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부터 국회의원의 예산 오남용 실태를 추적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개원하기까지 정책자료집이나 정책연구를 자체적으로 검증해 오남용한 예산을 반납한 국회의원은 없다. 올들어 뉴스타파의 추가 취재로 20대 국회에서 수행한 정책연구가 표절로 드러난 현직 국회의원들이 잘못 사용한 예산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취재가 시작되자 반납하겠다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2018년 표절 의혹 제기된 김태흠 의원 정책연구, 표절로 최종 확인

2018년 뉴스타파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김태흠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가 2년 만에 표절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 실태를 추적하면서 표절 의심 사례를 무더기로 발견해 보도한 바 있다. 의원들의 정책연구보고서가 이전에 발간된 다른 연구보고서나 논문 등과 제목이 일치하는 경우가 그 대상이었다.

3선이 된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의 2016년 <복합 친환경 축산단지 조성 방안> 정책연구 보고서도 그중 하나다. 

▲ 2018년 1월 5일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 : 1부 세금의 블랙홀> 보도 중 갈무리

뉴스타파가 해당 보도를 한 지 2년 만에 김태흠 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 내용 전체를 입수해 검증한 결과, 해당 보고서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같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출처와 인용 표기 없이 통째로 베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2016년 작성된 용역보고서에 “2011년 현재"라는 표현이 나오고, 원문의 오자도 그대로 옮겼다. 정책연구의 핵심인 정책 및 제언을 포함해 전체 분량의 약 70%가 표절이다. 김 의원은 해당 정책연구에 세금 500만 원을 사용했다.

뉴스타파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2018년에는 해당 정책연구보고서와 연구자를 공개하지 않았던 김태흠 의원실은 구체적인 표절 사실이 확인되자 “연구비 반납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알려왔다.

송옥주·이학영, 20대 국회 정책연구 표절로 드러나자 21대 국회에서 연구비 반납 약속

21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재선의 송옥주 의원은 2018년 국회 예산 150만 원을 들여 <공공부문 노동시간 단축 실태 및 방향>을 주제로 사회공공연구원에 정책연구 용역을 맡겼다. 그리고 예산 97만 원을 더 사용해 같은 제목의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뉴스타파 검증 결과, 해당 자료집은 용역을 수행한 기관이 같은 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구보고서와 제목부터, 내용, 각주까지 모두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송옥주 의원실은 이에 대해 “자기 표절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겠다”라며 해당 연구에 쓰인 예산은 국고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구자 A씨는 정책연구 용역을 맡을 당시, 이미 뉴스타파가 국회의원의 예산 오남용 실태를 여러 차례 보도한 뒤여서 이런 식의 보고서는 표절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의원실이 인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연구진은 기존 발주 연구보고서를 수정 보완할 여력이 되지 않아 의원실의 요청을 거부했음에도, 의원실에서 재차 국정감사 자료집 발간을 요청해와 국회사업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기존 연구보고서의 일부를 정리해 국감용 정책자료집 발간을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송옥주 의원실에서 정책자료집의 자기표절이나 저작권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표절이나 저작권법 위반을 의원실이과 연구원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쪽에서 정책보고서를 할 수 있겠냐라고 문의가 왔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그때도 뉴스타파에서 이은재 의원인가 얼토당토 않은 정책보고서내고 (보도)하는 것 때문에 이렇게 보고서를 전재하는 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저희가 좀 이야기를 했었는데...”
- 송옥주 의원실 정책연구 용역 수행자 A씨 

21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현대선거정당의 과제와 정치의 정책화 - 18대 대선평가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도 표절로 확인됐다. 2016년 수행한 해당 정책연구는 연구용역 수행자가 3년 전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베꼈다. 본문 내용 중 ‘우리'를 ‘민주당'으로 바꿨지만, 오탈자 ‘20102년'은 그대로 옮겼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현재'는 보고서가 발간된 2016년보다 4년 앞선, 2012년을 뜻한다. 이 의원은 해당 표절 연구용역에 세금 500만 원을 사용했다.

이학영 의원실은 “논란이 발생한 것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연구용역 비용은 전액 국회 사무처에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국회의원 정책연구 용역 보고서는 뉴스타파 머니트레일 용역보고서 원본 공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이 사이트를 통해 2018년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내역을 공개했고, 이후 국회 특정업무경비, 국회 특수활동비, 의월별 정책자료발간 및 홍보 유인비, 국회 교섭단체 정당 정책위 해외출장 내역 등을 확보해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