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의 맥을 이어 ‘짓다’
2019년 02월 01일 22시 23분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의정활동 명목으로 수행했던 460만 원짜리 정책연구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서 의원은 지난해에도 “인사청문회 개선”과 “대북정책”에 관한 정책연구용역을 토목건축회사 직원 등에 맡긴 사실이 드러나 연구자 선정 의혹과 전문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렇게 표절과 연구자 전문성 의혹이 제기된 정책연구에 1,600만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지만, 서청원 의원 측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2013년 11월부터 12월까지, 국회예산 460만 원이 들어간 정책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주제는 『북한사회 복지체제의 진단과 북한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연구』였다. 연구와 보고서 작성은 당시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소속의 현 모 씨가 맡았다. 그런데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용역보고서는 현 씨 자신의 석사학위논문, 그리고 다른 사람의 논문과 책 등 모두 4종류의 자료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베낀 자료를 보면 우선 연구자인 현 씨 본인의 2013년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 『북한 사회복지연구』를 포함해 2008년 연세대 학술지 ‘동서연구’에 게재된 이 모 교수의 논문 『2000년대 북한사회 동향에 대한 소고』 2004년 출판된 이 모 교수의 저서 『북한사회복지의 변화와 전망』 2002년 한국보건사회연구 연구보고서 『남북한 보건의료분야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연구보고서에는 이들 자료를 인용했다는 출처 표기가 없다.
특히 연구용역보고서의 핵심인 정책을 제안하는 결론 부분은 2004년 출판된 저서의 보론 부분을 그대로 옮겨놨다. 정책 제안의 목차를 바꿔놨을 뿐이다. 이 때문에 표절 연구에 460만 원의 국회 예산이 들어가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이 허비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청원 의원은 이후 이 표절 용역보고서를 자신의 정책자료집으로 둔갑시켰다. 2013년 12월, 서 의원은 본인의 이름으로 정책자료집을 냈는데, 제목은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주민의 인권보고서』였다. 표절 용역 보고서와 제목은 전혀 다르지만, 내용을 확인해보니 표절 연구보고서와 정확히 일치했다. 서 의원은 이 정책자료집의 발간 인쇄비용으로 국회예산 224만 원을 집행했다.
결국 표절 연구에 들어간 연구비 460만 원, 표절보고서를 다시 베껴 만든 정책자료집 발간비 224만 원까지, 모두 684만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해명을 듣기 위해 2월 12일부터 서청원 의원과 의원실에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고 전화 통화도 시도했다. 정책연구 표절 의혹에 따른 해명을 거듭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해명은 듣지 못했다.
서청원 의원 측은 취재진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시 (정책연구를) 담당하던 분이 퇴사해 관련 내용을 알 수 없고.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추가적인 질의는 안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만 전해왔다.
이같은 반응은 지난해 10월, 뉴스타파가 서청원을 의원을 만났을 때도 비슷했다. 당시 인사청문회 개선과 대북 정책에 관한 정책연구를 각각 토목건축회사 직원과 엔지니어링 업체 간부에게 맡긴 사실이 드러나, 서 의원에게 해명을 요청한바 있다. 각 정책연구마다 500만 원씩, 모두 1천만 원의 세금이 사용됐지만 서청원 의원은 “잘 모르는 일이다. 보좌관들이 알고 있으니 보좌관과 이야기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서청원 의원은 공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지냈고, 8선으로 현역 최다선 의원이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30년 넘게 금뱃지를 달고 있다. 하지만 표절이 의심되거나 연구 주제에 전문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게 용역을 맡긴 정책연구에 1,600만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는데도 서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취재 박중석
촬영 정형민, 김기철, 이상찬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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