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⑥ '2차 가해' 정황 알고도 수사 안 한 군검사

2023년 03월 31일 10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20비 군검사의 직무유기 혐의 6차, 8차 공판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당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법무실 군검사였던 박 모 씨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직무유기 등)를 받고 있다. 특검은 박 씨가 고 이예람 중사의 심리상태 악화, 부대 내 2차 가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사 일정을 무단으로 지연시키고 가해자 장OO 중사에 대한 구속 수사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 등 군검사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박 씨는 무단이탈 외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3월 3일 열린 6차 공판에서는 박 씨가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 불구속 수사 여부, 해당 사건의 죄명을 ‘군인등강제추행’에서 ‘군인등강제추행치상’으로 의율변경할 것인지 여부 등을 검토, 처리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2021년 6월 2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성추행 가해자인 공군 장 모 중사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국방부)

20비 법무실장 “관행적으로 (불구속 수사) 협의 진행 안 했다”

■ 2023년 3월 3일 20비 군검사 직무유기 등 6차 공판

이날 재판에는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 수사 당시 20비 법무실장이었던 C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C씨는 군검사 박 모씨와 같은 법무실에서 근무하며 사건 수사에 대해 박 씨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피고인 박 씨에 대한 지휘 감독 소홀로 근신 10일 징계를 받았다. 특검이 주신문 과정에서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죄명에 대한 의율변경을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C씨는 ‘관행적으로 처리했다, 경험이 부족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특검 : 증인은 특검 조사 때 “공군 성범죄 지침에 따르면, 성범죄 사건의 경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불구속 수사를 할 경우 사전에 고등검찰부장과 협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알고 있었나?” 라는 질문에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박OO 피의자(피고인)가 사전 협의 없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한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솔직히 말씀드리면 관행적으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당시 20비 법무실장) : 맞다.
특검 : 제39전투비행단 법무실 군검사였던 OOO은 지난 2023년 2월 24일 이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성범죄 사건의 불구속 수사와 관련하여 사전에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와 협의하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39비 군검사와 달리 20비 군검사(피고인)는 성범죄 사건의 불구속 수사와 관련해 공군본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증인 : 39비 군검사가 그렇게 한 부분은 당연히 원칙에 맞게 잘 한 거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군 법무관들이 경험도 부족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불구속 결정시 공군본부와 협의)을 잘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중략)...사실 (공군) 예하부대에 있는 군검사 한 명이 모든 걸 도맡아서 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던 게 사실이다.
2021년 4월 20일, 성고충전문상담관 D씨가 20비 법무실에 방문해 피해자의 자살 암시 문자메시지와 가해자 장 중사의 2차 가해에 대해 설명했던 것을 두고도 신문이 이어졌다. 특검은 ‘박 씨가 D씨 방문 이후 알게 된 수사 진행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점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검 측은 피고인 박 씨가 당시 피해자의 심리 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위험을 인지한 이후에도 가해자 구속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불구속 수사 결정과 관련해서 ‘당시 가해자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핵심 증거가 확보되는 등 사건 경위상 불구속으로 처리할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 : (공군검찰지침인) ‘성범죄 처리지침’ 10조 2항을 보면, 성폭법 제11조 내지 제14조를 제외한 모든 성범죄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도주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 죄질, 합의 여부를 감안하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구속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고등검찰부장에게 사전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리고 ‘군인등강제추행’ 등 범죄에 대해서는 죄질이 불량한 경우 구속 고려, ‘강간등상해치상’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이라고 돼 있다. 여기서 ‘군인등강제추행치상’은 ‘강간등상해치상’에 해당한다. 맞는가?
증인 : 맞다.
특검 : 이예람 중사의 상해 발생 사실은 성범죄 처리, 그 중에서도 가해자의 구속 여부와 관련하여 중요한 부분이므로 박OO 피고인은 사건 초기 가해자 장OO의 신병 처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 …(중략)...또 성고충전문상담관 방문 이후 이에 관한 수사를 통해 장OO의 구속 여부를 성범죄 처리 지침에 맞게 검토 및 처리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맞는가?
증인 : 맞다.
특검 : 사건 기록 목록을 보여드린다. 고인(고 이예람 중사)에 대한 ‘군인등강제추행’ 사건 기록 목록을 보면, 박OO 피고인은 사건을 송치받은 2021년 4월 7일부터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2021년 5월 21일까지 접수된 서류만 수동적으로 첨부했을 뿐 조사나 자료수집 등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OOO 성고충상담관이 전달한 피해자의 심리상태 등 피해 상황에 대한 수사보고서 등 중요한 수사 진행 상황조차 수사 기록에 전혀 남겨둔 바가 없는 걸로 확인이 된다. 맞는가?
증인 : 저도 사실 이 부분이…
특검 : 확인이 되는지만 말씀해달라.
증인 : (기록이 없는 게) 맞다.
박 모 씨 변호인 : (성범죄 처리지침에) ‘죄질이 불량한 경우 구속 고려’라고 적혀 있다. 증인은 이 부분을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뜻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박 모 씨 변호인 : 증인은 (주신문 과정에서) “사건 경위를 봤을 때 피의자를 구속할 만한 사유도 있고, 불구속 사유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불구속 사유에 대해서 증인이 기억하는 바를 자세히 말씀해달라.
증인 :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이루어진 상황이었고, 가해자가 범죄 사실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블랙박스 같은 증거들도 있기 때문에 유죄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구속을 유지해도 될 거라고 봤다.
반대신문 과정에서 “이 사건이 피해자 사망 전까지는 평범한 사건 아니었냐”는 박 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증인(당시 20비 법무실장)이 ‘그렇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논쟁이 일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추행의 정도가 중한, (피해자 사망 이전에도) 중요한 사건이었다”며 증인이 답변한 내용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박 모 씨 변호인 : 2021년 5월 21일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굉장히 큰 사건으로 부각이 됐다. 피해자 사망 이전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었나, 아니면 통상적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사건이라고 봤나?
증인 : (성고충전문) 상담관에게 (자살 암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런 부분은 좀 특이사항이었고, 그 외에는 사실 일반적인 사건이었다고 판단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 (이하 재판장) : 지금 (박 씨 측) 변호인 질문에 (증인은) 그냥 ‘이 사건 피해자가 사망해서 중한 사건이라고 기억되었다. 그 전에는 통상적인 사건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증인 : 말하려던 취지는 그런 게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사건이었다.
재판장 : 중요한 사건이니까 수사기관에서 증인(당시 20비 법무실장)한테 보고를 왔을 거다. (군사경찰이) 송치 전에 보고를 자주 오는 건 아닌 걸로 안다. 맞는가?
증인 :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재판장 : (군사경찰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하러 왔던 사건에서 피해자가 자살을 암시하는 의사표현을 했다고 하면,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 기억을 해야 하는데 (증인의) 다른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달라서 묻는다.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는 취지인가?
증인 : 정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충남 계룡대 공군 본부 (출처:연합뉴스)

