기 없이 베꼈다.

이에 대해 연구자 김 씨는 자신의 후배들이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에 표절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후배나 조교들 장학금도 주고, 도와주고 싶어서 연구를 맡게 된 것”이라며 “창조를 하려면 모방이 일단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씨는 “대학원 제자인 (임종성) 의원이 직접 (연구를) 부탁해서 (연구를) 했을뿐”이라며 “앞으로 국회 연구용역은 맡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 임종성 의원이 2016-2019년 표절 연구 및 표절 자료집 발간으로 낭비한 세금은 1660만 원에 달한다.

앞서 김 씨는 2016년 임 의원의 의뢰로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수도권 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2019년 ‘표절 연구’와 같은 방식으로 수행된 이 연구엔 국회 예산 500만 원이 지급됐다. 또 같은 제목의 정책자료집 발간에도 국회 예산 77만 원이 추가 지출됐다. 임 의원이 표절 연구와 표절 자료집 발간에 낭비한 세금은 166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표절 사실은 전혀 몰랐고, 연구 의뢰도 모두 보좌관이 한 것”이란 입장을 전해왔다. 임종성 의원실 보좌관은 “대부분 의원실이 보좌진 선에서 정책 연구용역을 맡기고, 정책자료집을 발간한다”며 “의원들은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고, 모든 책임은 보좌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씨나 성 씨에게 연구를 맡긴 것은 의원이 아니다”라며 “의원실 차원에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표절 연구 확인에도...어기구 의원 묵묵부답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지난 2016년 거시경제 전문가인 신 모 교수에게 국회 예산 220만 원을 들여 정책연구 용역을 맡겼다. 신 교수가 제출한 용역보고서 제목은 ‘CGE 모형에 의한 한중일 FTA의 거시경제효과 분석’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신 교수가 제출한 보고서는 신 교수 자신이 지난 2010년 한 학회에 실은 논문 ‘CGE 모형에 의한 한·중·일 FTA의 거시경제효과 분석’을 그대로 옮긴 ‘자기복제’ 보고서였다. 영문 도표를 한글로 번역했을뿐 선행 논문의 통계, 연구 방법, 핵심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각주는 물론 오타까지 정확히 일치하는 ‘자기표절’ 보고서지만 출처나 인용 표기는 없었다.

▲ 사진 왼쪽이 신OO 교수가 작성한 어기구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2016), 오른쪽이 신OO 교수 논문(2010). 표 구성이 일치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연구비 220만 원을 받기 위해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니다”며 “4년 전 일로, 그 당시에는 대부분 그렇게 (요약본을) 제출했고, 당시 의원실에서 시간을 1주일인가 주고, (보고서 제출을) 빨리 재촉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당시 (어기구 의원 보좌진에게) 의원실의 예산, 정책 비용이 남았다는 얘길 들었다”며 “보좌진이 내용을 보고 공부하라는 취지에서 자료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 제도’ 규정을 보면 이 제도의 지원 대상은 국회보좌진이 아닌 국회의원으로 명시돼 있다. 또 국회법에 규정된 이 제도 도입 취지는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개발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의원입법의 내실화 도모 및 국회의원의 입법정책개발역량 강화’라고 적혀 있다.

▲ 열린국회정보 홈페이지,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 항목에 지원대상으로 국회의원이 명시돼 있다.

‘보좌진 공부용’으로 국회 예산 전용, 의원은 모르쇠

즉 의원 보좌진이 의원 모르게 국회 예산을 사용해서 임의로 정책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국회법 및 국회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뉴스타파는 어기구 의원과 어기구 의원실에 여러 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보좌관 공부용으로 국회 예산이 쓰였다면 그건 입법 및 정책개발비라는 말을 써선 안 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난 아무 것도 모른다, 보좌진이 다 알아서 했다라고 한다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B 의원실은 국회 입법정책개발비를 전용해 의원실 내부 경비로 사용했다. 사진은 재연.

이처럼 국회 입법정책개발비가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연구용역 표절이 드러난 B 의원실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의원실 내부 경비로 사용했다. B 의원실에서 관련 실무를 총괄했던 전직 보좌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공무원들이 가짜 출장과 가짜 특근 등으로 내부 운영비를 만드는 것처럼 의원실도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라니까 그렇게 (경비를 만들어) 쓴 것”이라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예산 전용이) 계속돼 왔다”고 털어놨다. 이 보좌관은 B 의원실 외에도 여러 다른 의원실에서 근무한 바 있다.

또 다른 현직 보좌관은 “의원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정책개발비를 토론회 비용으로 쓰기도 한다”며 “만약 연말까지 토론회를 못해서 돈이 남으면 소비를 위해 예산을 반납하지 않고, 정책연구라도 발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만약 국회가 아닌 다른 정부 기관에서 예산이 남을까봐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데 예산을 쓴 것처럼 해서 누구에게 예산을 지원해줬다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기겠느냐”며 국회의원의 정책개발비 전용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 행위에 가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제작진
취재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박중석
데이터최윤원
촬영신영철 정형민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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