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법원의 가구 수의계약 위법 확인... 검찰 ‘특혜 유착’ 수사 착수

2022년 06월 21일 15시 00분

전국 법원이 국민 세금으로 법원장실에 초호화 가구를 구매하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등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위법 행위를 저질러왔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지난해 대법원을 포함한 각급 법원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2곳의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을 위반해가며 특정 가구 도·소매점에 수의계약을 주는 수법으로 세금 31억 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대로 법원의 가구 구매 수의계약 과정에 위·불법과 특혜가 존재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서울고등법원 등 12개 법원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고, 서울북부지방법원 물품계약 담당 직원 A씨에 대해선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줄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불법적인 수의계약이 가능했던 ‘뒷배경’을 규명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구 특수부)가 법원과 업체 사이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법원, 위법 행위 동원해 특정 업체에 막대한 세금 ‘몰아주기’

지난해 2월 뉴스타파는 전국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 81곳의 가구 구매계약 6년 치(2015년~2020년)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해 전수 조사했다. 특히 수의계약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취재 결과, 전국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 46곳이 7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가구 도·소매업체인 D사와 S사, 두 곳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 전체 가구 구매 수의계약 금액의 35%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 전국 법원은 가구를 구매하면서 D사와 S사에 수의계약으로 약 70억 원의 세금을 몰아줬다.
뉴스타파는 나아가 D사와 S사의 실체를 추적했고 그 결과, 두 업체가 이름만 다를 뿐 일가족이 운영하는 사실상 하나의 업체(이하 D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전국 법원 가구 구매 수의계약 1, 2위 업체인 D사와 S사의 간판이 나란히 걸려있다.
▲ D사와 S사는 이름만 다를 뿐 일가족이 운영하는 사실상 하나의 업체다.
또 D사는 공장 등 자체적인 생산 설비와 가구 생산 기술력을 갖춘 곳이 아닌 평범한 가구 도·소매점이었다. 이를 통해 뉴스타파는 전국 법원이 D사에 약 70억 원의 가구 구매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판로지원법’에 따라 1,000만 원 이상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사야만 한다. 법원에서 구매한 사무용 가구가 바로 ‘판로지원법’에 따른 경쟁제품에 속한다. 
따라서 가구를 직접 생산할 시설이 전혀 없는 가구 도·소매점에 불과한 D사로부터 가구를 사들인 전국의 법원은 예외 없이 ‘판로지원법’을 위반한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법원의 ‘위법·특혜’ 확인

이 같은 내용의 뉴스타파 보도가 나가고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감사원은 대법원을 포함한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했다. 뉴스타파는 6년 치(2015년~2020년) 가구 구매 내역을 조사한 한면, 감사원은 그 절반인 3년 치(2018년~2020년)를 감사했다. 그리고 감사원은 지난달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부터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법원도서관 등 전국 12곳의 법원과 법원 부속기관이 D사와 가구 구매 수의계약을 맺고 세금 31억 원을 몰아줬다.
▲ 감사원의 대법원 감사보고서 (11쪽)
이는 뉴스타파가 보도를 통해 확인했던 것처럼 모두 ‘판로지원법’을 어긴 불법 수의계약이었다.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12개 기관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인 사무용 의자 등 가구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면서 계약 상대방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장 등 생산설비가 없어 가구를 직접 생산할 수 없는 가구판매상인 D사 등과 128건, 3,104,085,710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

감사원의 대법원 감사보고서
감사원은 무엇보다 사무용 가구 수의계약 부적격 업체인 D사가 전국 법원에서 수의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특혜’라고 봤다.  
그 결과 법원행정처 등 12개 기관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자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지정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수의계약요건이 되지 않는 물품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가구 판매업체인 D사 등에 수주 기회를 제공하였다.

감사원의 대법원 감사보고서
문제는 이처럼 자격 조건이 안 되는 D사에 전국 법원이 불법적인 수의계약을 몰아준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핵심은 법원과 D사 사이에 이른바 ‘커넥션(유착)’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보도 당시, D사의 경영진과 모 법원 공무원이 인척 관계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 바 있다. 
‘법원에 D사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다. 경조사부터 해서 골프 안 쳐본 놈 없을 거고, 용돈 안 받아본 놈 없을 거다’ 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그냥 전체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모 가구업체 관계자 (뉴스타파 보도, 2021.2.19)

감사원 감사, 법원과 D사 사이의 ‘비리 커넥션’ 정황 나와 

그런데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법원과 D사의 유착 관계가 엿보이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8년, 세금 2,100만 원을 들여 ‘직원 휴게실 창틀(새시, sash) 설치 공사를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설치 공사를 엉뚱하게 가구 도·소매점인 D사에 맡겼다. 계약방식은 이번에도 수의계약이었다. 
▲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8년 ‘직원 휴게실 창틀(새시, sash) 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사진 출처: 감사원의 대법원 감사보고서)
감사원에서 밝힌 당시 창틀 공사 계약 과정을 들여다보면 D사와 법원 계약담당 공무원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2018년 9월, 서울북부지법은 애초에 파티션(칸막이)을 구매해 공간을 나누는 방식으로 직원 휴게실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런데 법원은 파티션을 사다 놓는 것이 아니라 창틀을 설치하는 공사로 방향을 바꾼다.
당시 법원 물품구매계약 업무 담당인 공무원 A씨에게 “파티션 말고 새시(창틀)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제안을 한 사람은 D사 대표의 아들인 손 모 씨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 법원 공무원 A씨와 손 씨는 2013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드러났다.
이 같은 손 씨의 제안 이후 직원 휴게실은 당초 파티션 몇 개 사는 ‘물품 구매’에서 창틀을 새롭게 설치하는 ‘공사’로 변경됐다. D사는 법원에 2,100만 원짜리 견적서를 보냈고, 법원은 D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법원은 또 법률을 어긴다. 창틀 설치 같은 실내공사의 경우, 공사 예정 금액이 1,500만 원 이상이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실내건축 공사업으로 정식 등록한 업체만 계약을 수주해 시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D사는 실내건축공사와는 무관한 가구 도·소매점이다. 따라서 서울북부지법이 D사에 창틀 설치 공사를 맡긴 것은 위법 행위다.
공무원 A씨는 휴게실 새시 설치공사에 필요한 전문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아 휴게실 새시 설치공사를 수주할 수 없는 D사에 특혜를 주었다.

감사원의 대법원 감사보고서

검찰, 법원과 D사 사이의 유착관계 수사 착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감사원이 조달청을 통해 당시 창틀 설치 비용을 확인해보니 1,000만 원이면 공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법원은 D사에 공사비로 세금 2,100만 원을 집행했다. 감사원은 이 공사로 인해 “새시 설치공사의 추정 원가와 계약 금액과의 차액인 1,039만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D사와 법원 사이의 유착 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정용환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법원 수의계약 정보 모두 공개

전국 법원이 이렇게 오랜 시간, 광범위한 위법 행위를 이어올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수의계약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가·공공기관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금으로 구매하는 물품의 계약 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법을 무시해왔다. 법원이 헌법기관, 독립기관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어떤 기관도 문제 삼지 못했다. 
그런데 수의계약 정보의 비공개를 당연하게 여기던 법원에서 대책을 내놨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인 2021년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물품구매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국 각급 법원에 계약 목적, 계약을 체결한 업체, 금액, 수의계약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계약정보를 매달 공개하도록 했다.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 서비스 페이지에서 법원 수의계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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