피해자 사망 이후 국선변호인과 말 맞춘 정황 드러나

■ 2023년 3월 17일 20비 군검사 직무유기 등 8차 공판

이날 재판에서는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 당시 20비 법무실 군검사였던 박 씨가 처음 피해자 국선변호인과 조사 일정을 정할 때 고 이예람 중사가 희망한 2021년 5월 3일이 아닌 5월 21일로 정하게 된 경위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당시 공군본부 법무관이었던 이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법무관은 2021년 3월 9일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이후 피고인 박 씨와 피해자 조사 일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이 법무관은 이 중사 사망 이후 진행된 국방부 수사 때 피해자 국선변호인으로서 법률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박 씨가 이 중사 사망 이후 이 법무관에게 전화해 조사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을 복기하며 말을 맞추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은 ‘박 씨가 사건 처리를 지연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피해자 조사 일정이 연기된 사유를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봤다. 박 씨 측 변호인은 “잘못을 감추려 한 것이 아니라 보고서 작성을 위해 기억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 : 증인은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해당 사건 수사 지연과 관련하여 언론과 국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2021년 6월 6일, 박OO 피고인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 맞는가?
증인(당시 공군본부 법무관) : 그렇다.
특검 : 박OO 피고인은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이 중사가 희망했던 조사 일정(2021년 5월 3일)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다른 사건의 공판 일정과 겹쳐서 거절했던 것으로 말을 맞추려고 한 사실이 있다. 맞는가?
증인 : 사망 후에 말을 맞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특검 :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건가?
증인 :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특검 : 증인과 박OO 피고인의 2021년 6월 6일 통화 녹취록을 보면, 박OO 피고인은 “(중략)...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3일부터 5월 16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피고인(20비 군검사 박 모 씨)이 5월 3일자 조사를 거절하고 5월 21일로 조사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정리하자”고 말하면서 증인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증인 : 보신 자료 그대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박 모 씨 변호인 : 증인과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이후에 이런저런 일정이라든지 경과에 대해서 전화 통화도 하고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그것이 사실을 감추거나 숨기려는 의도였나? 아니면 피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그간의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는 차원이었나?
증인 : 전혀 숨기거나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 기억을 환기해서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한 거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피해자 국선변호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거듭 지적됐다. 2021년 5월 21일로 예정된 피해자 조사에 증인이 동석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국선변호인이 선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 조사 및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증인이 충분히 조력을 했었는지 여부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재판장은 피해자 조사를 앞두고 증인이 새로 선정된 국선변호인에게 사건 관련 자료와 이 중사의 심리 상태 등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물었다.
재판장 :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법률적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지원을 비롯한 모든 절차에 지원을 해주는 거다. 잘 알고 있나?
증인 : 알고 있다.
재판장 : 피해자가 여러 차례 이 사건의 처리 속도 이런 것들을 증인에게 요구했다. 또 (사건과 관련해서) 문의한 부분도 있었다. 이런 건 새로 바뀐 법무관(두 번째 피해자 국선변호인)에게 잘 전달해 주었나?
증인 : 당시에는 (2021년 5월) 21일 조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그 조사만 (새 국선변호인이) 참여하고 다음은 제가 다시 진행할 예정이었다. 조사만 부탁을 했던 거라 사실관계만 알려줬다.
재판장 : 피해자 조사할 때 단순히 옆에 앉아 있으라고 피해자 변호사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증인 : 그렇다.
재판장 : 피해자 입장에서는 5월 3일 이전에 조사를 받고 싶어하고, 최대한 빨리 조사받고 싶어했다는 것을 OOO 법무관(새 국선변호인)에게 전달했나?
증인 : 구체적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법무관은 증인신문을 마치기 전 “저의 부족함도 있고…(중략)... 결과가 이렇게 돼서 참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는 “딸의 정당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뛰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수사를) 질질 끌었다”며 고 이예람 중사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법무관들이 법률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음 공판은 4월 3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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